동급최강의 시초 중순양함의 정점 IJN 묘코(妙高)급 중순양함 Imperial Japaneses Navy Myoko Class Heavy Cruiser 1. 동급최강의 괴수, 탄생하다. 1921년, 워싱턴 군축조약이 체결되어 세계열강은 순양함을 배수량 10,000톤 내외, 주포의 한계는 20.3cm로 제한하여 건조하기로 협의합니다. 이는 이전에 배수량에 따라 강력한 함을 만들 수 있었던 이전의 시절과는 달리, 모든 나라가 정해진 조약의 범위 내에서 순양함을 건조해야 했기에 이러한 조약사항은 한편으로 각 열강의 건함기술의 우월을 나타내는 경쟁으로 넘어갑니다. 특히 이전부터 동급최강의 성능과 우수한 개함우월주의가 시작되고 있던 일본은 이러한 조약에 대해 매우 민감하고도 기민한 반응을 나타냈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세계의 모든 순양함들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순양함을 건조해야 한다!!” 라는 목표 하에 새로운 조약형 순양함의 건조를 추진. 그리고 그 누구도 감히 범접하기 힘들었던 이 “동급최강”의 과제에 도전한 자는 3,300톤의 초경량 경순 유바리(夕張)의 설계자로도 유명한 일본해군 제1의 조선기술자 히라가 유즈루(平賀 謙) 중좌(당시 계급, 최종계급은 해군중장)이었습니다. 2. 최강, 그 모든 것 [조지 6세의 즉위기념 국제 관함식에 참가하기도 한 아시가라입니다.] 일단 묘코의 설계는이전에 그 안정성을 인정받은 후루타카(古鷹)를 기반으로 철저한 경량화와 합리적인 함포의 배치를 이루어졌습니다. 종(縱)으로 늘어진 격벽에 의한 함체의 강도유지, 파도형 갑판을 채용하여 이룬 평갑판의 함형, 피라미드 포탑형 배치로 성공한 8인치 주포 10문의 장대한 화력, 여기에 원거리 포격전을 고려한 대형의 함교와 사통기관들은 이전까지 1만톤 규모의 순양함에서 생각할 수 없던 막대한 무장이었고 이는 실로 엄청난 화력이었습니다. 다만 처음에는 히라가 중좌가 “앞으로는 뇌격전이 없어지고 함포전이 위주가 될 것이므로 어뢰 발사관은 본인의 설계에서 ”즐~“시키겠다.” 라고 하자, 러일전쟁 이래로 일격필살의 뇌격전을 중시하는 해군 수뇌부로부터 (당연한 이야기지만 원래 일본해군에서 가장 출세하는 병과가 수뢰과지요. 나구모 제독도 원래가 수뢰과 출신의 No.1이었고) 반발을 받았고 히라가 중좌가 유럽에 출장을 간 사이에 묘코의 어뢰 발사관이 24인치 4연장 어뢰발사관 4기로 은근슬쩍 추가되었다고 합니다. 뭐, 실질적으로 묘코의 중뇌장(重雷裝)이 큰 효력이 보지는 못했으니 결론적으로는 히라가 중좌의 선택이 옳았달까요. [묘코급의 3년식 8인치(정확히는 200mm로 7.9인치, 후에 8인치로 교환) 연장포. 속사능력이 좀 떨어졌으나 명중률과 신뢰성이 무척 우수했던 함포였습니다.] 그리하여 1920년대 말에 진수된 묘코 이하의 자매들, 나치(那智), 아시가라(足柄), 하구로(羽黑)는 그 탄생과 함께 세계열강에 엄청난 충격을 일으켰습니다. 1928년 11월 차녀 나치의 준공에 맞춰, 그녀를 견학한 영국의 파견무관은 그 성능에 “이것이야 말로 진정한 군함이다!!”라고 경탄을 금치 못했으며 삼녀 아시가라는 1937년 5월 20일 조지(George) 6세의 즉위기념 국제관함식에 파견되어 당당한 일국의 대표로 활약하기도 합니다. 당시 이 묘코가 태어날 때 그 성능이 어느 정도였는가를 잘 나타내는 것이 묘코 자매의 2년 후에 준공된 미국의 펜사콜라(Pensacola)급 중순과 노댐턴(Northampton)급 중순과의 비교입니다. 이 가운데 펜사콜라급 중순과 묘코를 비교하자면 펜사콜라급이 묘코를 의식했지만, 피라미드식 함포구조를 채택할 수 없어서 전방에 계단식 3연장 8인치 주포 2기, 후방에 다시 2연장 8인치 주포 2기라는 기묘한 방식으로 8인치 주포 10문을 채택하여 주포의 분당 투사중량이 4.64톤으로 묘코급의 분당 투사중량 3.254톤으로 보다 우위였으나 3연장 주포 특유의 단점 - 고속의 포를 3발이 동시에 발포되면 포탄의 상호간섭으로 명중률이 급격히 저하되는 것과, 전방위 타격능력의 감소 (포가 따로따로 가동할 수 없기에)로 인해 명중률이 극악으로 높은 함포 가운데 하나였던 묘코 자매의 50구경 8인치 3년식 연장포에 대해 크게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고 뇌격전은 3연장 어뢰발사관 2기로, 4연장 4기였던 묘코과 비교조차 할 수 없었습니다. 이런 중무장과 함체의 방어력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것이 실패하여 묘코가 2,032톤의 방어장갑으로 함체의 중요부위를 보호한 반면 (탄약고 장갑두께만 100mm입니다.) 펜사콜라는 518톤에 불과한 방어장갑을 둘러 묘코급에 비해 방어력이 크게 떨어졌으며 속력 또한 32.5노트로 35.5노트의 속력을 기록한 묘코에 비해 무려 3노트나 뒤떨어졌습니다. [USS 펜사콜라급 중순. 미국도 나름대로 자부심을 가지고 만든 조약형 중순양함이었으나 묘코에 비하면 확실한 열세였습니다.] 단, 묘코급에도 문제가 있었으니 이는 국제 관함식에서도 세계를 2번 놀라게 했다는 우스갯소리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첫 번째는 그 강대한 무장과 성능에서, 두 번째는 중순양함임에도 불구하고 “거주시설이 완전 판자촌”이라는 평판이었지요. 이는 원래 예정되어있지 않던 어뢰 발사관을 거주공간에 집어넣어 생긴 문제였는데 후에 개장공사를 거치면서 어뢰 발사관을 함상으로 옮겨 그 문제를 해결했지만, 여전히 동급 최악의 거주성은 고질적인 그녀의 문제로 남게 되었습니다. 또한 배수량에 대해 지나친 무장을 하여, 함의 복원력과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은 역시 질적인 우세를 추구했던 일본해군의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리고, 결국 조약의 범위 내에서 이러한 묘코급 중순양함과 같은 수준의 함을 제작하지 못한 다른 열강들로 인해 다시금 묘코급 중순양함의 건조를 제한하기 위해 군축조약이 벌어졌을 정도니 가히 그녀가 당시에 미친 영향이 어떠한 것인지 짐작갈만 하다고 봅니다. 3. 전쟁의 발발과 묘코 자매들 [1930년대의 묘코, 모가미를 필두로 한 신형 순양함들이 투입되는 시절에도 여전히 그녀의 위치는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1937년의 중일전쟁 발발과 더불어, 즉각 중국전선에 투입되어 중국해군을 괴멸시키고 상하이 상륙을 성공시키는데 큰 위력을 발휘한 그 자매들은 태평양전쟁 즈음에도 그 우수한 완성도로 구식으로 치부되지 않고 여전히 주력함으로 방공무장과 수상기운영, 주포의 변경 이외에 큰 개장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의 개전의 초반에 필리핀 공략과 동남아 방면에 활약을 한 이들 자매 가운데 차녀 나치와 막내 하구로는 다카키 다케오(高木 武雄) 소장이 지휘하는 제5전대에 배치되어 쟈바 해전에서 동급최강의 성능을 유감없이 발휘하며 연합군 함대를 괴멸, 특히 그라프 슈페를 격침시킨 영국 중순 엑세터(Exeter)를 격침시키는데 앞장을 서기도 합니다. 그리고 태평양전쟁 기간 동안, 묘코 자매들은 과달카날 전역과 레이테, 마리아나 해전에 이르는 기간동안 동분서주하며 함대의 중추이자 소부대의 기함으로서 그 맡은 역할을 충실히 이행했습니다. 그러나 달도 차면 기울고, 이미 시대는 거함거포를 버리던 순간. 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국가에도 그 영욕이 있는데 어찌 함이라고 그러지 않을 수 있겠을까요. [1945년, 싱가폴에서의 묘코. 기뢰에 접촉하여 손상을 입은 그녀는 그대로 싱가폴에 주저앉아 제2차대전을 끝을 맞게됩니다. 그리고 한 때 그녀가 최강으로 군림했던 거함거포주의도 함께....] 거함거포주의가 막을 내리는 제2차대전의 끝과 더불어 장녀 묘코는 싱가폴에서 패전을 맞고 영국군에게 접수되어 말라카 해협에서 자침하는 것으로, 차녀 나치는 레이테에서 재수에 옴 붙기로 유명한 모가미와 충돌해 미 해군 함재기에게, 삼녀 아시가라는 영국 잠수함의 뇌격에, 막내 하구로는 연합국 항공기에 대파되고 다시 구축함의 뇌격을 받는 것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던 당대최강의 중순양함의 명예를 뒤로 하고 영원히 태평양의 깊은 바닷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묘코급 중순양함 상세사항 - 최종개장 이후 배수량：14,984톤 보일러：Ro호 함본(艦本)식 중유 보일러 12기 연료 탑재량：중유 2,214톤   전장：203.76m   전폭：20.73m 주기：함본식 4축 추진 올 기어드 터빈 8기 흘수：6.37m   출력：132,830마력 무장： 50구경 8인치 연장포 5기,  40구경  12 7cm 연장고각포 4기,  25mm 연장기관총 4기, 13mm 연장기관총 2기, 24인치 4연장 어뢰발사관 4기, 수상정찰기 3기 탑재   최대속력：33.88노트 항속 거리：14노트로 7,463해리 승무원 정원：891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