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애호가님 : 연아와 마오의 관계 총정리 [160]
번호 33326I 2009.04.24 추천 653I 조회 3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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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1] 2004-2005 첫 만남
‘피겨도 없는 이웃 나라 애가 피겨를 하네’
아마 이런 호기심 정도의 관심이 마오가 가졌을 김연아에 대한 첫인상이었을 겁니다.
그녀들이 처음 만난 2004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 순위는 바로 아래였어도 그 격차가 워낙 컸기에 긴장할 일도 거의 없었을 테고, 연아와 달리 마오는 이미 국제적인 스타로 각광 받고 있었죠.
몇 달 뒤 벌어진 2005 주니어 선수권에서 .. 피겨 없는 나라의 그 애는 경기 중 벽에 크게 충돌해 쇼트를 망쳤지만, 프리에서 얻은 점수로 또 바로 아래 등수까지 올라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녔을 겁니다.
마오는 그 대회를 끝으로 시니어 대회를 참가하기에 둘은 표면적으로도 비교대상이 될 수 없었습니다.
당시는 김연아 역시 마오가 자기보다 우월한 존재임을 부정 못 했고 .. 타국 선수에겐 많이 성장했단 칭찬 이외엔 할 말이 없다며 깔깔대던 일본 해설자의 오만함도 큰 무리 없던 시절이었죠.
하지만 .. 그 당시 그녀들의 동영상을 보면 .. 김연아는 조금은 어설퍼 보이지만 모든 기술적인 요소들를 제대로 하고 있었고 .. 마오는 김연아보단 세련돼 보이지만 지금 고생하고 있는 도약 방식에 관한 흔적이 보이더군요.
이미 그 당시 동영상 안에 그녀들 앞날에 벌어질 상황들이 암시되어 있었다고 생각되네요.
[시즌 2] 2005-2006 라이벌 구도의 시작
어른들과 겪은 마오의 첫 시즌은 그야말로 대성공이었지요.
그녀에겐 이 시기가 어찌 보면 피겨인생의 절정기 아녔을까 생각도 듭니다.
콴에 치여 빛을 발하진 못했지만 그랑프리 만큼은 자기 안방 같던 슬루츠카야도 새파란 마오에게 밀려 버렸으니 …
주니어 신분으로 참여한 첫 시니어대회를 석권한 그녀를 일본 열도가 가만 둘 리 없었겠죠.
게다가 올림픽 참가 여부로 온 나라가 들썩거렸고, 수상이란 작자는 할 일도 많았을 텐데 TV에 나와 올림픽의 연령규정에 문제 있다고 뜬금없이 주절거릴 정도로 그녀는 일본 내에선 보석 같은 존재였습니다.
그러던 그녀에게 2006 주니어 세계선수권 대회는 인생의 큰 분기점이 됩니다.
2005 GPF과는 반대로 시니어 신분으로 참여한 주니어 대회였기에 .. 우승은 그녀의 장식장에 트로피 한 개 첨가하는 단순노동이라 생각했을 테고 .. 언론은 그녀의 마지막 주니어 대관식 기념촬영 하는 기분으로 대회에 임했었고 .. 그걸 바라보는 나라 사람들은 얼마나 멋있는 트악으로 주니어 기록을 경신할까에만 관심 있던 대회였습니다.
대관식 주인공만 바뀌었을 뿐인데 .. 문제는 그 주인공이 전 시즌에도 주변에 얼쩡거리던 이웃 나라 바로 그 애라는 거였습니다.
범 없는 굴에서 왕 노릇 하며 주니어 대회를 석권하긴 했지만 한 번도 마오를 이겨 보지 못했던 치아교정기를 한 그 애 …
나갔으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마오는 김연아에게 처절하게 발림으로써 방송국이 통째로 따라온 취재진을 통해 고국에 계신 국민들에게 비보를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비보에 딸린 부록으로 .. 그녀에겐 난생 처음 라이벌이란 물건이 생깁니다.
일본도 여지껏 겪어보지 못한 예상 밖의 상황에 당황 했고, 당사자 마오도 스스로 말한 대로 분한 마음을 추스려야 했지만 .. 그들은 그녀의 부진을 컨디션 난조라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인식했던 거 같습니다.
트리풀 악셀에 목 매어 사는 그들 시각으론 아직 그걸 갖고 있지 못한 김연아가 크게 위협적인 존재로 보이진 않았겠죠.
김연아도 언젠간 그 점프를 뛰게 될 거란 그네들 발언을 되짚어 보면 .. 그녀가 제대로 그 점프를 소화시킬 때까진 아직까지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또 그때까진 우리 천재가 더 우월하단 안도감이 스며있었다고 보여집니다.
다른 글에서도 언급했는데 .. 전 이 대회에서 그녀들의 경기를 처음 봤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선입견 없이 감상한 결과 .. 트악을 뛰고 못 뛰고를 떠나 그 당시 둘의 연기를 연이어 보고 있노라면 그 사이의 현격한 수준 차이로 라이벌이란 단어는 좀 어색했고, 그 보단 ‘요란한 언론이 만들어 낸 허상’이란 표현이 더 적절하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사실 제 기억 속엔 .. 그 경기 결과나 그때 느꼈던 수준차 보다 연아의 프리 경기 직후 등장한 마오의 핏기 없는 얼굴이 더 깊이 남아 있습니다.
그 동안 편히 다니던 등하교길에 어느 날 갑자기 무서운 개를 만나 어쩔까나 고민하는 어린 아이의 아득한 느낌이랄까 ...
제 눈엔 컨디션 저조가 아니라 자기보다 강한 자에 압도된 모습으로 보였고 .. 김연아가 실수 없이 자기 능력만 발휘하면 마오가 저도 모르게 몸이 굳어져 버벅대는 그런 상황은 앞으로도 계속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사실 .. 마오의 전성기는 너무 짧았고 .. 김연아의 등장은 이후 마오의 순탄했던 인생에 어두운 태클을 거는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시즌 3] 2006-2007 라이벌 구도
시니어로 맞붙은 첫 시즌에서도 마오는 전 시즌 막바지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개별 그랑프리대회를 각자 각개전투로 따먹으며 올라올 때만 해도 자기 페이스를 찾은 거처럼 보였는데 .. 막상 둘을 같은 경기장 안에 몰아놓고 붙여놓았더니 그 놈의 울렁증이 재발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2006년 GPF에서 마오는 그녀의 현존 최악의 프리경기를 보여 줍니다.
실제로 등짜가리에 덕지덕지 반창고 붙이고 나온 건 연아였지만 .. 빙판에 두 번이나 넘어지고 트리풀 점프 한 번은 패스 하고 넘어간 건 마오였습니다.
김연아는 마오와 마찬가지로 첫 시니어 무대를 우승으로 장식하는데 .. 이 대회 이후부터 일본의 김연아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합니다.
일시적인 실수로 치부해 버리기엔 그 빈도가 넘 잦고 .. 이런 슬럼프가 장기화될 경우엔 자국에서 벌어질 세계 선수권대회 더 멀리 올림픽에서의 우승계획이 흔들릴 거란 우려도 공공연히 흘러 나옵니다.
또 이 문제는 어린 여자 아이 하나만 바라보며 들어간 투자와 그 결실에 관한 문제와도 연관됩니다.
몇 달 뒤 벌어진 2007 세계 선수권에서 김연아는 쇼트 월드 레코드를 세우며 화려하게 데뷔합니다.
물론 마오는 신기록 달성 뒤에 굳은 몸 연기로 월드 데뷔를 장식합니다.
담 날 벌어진 프리 종반부에서 두 번의 실수로 동메달에 머물지만 김연아의 등장은 전세계 피겨계를 경악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녀의 프로그램들은 여성 피겨계에 .. 특히 대회가 열린 일본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는데 .. 마오도 <칼멘>이나 <차르다시>란 비슷한 프로그램을 했었지만 <록산 탱고>는 그와는 차원이 달랐죠.
어린 나이에 요염하기까지 .. 스파이럴하며 슬긋 흘기는 김연아의 묘한 표정에 일본 열도가 들썩거렸는데, 실제로 그 장면은 최면 걸듯이 TV에서 수 없이 반복되어 보여주더군요.
프리 음악으로 사용된 본 윌리엄스의 곡 자체도 무용으로 소화시키기 난해한 곡이었는데 .. 어린 소녀가 스케이트를 타며 그 힘든 음악에 맞춰 작은 새가 되어 연기 한다는 사실이 일본인들에겐 상당한 충격이었나 봅니다.
마오 입장에선 프리에서 나름 최고의 연기를 펼쳐서 김연아의 윗자리에 올라 앉았음에도 불구하고 .. 스폿을 그닥 못 받은 대회 아녔나 생각 됩니다.
전 사실 김연아가 프리 후반부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며 다 잡은 세계 타이틀을 놓쳐서 안타까운 마음 뿐이었지만 .. 그 후 일본에 갔을 때 김연아에 대한 일본 사람들 반응은 이웃 나라 애가 쇼트에서 세계신기록을 세웠다의 차원을 넘어선 그 이상의 것이었습니다.
우연히 들른 어느 동경 술집에서 제가 한국인임을 안 옆 테이블 사람들 입에서 직접 들은 얘기가 .. “도떼모 우쯔꾸시이 아게 히바리” .. 였으니 ㅎㅎ
제 생각에 그 당시 김연아의 스케이팅은 상당히 완성되어 있었다고 봅니다.
속도감 있는 점프며 .. 안정된 스파이럴도 그렇고 스핀 스텝도 그렇고 ..
시니어에 갓 데뷔한 여싱임에도 모든 기술적인 요소들이 기존 여싱들에 비해 월등히 우월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우스운 점은 .. 그 많고 많은 연아의 장점 중에 일본이 앞줄에 끄집어 낸 것은 ‘표현력’이었단 사실 .. 그 중에서도 특히 얼굴 표정을 ..
마오의 점프 기술을 강조하기 위함이었겠지만 .. 김연아의 프로그램이 갖고 있는 안무의 섬세함이나 그 바탕이 되는 깔끔한 기술들이 ‘표현력’이란 단세포적인 단어에 가려져 일본인들은 진정 중요한 면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되더군요.
포커판에서도 .. 남의 카드 안 보고 지 들고 있는 카드에만 몰두하는 우매한 인간들 종종 만나게 되는데 .. 뭐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알고 그랬는지 아님 진짜 몰랐는지 .. 이때 마오를 둘러싼 사람들이 김연아에 대한 좀더 냉정한 판단과 평가를 내렸더라면 마오도 지금보단 훨씬 세련된 스케이터로 성장했을 거란 가정도 해 보는데 ..
일본의 그런 태도는 .. 스스로 보고 싶지 않은 걸 덮어 놓고 싶은 .. 사실은 인정하기 싫은 .. 그렇지 않다고 우기다 보면 안 그런 거처럼 보일지도 모른다는 .. 그들의 묘한 심사가 저변에 깔린 게 아녔나 생각됩니다.
마오는 이 시즌 내내 국내 선수권에서 불쑥 211점 받아 우승한 거 이외엔 굵직한 국제대회 타이틀을 모두 놓치게 되는데 .. 일본은 이 시기에 비로소 이웃 나라 애에 대한 존재를 인정하게 됩니다.
게다가 그들은 부상으로 시달리고 있는 그 애가 건강해지는 상황에 대한 두려움까지 갖게 됩니다.
[시즌 4] 2007-2008 틈이 생기는 ..
2007 시즌이 시작되면서 피겨계엔 큰 변화가 왔습니다.
점프 엣지규정이 강화되며 마오의 점수표엔 그 동안 없던 표식들이 하나 둘 생기게 됩니다.
없던 규정이 갑자기 생겼다고 느꼈는지 .. 일본 언론에선 그 배경에 의구심을 드러내고 .. 아무 생각 없는 일본 네티즌들 사이에선 음모론도 흘러 나옵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원래 교본에 있던 규정들을 재확인 해서 채점에 반영할 뿐이었는데 ..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예전부터 규정대로 채점했으면 마오는 탑클라스의 여싱이 될 수 없었을 텐데 ..
암튼 마오의 말끔했던 채점표에 갑자기 등장한 그 표식들은 .. 얼마 전부터 뜬금없이 나타나 옆자리 짝꿍이 되어있는 김연아와 더불어 기술을 강조한 그녀의 피겨 인생에 또 다른 태클이 됩니다.
마오가 미키처럼 엣지를 수정했으면 될 텐데 얘기들도 종종 들리지만 .. 실은 불가능했죠.
올림픽까지 남은 시간이 넘 촉박하기에 엣지 수정하며 한 시즌을 말아 먹는 다는 게 그녀로선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을 테고 ..
게다가 미키와 달리 마오는 협회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었기에 .. 단기간 내의 성과가 항상 필요한 상황이었고, 만에 하나 엣지 수정의 진통으로 인해 선두권에서 멀어지게 되면 다시 그 자리를 찾아 올라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지 생각도 해 봤을 겁니다.
사실 마오의 점프 방식이 규정 위반이긴 하지만 .. 남들보다 더 편히 뛰는 건 아닐 겁니다.
러츠만 하더라도 점프 도약 직전에 축의 이동이 현란하게 진행되는데 .. 정석으로 뛰는 사람보다 도약과정이 한 단계 더 있으니 오히려 더 어려운 도약방식 아닐까 .. 뭐 이런 생각도 드네요.
문제는 토와 엣지의 구별도 그렇고 엣지의 사용축도 그렇고 .. 점프를 자기 편한 방식대로 맘 편히 뛰어 왔단 사실인데 .. 그녀나 주변 사람들이나 어떻게 점프하는가 보다는 몇 바퀴 돌았는가에 집착했기에 그런 소소한(?) 면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었겠죠.
또 그녀의 모든 기술은 트리풀 악셀로 상징됐기에 그 밖의 뒤로 뛰는 점프는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뤄졌다고도 보여집니다.
그에 비해 김연아측은 트리풀 악셀에 대한 기대를 접고 기존 기술의 숙련도를 높이는데 열중하는데 .. 시니어에 데뷔했던 전년에 비해 많은 득점향상을 이루게 되고, 이는 감점이 빈번했던 마오 입장에선 갑자기 생긴 틈처럼 느껴지게 됩니다.
2007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마오는 한 번 엉덩방아를 찧은 김연아에게 간발의 차로 타이틀을 내주는데 .. 그 당시 연아의 점수 발표를 기다리며 기자들 틈에 삐죽 비시시 웃는 얼굴 내밀었다가 발표 후 우째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벙벙해하던 그녀의 멍한 표정이 그 해 피겨 점수판의 변화를 상징한다고 느꼈습니다.
실제로 프리경기만 봤을 때 룹 점프에서 넘어진 김연아의 점수는 말끔한 클린에 감격해 울먹거린 마오와 불과 1-2 점 밖에 차이가 안 났는데 .. 일본 피겨계에선 ‘기술의 마오’에 대한 표현을 철회하는 계기가 됩니다.
그리고 마오가 끼니 때마다 의지를 불태우던 트리풀 악셀이 김연아가 별 생각 없이 습관적으로 뛰는 산까이텐 산카이텐 플립 토룹 점프에 비해 큰 메리트가 없단 사실도 비로서 인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마오는 라이벌이 없어 맘 편했던 4대륙 대회와 초반 수 십 초 동안 안무 없이 따 먹은 2008 세계 선수권의 우승으로 그간의 라이벌에 대한 부담감을 어느 정도 떨쳐 버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1년간 ‘세계의 여왕’이란 칭호도 누리게 됩니다.
그 해 세계 선수권 ..
발표된 점수를 보며 실망하던 김연아의 표정을 생각하면 지금도 우울해 지네요.
그 당시 김연아의 연기는 다른 경기에 비해 힘이 없었죠. 부상 때문에 ..
전 박하게 받은 연아 점수보단 .. 카로나 마오가 퍼 받은 점수를 이해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모로 자빠져도 챔피언만 되면 그만이라는 마오와 일본에 대해선 할 말 없네요.
조금은 쑥스런 표정도 필요했을 텐데 ..
빙판에 옆구리 짓찐 후 .. 그 맥아리 없는 스핀하며 어리벙벙한 스파이럴하며 .. 충격을 딛고 일어선 장한 모습만으로 예술작품이 완성되는 건 아닐진데 .. 다들 자식 키우는 입장에서 얼마나 놀랐으면 예술적 PCS를 그렇게 퍼줬을까 .. 라고 이해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더군요. 정말 말도 안 되는 심판들 ...
결정적일 때 마지막으로 쓸 수 있는 젤 막강한 카드는 나랏빨이구나 .. 그런 슬픈 생각도 해 봤습니다.
제가 그렇게 좋아하던 <미스 사이공>도 그 이후론 불편한 맘에 끝까지 보기 버거웠고 .. 쩝
그래도 1년이 지난 지금 이 순간 그때의 아픈 마음을 보상받을 수 있어 .. 행복합니다.
거의 평생 처음으로 시상식을 TV로 시청할 수 밖에 없었던 마오나 .. 스케이트화 신고 선수된 이래 처음으로 프리 프로그램의 거의 모든 점프를 한 바퀴씩 돌며 경기를 마쳤던 카로나 .. 다 제 맘 속의 인과응보를 겪고 있었다고 생각되어 .. 흐믓했습니다.
피겨를 잘 모르는 울 엄니는 김연아 경기 직후 정신줄 딴 데 맡겨 놓고 경기하는 카로를 보며 넘 안쓰럽다고 안타까워 하셨지만 .. 전 비실비실 웃음만 나오더군요.
전 정말 사악한 인간인가 봅니다. ㅎㅎ
암튼 .. 마오는 세계 여왕이 되며 한 해를 마무리 졌지만 .. 판정 논란의 흠집과 더불어 안 아플 때가 없는 연아가 여전히 짐스런 존재로 남게 됩니다.
그리고 변화된 규정에 적응할 수 있도록 특별한 조치를 내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고 한 시즌을 마치게 됩니다.
[시즌 5] 2008-2009 벌어지는 격차
마오나 연아가 18살 .. 한국 나이로 19살 .. 그녀들은 신체적인 변화를 겪게 됩니다.
여기서 우선 체형의 변화에 대해 얘길 해야 겠네요.
여자들은 왕성한 성장기가 남자보다 앞서 나타나기에 그녀들 나이가 되면 대충 성장이 멈추게 됩니다.
대신 성장이 멈춘 뒤엔 섭취한 양분들이 살과 근육으로 가게 되고 .. 특히 하체를 많이 쓰는 여싱들은 주니어 시절에 비해 다리도 굵어지고 둔부에 살도 많이 붙게 되죠.
그렇게 되면 신체의 중심점도 변하게 됩니다.
남자고 여자고 피겨 선수들은 타 종목 선수들에 비해 둔부가 더 뽈록 튀어 나온 걸 볼 수 있는데 .. 이미 선수들 체형 자체가 무게 중심에 민감하게 발육되는 종목이라 그런 거 같습니다.
평지를 걸어 다니는 골프 선수들도 이 시기를 거치며 스윙의 순간 타점이 변하는데 .. 온 몸을 던져 공중에서 도는 피겨 선수들에게 신체적 변화가 생긴다면 더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겠죠.
신체의 하중이 아래로 쏠리면서 착지의 안정감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몸의 탄성이 현저히 떨어져 점프에 애로사항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마오나 김연아나 .. 이 시기를 거치며 변화를 겪게 되는데 .. 그 변화의 부정적인 증상들이 연아에 비해 마오가 더 심하게 나타나는 걸로 보입니다.
주니어 시절에 비해 하체가 많이 비대해진 마오는 전체적으로 움직임이 둔해졌는데 .. 이는 그녀가 내세우는 점프의 회전수 부족으로 나타납니다.
원래 습관적으로 갖고 있는 프리 로테이션은 그렇다 치더라도 .. 착지 후 비벼서 제 자리로 찾아가는 언더 로테이션의 폭도 심하게 커졌죠.
스스로 느끼는 도약점과 착지점의 간격이 짧아졌다고 표현해야 될까요 .. 덜 돌아 착지한 공백은 비벼서 제 자릴 찾아 가겠지만 도약점에서부터 느끼는 간극의 불안함은 부자연스럽게 들어가는 힘으로 메꿔지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마오는 앞 보며 뛰는 점프에서 남들보다 한 바퀴 더 돌아야 존재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스케이터이기에 그 절박함은 더했을 겁니다.
전년도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도약도 하기 전에 대차게 빙판에 넘어진 이유도 .. 사실은 프리 로테이션에 대한 압박감 때문인 거 같고 .. 이런 오버질은 체형 변화에 기인한 거 아닐까 .. 조심스럽게 생각해 봅니다.
이런 둔한 증상들은 수행요소 곳곳에 나타나는데 .. 트악을 실제론 뒤로 출발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고 .. 스파이럴이 나날이 느려지고 스핀도 예리함이 덜해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특히 싯스핀으로의 자세 변환시 나타나는 어영차 호흡은 .. 돌면서 떨어진 스핀 속도에 다시 힘을 불어넣어 보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원래 엣지 컨트롤이 뛰어난 스케이터가 아니었기에 .. 갑작스런 속도의 저하로 모든 요소에 트러블이 생겼다고도 보여집니다.
이에 비해 동갑내기인 김연아의 경우는 모든 기술적인 요소들이 스피드를 기반으로 수행되고 있기에 상대적으로 그런 변화에 덜 민감한 걸로 보여 집니다.
체중을 이용한 속도감의 증가로 오히려 예전에 비해 모든 동작들의 규모가 커졌죠.
점프의 비거리도 커졌고 .. 스파이럴과 스핀의 속도도 전년에 비해 높아졌고 .. 게다가 깊은 엣지를 통해 보여지는 현란한 스텝은 속도도 속도지만 중력이 무시될 정도의 경사각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단순히 우리 여왕님 찬양하는 .. 그런 수준의 아부는 아닐 겁니다.
눈이 있으면 보고 느낄 수 있겠죠.
결국은 속도의 차이로 귀결되는 문제인데 .. 그렇다면 피겨 스케이팅에서의 속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얘길 해야겠군요.
피겨가 단거리 달리기처럼 모든 요소를 빨리 끝내면 남은 시간 쉴 수 있어 편할 텐데 .. 다들 아시다시피 시간은 정해 놓고 그 시간 안에 정해진 요소를 수행하는 경기지요.
모든 요소를 남들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한다면 .. 우선 사용하는 빙판의 면적이 달라집니다.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면 보는 사람 입장에선 시원하게 터진 느낌이 들겠죠.
특히 수행시간이 정해진 스파이럴의 경우는 남들보다 훨씬 먼 거리를 활주하게 되어 그 느낌이 배가될 것이고 .. 당연히 채점표에 그 느낌이 반영됩니다.
시간이 정해지지 않은 다른 요소들의 경우엔 .. 그 요소들을 빠른 속도로 수행한다면 다른 이들에 비해 시간의 여백이 남게 되고 .. 그 여백은 프로그램상의 안무의 여지가 될 겁니다.
다시 말해 .. 속도감을 안고 있는 여싱은 느린 여싱에 비해 보여 줄 수 있는 정보량이 많아진다는 얘기겠죠.
더 쉽게 말하면 .. 스스로 정해 놓은 수행요소들을 숨가쁘게 돌아다니며 정신 없이 해야 정해진 시간을 채울 수 있는 여싱들에겐 안무란 물건과 쉽게 친해질 수 없겠지만 .. 반대의 경우엔 요소 수행하고도 시간이 남아돌아 또 다른 볼 거릴 제공할 수 있단 얘기가 됩니다..
일찍 시험문제 푼 애들이나 한 문제도 못 푼 애들이나 남은 시간에 엎어져 자긴 마찬가지라고 한다면 .. 뭐 저도 할 말 없네요 ㅎㅎ.
김연아의 프로그램에서 남들에게 어려운 동작들을 쉽사리 해 보이는 건 .. 스스로 타고난 재능도 있겠지만 이런 속도감에 의한 여백이 그녀의 동작에 숨 쉴 여유를 주기 때문일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남들에겐 별 거 아닐 수도 있지만 그녀에겐 중요한 안무란 물건은 그녀가 갖고 있는 표현력뿐만 아니라 이런 스피드란 요소에도 기인한다고 봅니다.
뭐 이렇게 길게 늘여 놓으면 대단한 얘기 같지만 .. 다 상식선에서 추론될 수 있는 것들이기에 아는 체라 생각되진 않네요.
결론적으로 .. 느려진 마오와 빨라진 연아는 그 실력의 간격이 더 커졌다는 .. 그런 얘깁니다.
2008 GPF에서 마오는 김연아를 누르고 우승하는데 .. 아이러니하게도 이 대회는 그녀들의 격차를 확인하는 계기가 됩니다.
사실 일본 입장에선 두 번 씩이나 넘어진 김연아의 점프 트러블을 문제 삼아 오히려 안심해야 될 상황이었는데 .. 안 넘어졌으면 어찌됐을까 계산에 열중하는 바람에 우승한 마오만 한 번 더 상처 받게 됩니다..
게다가 점프 교정까지 신경 써야 하는 마오는 시즌 내내 쇼트에선 뭘 뛰고 프리에선 뭘 빼고 뭘 넣겠다는 발표로 세월을 보냅니다.
트리풀 룹을 ‘이너바우어표 하늘하늘 더블 악셀’로 대체한 거 이외에 모든 요소가 고정되어 있던 김연아에 비해 프로그램의 구성요소가 불안정했지요.
반면에 김연아는 세밀한 프로그램 구성과 그 디테일한 수행만으로도 남들과 격차를 벌일 수 있을 만큼 모든 요소를 업그레이드 시킵니다.
올 시즌 성과만 보면 마오는 그랑프리를, 김연아는 월드와 4대륙 타이틀을 얻어 전년도의 역전현상 정도의 결과로 나타났지만 .. 이길 때는 박빙, 질 때는 안드로메다 오가는 차이가 나는 결과의 내용은 심판의 자유재량 점수에 의존해서는 해결될 수 없는 그녀들의 격차를 보여 줍니다.
더욱이 김연아가 마지막으로 받았던 207점의 점수엔 3-3점프에 두 차례 붙은 어텐션과 실수로 건너 뛴 살코와 콤비스핀의 점수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 앞으로 언제라도 추가 주문이 가능하다는 점은 상대방에게 무거운 중압감으로 작용될 겁니다.
뭐 시즌 끝난 줄 알았는데 꼬리뼈처럼 남겨 만든 요상한 대회로 마오의 PB를 억지로 비슷하게 맞춰 놨지만 .. 마오와 김연아의 비교는 고립된 섬에서 달밤에 혼자 뛰는 것보단 같은 경기장에 몰아놓고 함께 해야 제대로 정확하게 할 수 있단 점에서 .. 크게 신경 쓸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암튼 .. 둘의 격차는 점점 벌어져 그녀들을 첨 봤던 원점인 2006년도 세계 주니어 대회로 되돌아간 느낌 마저 듭니다.
[시즌 6] 2009 -2010 아직 미개봉
다음 시즌부터 채점규정에 변화가 생겼고 심판 수도 줄인다는 얘기도 흘러 나오는데 ..
이런 변화가 지금의 구도를 얼마나 흔들지 .. 사실 저도 궁금합니다.
그래도 드는 생각엔 .. 점수 갖고 장난쳐서 순위 바꾸는 일이 예전처럼 수월하진 않을 듯 싶네요.
이번 세계 대회를 통해 김연아는 모든 피겨인들에게 경이로운 존재로 각인됐습니다.
피겨 전문가들 눈에도 기술적인 면이나 예술적인 면에서 모든 요소를 업그레이드 시킨다고 느낄 정도로 다른 선수들과의 레벨 차이도 현격합니다.
여자 피겨계의 수준을 가늠하는 위치에 있는 여싱은 이상한 꼼수로 공략하기 힘든 존잽니다.
예전의 힘 없는 나라의 돌연변이였던 시절과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요.
그렇다고 여왕에서 무수리로 수직 전락한 키미 마이즈너처럼 공격 당할 허점도 거의 없고 ..
실수 없이 자기 능력만 발휘한다면 오히려 몇 점 깎아 내리는 게 무의미할 정도로 타 선수와 격차가 벌어질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듭니다.
마오의 입장에선 ‘부상 없이 건강한 김연아’를 상대하는 것이 얼마나 버거운 일인가 1년 내내 겪었기에 올림픽까지 그 험난한 과정을 반복해야 될 겁니다.
또 아직 완치되지 않은 울렁증이 언제라도 재발될 수 있다고 본다면 그 과정은 더 힘들어 지겠죠.
또 제일 중요한 점이라 생각 되는데 .. 안 넘어지고 경기를 마치면 감격에 복받치는 단순한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
자신의 스케이팅으로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고 싶어하는 김연아와의 격차는 더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마오가 김연아의 라이벌이 될 수 없고, 둘을 비교하는 일도 이제 그만 좀 하자는 분들도 많습니다.
사실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만 .. 또 김연아의 주니어 시니어 피겨 인생을 통틀어 종종 그녀를 딛고 윗자리에 올라선 선수도 거의 마오 밖에 없었으니 무작정 무시할 순 없다고 봅니다.
게다가 그녀에겐 빙판 위에서 날 없는 신발 신고 경기해도 일정한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막강한 배후도 있습니다.
다만 그녀들의 살아온 경로를 더듬어 보며 .. 시즌을 더할수록 능력치의 그래프가 반비례해서 움직이고 두 그래프 사이의 벌어진 간격은 점점 커진다는 결과를 도출하면서 .. 다음 시즌에 대한 결과를 어렴풋이나마 예측할 수 있게 되더군요.
솔직한 맘으로 .. 이런 기분 좋은 결과가 길고 너절하게 주절거린 이 뻘글의 의도라고도 보여 집니다.
물론 승냥스러운 제 입장에서 모든 사항을 객관적으로만 볼 수 없음 역시 인정하고 넘어가야 옳겠죠.
한때 마오에 대해 삼국지의 주유나 모차르트와 동시대를 살아간 살리에르에게 느꼈던 안쓰러움을 가졌던 적이 있었습니다.
14살에 국제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비슷한 시기에 나타난 이상한 동년배 여자애에게 가리워져 버린 불운한 천재 ..
걔만 없었더라면 그랑프리도 4연패했을 테고 .. 세계 선수권도 몇 번 더 먹었을 거고 .. 거의 모든 시니어 대회를 휩쓸며 .. 200점도 최초로 넘겨 기록도 세워 보고 .. 올림픽까지 무혈입성했을 ..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의 피겨 여왕이 됐을 텐데 ..
근데 지금은 맨날 .. 럿츠를 빼니 마니 .. 트악을 몇 번 뛰고 뒤에 뭘 붙이니 마니 ..
러시아 건너가 발레교습도 해야 하고 .. 학교 교양시간에 해머도 가끔 돌려 봐야 되고 ..
그러면서 경기에선 ‘행복한 스케이터’가 되고 싶다는 라이벌이 두 어 번쯤 넘어져야 승부를 겨뤄 볼 수 있는 불행한 스케이터 ...
하지만 요즘은 그 안쓰러움조차 접고 싶네요.
한 번도 상대방의 불행을 이해하려 한 적이 없고 .. 자기가 누린 혜택을 고마워 해 본 적도 없어 보이는 .. 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기는 데만 목 매고 사는 사이보그 같은 느낌의 그녀가 측은하지만은 않으니 말입니다.
제 상상 속의 .. ‘정직한 스케이터가 행복해지는’ 그런 피겨나라가 이뤄지길 간절히 바라면서 필요 이상으로 씨잘떼기 없이 길기만 한 글을 마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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