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양피지 3권 - 서막 - 늑대와 향신료 마이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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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1-13

[일반] 늑대와 양피지 3권 - 서막

ㅇㅇ(211.221) 2017.09.15 12:38:52

조회 2995 추천 14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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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입가에 침이 흐르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고심하던 중에 졸고 있었다. 황급히 입을 닦고 나선 이 사실에 눈가가 찌푸려졌다.

배는 요람과 같은 데다, 무릎 위 쪽이 따듯해 그만 졸아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눈가를 비비며 하품을 하자 무릎을 베개 삼아 자고 있던 소녀, 뮤리가 불만스러운 듯 뒤척였다. 나이는 12, 13세로 빠르면 혼담이 오갈 시기다. 타고난 말괄량이라 결혼 이야기를 꺼내면 엄청난 폭풍우가 몰아칠 것이라고, 항상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상황은 상상도 하지 못한 전개를 맞이하고 있다.

뮤리는 오랫동안 일을 도와주었던 온천장 주인의 딸로 태어날 때부터 자신이 돌봐준 관계였다. 다행히 뮤리도 친근하게 다가와 오라버니, 오라버니라며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런 뮤리가 자신에게 연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불과 얼마 전 일이다.

이 나이의 소녀에게는 있을 법한 생각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마음이 어느 정도인지를 알게 된 것이 10일 전쯤, 해적들이 본거지로 두고 있는 북쪽의 도서 지역에서 토지 문제에 휘말렸을 때였다.

자신은 윈필왕국과 교회와의 싸움에 참여해 북쪽 도서 지역의 신앙에 대한 이단 여부를 조사를 하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었다. 그곳에서는 기도만으론 어쩔 수가 없는 가난의 현실을 알게 되었고 가혹한 삶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게다가 사는 것도 빡빡한 그곳에 남쪽의 큰 상사와 교회가 파견한 대주교가 부정한 계획과 황금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것을 해결한 것은 거의 운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고, 누군가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바로 뮤리의 것이었다.

그야말로 뮤리의 신앙에 가까운 자신에 대한 호의 덕분이라고.

깜깜한 극한의 바다에 던져져 죽음을 각오한 그때, 뮤리는 주저 없이 자신을 쫓아 바다에 뛰어들었다. 사랑을 다짐한 연인이라도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 무모함과 결단력, 어이가 없을 만큼의 마음을 보여주었다면, 단순히 소녀의 철없는 감정이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게다가 자신은 성직자를 꿈꾸고 있기 때문에 금욕의 맹세를 하고 있다든지, 여동생 같은 존재라 연정에 응할 수 없다 같은 것을 뮤리에겐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다.

무릎 위에서 칭얼거리는 뮤리의 머리를 살며시 매만지자 그 은색에 잿가루가 섞인 것 같은 기묘한 색의 머리카락과 같은 색을 한 삼각형의 모피가 쫑긋쫑긋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짐승의 귀로 늑대의 귀다.

뮤리의 어머니는 현랑 호로는 보리에 깃든 늑대의 화신으로, 숲의 사냥꾼인 늑대가 목숨을 걸고 먹잇감으로 정했다면 도망칠 길은 없는 것이다.

신의 어린 양으로서의 본능은 논리가 아닌 곳에서 그런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논리가 아니더라도, 뮤리는 자신의 여동생인 것이다.

아버지와 딸이, 오빠가 동생과 맺어지는 것을 신이 용서할 리가 없다.

뮤리가 그것을 조금이나마 이해해주었으면 했지만, 잘 안 되었다.

그러나 무릎 위에서 한가히 자는 모습을 보자 쓴웃음이 나온다.

골치 아픈 문제지만, 적어도 지금은 평온한 시간이 흐르고 있다.

바라건대 앞으로도 이런 시간이 계속되길.

이렇게 기도하고, 뮤리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다시 눈을 감은 것이었다.

서막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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