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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시기에 다시 생각하는 이시다 바이간

유지군(220.87) 2018.03.09 17:11:35
조회 402 추천 9 댓글 6
														

요즘 얼굴이 화끈거리는 뉴스를 볼 때마다 이시다 바이간(石田梅岩1685-1744)이란 분을 떠올려보곤 하는데요. 왜냐하면 조닌의 도리, 이른바 장사의 도()를 집대성한 인물이라 오늘날 일본의 배려문화에 일조를 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랍니다.


사실 그분은 상인의 행동과 정신을 체계화시켜 하나의 교본을 만들어 <商道를 집대성해냈는데> 실로 그 영향력은 엄청 컸답니다. 일례로 세계적 대기업인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다 고노스케(松下幸之助1894-1989)가 장사의 도를 이시다 바이간으로부터 배웠다고 술회했던 적도 있었답니다. 그래서인지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사장과 종업원 그리고 소비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장사라고 설파했답니다.


, 그러면 이시다 바이간의 장사의 도란 무엇이며, 어떻게 상도를 구축할 수 있었을까요? 일단, 그분의 삶을 한 번 간략하게 살펴보지요.

우선 그분이 활동했던 시기가 의미심장해요. 그야말로 경제가 호황의 절정에 이를 때였으니까요. 일본에선 그 시기를 일러 겐로쿠(元禄)의 호황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겐로쿠란 히가시야마 천황(東山天皇)의 연호인데 1688년에서 1704년의 시기를 말합니다. 이때 화폐 경제가 깊이깊이 숙성되었고 부를 축적한 조닌 계급이 그야말로 내외에 그 위세를 쩌렁쩌렁 떨치게 되었는데요, 그들의 사치와 방탕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눈살도 찌푸리게 만들었답니다.

목재로 부를 쌓은 기노쿠니야 분자에몬(紀国屋文左衛門1669-1734) 같은 사람이 단적인 예예요. 얼마나 사치를 부리고 호화로웠는지 에도의 한 동네를 아예 몽땅 사서 그곳에서 으리으리하게 지내는가 하면 유곽에서도 돈을 흥청망청 뿌리다시피 낭비를 했답니다. 물론 편법을 쓰지 않고 정상적으로 돈을 모았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겠지만 그의 부는 당대 권력가와의 결탁을 매개로 한 부정 축재였어요. 백성들의 원성이 높지 않다면 그 점이 오히려 이상했겠지요. 그래서 악덕 상인의 대명사로 거론되어 후대의 가부키나 문학작품에도 수시로 단골 소재가 되었답니다.


거대한 부를 축재하고도 가난한 이웃을 외면한 이러한 일부 조닌들을 보면서 이시다 바이간은 하나의 이념이 형성되어 있지 않고서는 거상들이 비뚤어지기 십상이라는 판단을 하게 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이시다 바이간은 부를 축적한 조닌 출신이 아니었기에 가난한 서민대중의 심정을 누구보다도 절실히 알고 있었거든요. 빈농 집안 출신이었으니까요. 집이 얼마나 가난했냐면 이시다가 겨우 8세 대 교토의 포목점에 수습 사환으로 들어갈 정도였답니다. 따지고 보면 일찍부터 조닌의 길로 들어선 셈인데, 안타깝게도 사환이 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포목점이 도산을 하게 되었지 뭡니까. 당연히 이시다는 다시 집으로 돌아가도 상관없게 되었는데도 한 번 맺은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월급도 없이 정성껏 포목점 주인을 모시며 일을 했답니다. 그건 성실하면서도 강직한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기도 했어요. 이시다는 아버지로부터 산에서 주워온 밤 하나에도 주인이 있다면 돌려줘야 된다는 가르침을 받았으니 정직과 신용 그리고 성실이 삶의 이정표가 될 수밖에 없었답니다.


여하튼 이시다는 15세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고 이후 23세 때에 다시 교토로 나가 기모노 상점에 수습 사환으로 취직했답니다. 그리하여 17년간 열심히 일을 하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으며 지적 소양도 쌓아 나갔어요. 주경야독 끝에 나이 40세에 이르러서야 가게의 점장이 될 수 있었는데 이 무렵 초야에 묻혀 사는 학자 오구리 료운(小栗了雲)을 만나 참선과 수행 및 유불선 사상도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당대 일부 조닌들의 탈선도 보면서 이시다는 많은 걸 깨우치게 되지요. 무엇보다 정신적으로 수양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강렬히 인식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하여 42세에 점장을 은퇴하고 본격적으로 심학운동(心學運動)을 개창하게 된답니다. 이것을 일본어로 세키몬신가쿠(石門心學)라고 하는데, 한마디로 조닌들에게 삶의 의미를 찾는, 마음의 교화운동을 주창했던 것이지요.


물론 처음부터 성황은 아니었어요. 교토의 구루마야초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심학을 가르치겠다며 학교를 열었지만 찾아오는 제자들은 별로 없었지요. 하지만 그는 여기에 굴하지 않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조닌들의 교화에 노력을 다했어요. 그뿐만 아니라, 저서도 집필해 발표했는데도비문답都鄙問答이 대표적 저서입니다. 1738년에 발행되었는데 반향이 대단히 컸어요. 무려 10쇄나 거듭 인쇄되었다고 하네요.

도비문답이란 자신과 문하생과의 문답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이념화시킨 저서인데, 덕분에 그의 지명도는 날로 높아져 갔고 많은 제자가 생겨 마침내 하나의 학파를 형성할 정도가 되었답니다.


하면, 당대 조닌뿐만 아니라 서민대중도 감동시킨 이시다 바이간의 주장의 근간을 이루는 건 단적으로 말해 무엇일까요? ‘제업즉수행諸業卽修行.’ “일하는 것은 정신 수양이며 자기의 완성으로 나가는 행위바로 이것이랍니다.


이시다는 이것을 근본으로 삼아 상도를 하나하나 구축했는데, 핵심 중의 핵심은 판매자인 상인은 물론이고 소비자도 만족시킬 수 있도록 하는 것바로 이것이 그분이 주창한 상도의 진일보한 모습입니다.


그러니까 상인의 활동이 오로지 이윤 추구에만 함몰되어 공동체나 소비자는 안중에도 없이 눈앞의 이익에 골몰하는 건 절대로 조닌이 취할 자세가 아니라는 얘기인데요, 이것은 달리 말해 고객의 만족에 초점을 맞춘 상행위로 모든 일에 임해야만 조닌으로서의 존재 가치가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즉 기노쿠니야 분자에몬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 부를 쌓았다 하더라도 제업즉수행이 되지 않았던 탓에 달리 말해 일을 통한 정신 수양의 경지에 오르지 못했기에 필연코 사치와 방탕이 따라붙을 수밖에 없었다는 겁니다. 사치와 방탕에는 공동체에 대한 배려의 마음이 전혀 없거든요. 결국 상도는 판매자와 소비자 그리고 생산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고도의 정신 수양이 실현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답니다.


따라서 이시다 바이간이 완성한 상도는 그 보편성으로 인해 이후 조닌만이 아니라 서민대중으로까지 파급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야말로 일본 장인 정신의 원동력이 되어 버렸지요. 현대의 '메이드 인 제팬의 신화를 이룩하는 하나의 초석이라는 겁니다.


그 정신이 현대의 마쓰시다 고노스케에게까지 이어졌으니 사장과 종업원 그리고 소비자 모두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장사!”라는 말의 원류는 바로 이시다 바이간, 그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이시다 바이간은 선각자였습니다.

그러므로 상도의 정신에는 이윤이 작더라도 소비자를 배려하는 마음이 그 중심에 섰다고 할 수 있겠어요.


그러한 배려가 문화로 정착되어 있는 사회, 언제나 그립고 또 그렇게 되기를 한결같이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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