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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에서, 히지카타 도시조(土方歳三)의 추억

유지군(220.87) 2018.03.13 19:18:17
조회 172 추천 7 댓글 0
														


히가시혼간지역에서 10여분 걸으면 니시혼간지(西本願寺)가 있다.

교토 갈 때마다 자주 들러본다. 왜냐하면 바로 이곳이 신선조가 본진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미부로의 야기 저택 이후 이때가 신선조의 가장 전성기였다.


원래 니시혼간지는 정토진종의 총본산이었다. 다이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지원까지 받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할 정도였다.

그러나 히데요시 사후 곤겐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1602년 절을 양분하여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니시혼간지로 분리시켜 버렸다.

따라서 에도 바쿠후 시절 내내 니시혼간지는 토쿠가와 가문과 소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히지카타 도시조(土方歳三)는 굳이 이곳을 신선조의 본진으로 사용하려고 했으며, 이것을 반대했던 야마나미 케스케(山南敬助)의 할복 이후, 전격적으로 본진을 옮겨 버렸다. 고로 니시혼간지에는 바로 신선조의 히지카타 도시조의 체취가 가장 강렬하게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


신선조를 뜨겁게 얘기할 때 절대로 빠뜨릴 수 없는 인물…… 바로 그가 히지카타 도시조이다. 타마 출신의 농민이었다.

신선조 국장 곤도 이사미(近藤勇)와 마찬가지로 '사무라이 계급' 출신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또한 친구관계였다.


그러나 곤도 이사미는 시에이칸(紫永観)의 양자가 되면서 '천연이심류'3대 후계자가 되어 형식적이나마 무사로 승격된 반면, 도시조는 떠돌이 약장수까지 경험할 정도로 소위 '밑바닥' 생활을 전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의 의기투합은 신선조 설립에 절대적이었고, 출신의 열등감을 해소하고 무사로서의 신분상승을 위해 도시조는 신선조에 모든 걸 걸었다.


그만큼 경직될 수밖에 없었다. 하여 무시무시한 '신선조 법도'를 만들었고 엄격히 이것을 실천했다. 내부 분쟁을 비롯한 신선조의 과도한 폭력의 뒤에는 도시조가 관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그래서 대원들에게 그는 피도 눈물도 없는 '귀신부장'으로 불려졌다.


신선조는 최강의 무사집단이 되었다. 도시조의 힘이다. 바쿠후 멸망 직전 신선조는 공식 무사의 자격을 받게 된다. 그것도 하타모토! 도시조의 염원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즉시 대정봉환이 단행되고 바쿠후가 해체되었으며 사쓰마의 친위 쿠데타로 요시노부 쇼군마저 조정에서 쫓겨나는 격동의 시기를 맞게 되었고, 곧 도바후시미 전투와 무진전쟁의 파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것은 곧 신선조 몰락의 단초였다.

동시에 히지카타 도시조의 '신화'를 의미하는 일이기도 했다.


도시조를 얘기하면 곧잘 가슴이 뜨거워지고 눈시울이 화끈거린다.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간, 오기도 애틋할 뿐더러 그 장려한 최후가 못내 눈물을 자아내게 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분명히 말하거니와 도시조의 복잡한 심경과 우직스레 밀고 나갔던 뚝심은 무사계급이 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한 사내로서의 '자존심'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비록 하급이긴 했지만 무사출신이었던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 사카모토 료마(坂本龍馬)나 과묵하지만 열혈남아였던 사이고 다까모리(西郷隆盛) 같은 무사출신으로선 좀체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예컨대 여자문제에 얽힌 마쓰바라 주지(松原忠司)나 이미 나락으로 떨어진 다케다 간류사이(武田觀柳齊)의 암살 같은 일에도 주저를 보이지 않았다는 것은 다시 말해 출신계급의 열등감에서 비롯된 '완벽'에의 조급함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이것을 inferiority complex 로 볼 수도 있겠다

물론 그런 만큼, 그건 오히려 도시조의 '인간적 일면'이라 할 수 있었다. 시대의 조류에 상관없이 자신이 꿈꾸었던 한 가지를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앞으로만 나아간다.


그것이 히자카다 도시조였다. 그 때문에 무진 전쟁의 거듭되는 패배에도 신선조가 거의 괴멸의 상태인데도 그는 끝까지 신선조의 깃발을 놓지 않았다.

18689월 신선조의 후원자였던 아이즈 번이 토벌되었고, 그 이듬해 하코다테의 고료가쿠 전투에서 정부군에 패배하자 구바쿠후군은 모두 항복했는데, 그 전투에서 도시조는 바쿠후 최후의 막신 에노모토 다케아키(榎本武揚)에게 이렇게 말하고 홀로 백마를 타고 적진에 돌진했다.


<내가 바로 신선조다>


시를 짓고 그림을 즐겨 그렸던 히지카타 도시조…… 폐결핵에 걸린 오키타 소지(沖田総司)를 위해 조선산 인삼을 구해 달여 먹이게 했던, 수려한 외모와 깊은 눈매의 도시조……

그런 그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기상을 포효했던, 교토의 사쓰마 및 조슈의 지사들을 벌벌 떨게 했던, 신선조의 전성기이자 도시조 인생의 정점이었던 니시혼간지의 시절…… 그래서 경내에 발을 들이면 지금도 도시조의 목소리가 세차게 들려올 것만 같다.

어쩌면 그 호령이란 자신을 버리고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인간의 원초적 본능의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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