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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군갤문학]빨간 명찰앱에서 작성

SAMPS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30 01:12:06
조회 2770 추천 44 댓글 8
														

BGM






'해병대 12xx기 전역식'

드디어 18개월의 짧아졌지만 길었던 군생활을 끝내고 전역식을 갖는다
주위를 둘러보니 포항의 훈련단에서 보던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다들 나랑 같이 아쎄이에서 오장.. 알상..  이갈리던 시기들을 거쳐서 여기까지 온 동기들이다.  훈련단에서는 어리버리하던 얼굴이 기합이 들고 늠름해진걸 보니 과거의 나의 어리버리함을 떠올렸고, 지금의 내가 얼마나 삭아 있을지를 상상해 보았다.

단상에 내빈들과 임석상관, 사회자들이 올라오자 대열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다가 이내 잠잠해졌다. 하지만 다들 행사가 시작되기 때문에 잠잠해진 것이 아니었다. 놀라운 광경에 서로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해서 떠들다가 이내 할 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우선, 해병대 전역식이라는 플래카드가 붙어 있음에도 단상 위의 장교들은 전부 검은색의 더블 브래스티드 재킷에 흰색 와이셔츠, 검은 넥타이를 매고 있었다. 그들의 왼쪽 가슴에는 금색의 수상함, 육상 보병전, 육상 기갑전 등의 휘장이 붙어 있었다. 나의 마음을 모르는지 아는지, 그들은 행사 시작 전의 짧은 시간을 통하여 선배님 후배님 하며 저들끼리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몇달 전인가, 오장과 밑의 애들이 국방일보를 보면서 술렁거리고 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아침부터 선임 해병님이 계시는데 시끄러워서 '우리 후임 해병들이 배가 고파서 기합도 빠지고 시끄러웠구나?'하고 한 사람당 우유 10팩을 연속으로 마시게 시켰던 일이 있었다. 내 아쎄이때였으면 우유 스무 팩에다가 김치까지 꽉꽉 채워서 씹지도 못하고 삼키게 했는데.. 하며 군대 좋아졌음을 실감하면서.

티비에서 뉴스나 예능도 보지 않던 나는 그들이 왜 그랬는지 전역 며칠 전날에야 자신의 전역증을 보고서야 알 수 있았다.
'...전역자임을 증명함 해 군 참 모 총 장'
행정병의 싸대기를 올려붙이며 장난하냐 추궁하자, 행정병이 뉴스 못 보셨냐는 말씀과 함께 공문과 국방일보 기사들을 나한테 들이밀었다.

"해병대사령부 다시 역사 속으로.."
"국방개혁 3.0에 따라 항공•군악의장•의무군종•군사경찰 등 병력운용 효율성 증가 및 비용절감"
"해군의 해병대 흡수로 군악의장과 군사경찰 등의 병력들의 티오를 절감.. 창끝부대인 함정과 상륙병력에 집중"

등의 기사가 나왔다.
앞으로 신병들은 물결무늬 전투복에 대한민국 해군 패치를 붙이게 된다.
빨간 명찰도 눈에 띈다고 없어졌다.
우리를 구별하는 특징은 물결무늬 전투복과 해군 패치 위에 상륙보병, 상륙장갑 등의 패치와 땅개같은 왼쪽 팔의 부대마크밖에 없었다.
포항의 해병대교육훈련단도 해군육전교육단으로 이름이 바뀌었다.
우리 전역복 또한 새로운 디자인의 물결무늬 전투복에 예비군 마크만 붙어있는 모습이었다.
좆같은 물개 패치에 엿같은 땅개식 부대마크.. 순간 열이 확 올라와서 쥐어 뜯어내려다 김이 새서 침대에 드러눕는다..

문득 내 맞선임이 생각났다..
세 기수 위의 체질해병인 황근출 해병님..
'황 해병님.. 그토록 체질이시더니 기어이 빨간 명찰만은 지켜내셨습니다..'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어본다

"에휴.. 너네가 그렇게 되었구나.."
"....어쩌다 이렇게 된 겁니까?"
"뻔하지 뭐, 물개한테 치이고 항공대에 전투기 찝적거리다 참새한테 쪼이고 아파치인가 헬기 좋은거좀 타겠다가 땅개새끼들한테 찍혔는데 마침 윗대가리가 빨..."
그 이후 뭐라고 대화를 했는지는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회상을 하던 중에도 행사는 계속 진행되었고, 먹은 짬은 어딜 가지 않아서 무의식중에도 내 몸은 행사에 참여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나가자 해병대'를 제창하겠습니다"
바뀌기 이전 가사로 제창할 수 있는건 최후의 배려였을까
이제 내 빈자리를 채울 신병들은 '나가자 육전대'라는 새 군가를 부르겠지?
군악대의 반주가 시작되자 괜시리 서글퍼졌고 목소리의 빈 자리를 울음이 채울것 같아서, 나는 공연히 악을 써대며 군가를 불렀다. 주위의 동기들도 눈시울이 촉촉하게 젖어 있어서 악을 써댔다.

'우리들은 대한의 바다의 용사
충무공 순국정신 가슴에 안고
태극기 휘날리며 국토 통일에
힘차게 진군하는 단군의 자손
나가자 서북으로 푸른 바다로
조국건설 위하여....'

여기서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제는 듣지 못할 이름
"대 한 해 병 대"
울음과 악이 터졌고, 내 동기들도 그랬다.

그것을 아는지, 알면서 모른척 하는지 사회자는 임석상관인 '해군 2참모차장'께 대하여 경례를 시켰고
"이상으로 제 12xx 해병대 병 전역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라는 선언과 동시에 듣도 못한 물개들의 노래가 나왔다.

노래가 나오자 단상의 내빈과 장교들은 기념촬영을 하기 시작했고, 마지막 해병대원의 전역식 또한 끝났다.
허망했다
단순히 군생활이 끝나서 시간의 쏜살같음이 아니라 부대마크는 거치적거렸고 해군 패치는 어색했으며 민무늬 초록 저시인성 명찰은 밋밋했다.
그 어색함과 이질감에서 공허를 느낀 나는....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
이라고 외치며 왼쪽의 동기의 허리띠를 붙잡았다.
"뭐해 임마!"
동기가 저항할 새도 없이 동기의 바지를 내렸고 의기소침해진 동기의 해병혼과 그의 공허함에 나는 분노했다.
나는 다시 해병혼에 불타올랐고 내 해병혼은 기합이 들어서 바지 너머서도 그 윤곽을 똑똑히 드러내고 있었다.
지퍼를 내려서 윤곽뿐만 아니라 그 실체를 당당하게 드러낸 해병혼으로 동기의 공허함을 채웠다. 그의 해병혼은 꺾였을지라도 18개월의 해병 생활 덕분에 그는 나의 해병혼을 쉽게 받아들였다.

'흐그윽.. 너!'
주위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저놈 뭐냐는 임석상관의 고함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쎄이 시절 김대극 해병님이 가르쳐 주시고, 맞선임 황근출 해병님이 내게 전해주신 해병의 전우애.. 이제 나는 그것을 동기에게 가득 전해주었다.
내가 전우애를 뱉어내고 나서도 내 해병혼의 기합은 빠지지 않았다. 주위에서 나를 끌어내고 있었지만 나는 아랑곳 않고 민무늬 명찰을 옷에서 때어냈다.
동기는 내가 주입한 전우애에 화답하듯 붉은 해병정신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명찰에 해병 정신을 가득 묻혀서 끌려가는 와중에 옷에 다시 붙였다. 이제 나는 빨간 명찰이다!

끌려가며 손목에 수갑이 채워지고 연행되면서도 나는 팔각모 사나이를 우렁차게 불러댔다. 황근출 해병님.. 김대극 해병님.. 어디선가 '간만에 해병다운 기합이야 기합!' 하는 칭찬이 들린 것 같다.

















사실 더 충격적인 엔딩도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거는 차마 나도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더라..
땅개인 내 군생활 중에 해병대에 악감정은 없었지만 어째 타군들과 사이가 안 좋은 모습과 자기들끼리도 오도된 문화에 차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고 유튜브의 사관후보생 임관식을 보다가 아까 올린 댓글을 쓴 오도해병인지 어그로인지를 보며 글의 아이디어가 떠올랐음.
사이좋게 지내요 서로서로.... 엔딩처럼 사이좋진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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