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마당에 진돗개 세 마리를 키우고 있다. 한 마리는 수놈이고 나머지는 암놈들이다. 개는 밥그릇 서열 관계가 유독 강하다. 제 밥그릇을 다른 개가 기웃거리기만 해도 으르렁대며 경고한다. 특히 서열대로 밥을 주지 않거나 다른 개들에게 고기 한 점이라도 더 주면 아예 밥을 먹지 않기도 한다.

봄에 암컷 이월이가 순산했다. 이놈은 유달리 겁이 많았다. 마당에 낯선 사람이라도 기웃거릴라치면 목청껏 짖는 다른 개와 달리 제 집으로 잽싸게 기어드는 소심한 성격이었다. 그런 이월이가 강아지 네 마리를 낳았다. 첫 출산임에도 불구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새끼를 잘 돌보았다.

보름 정도 지나자 강아지가 눈을 뜨더니 개집 바깥으로 꼬물꼬물 나오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중 제일 둥실해 보이는 놈이 결국 탈출에 성공했지만 다시 집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낑낑댔다. 이월이는 강아지를 물어 집 안으로 넣는 일을 일과처럼 했다.

한 달이 더 지나자 앙증맞은 강아지들이 비좁은 집 밖으로 나와 마당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지치면 쪼르르 달려와 어미 배에 매달렸지만 이월이는 차츰 젖을 물리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강아지들을 불러 우유를 주었다. 네 마리의 강아지가 한 개의 밥그릇 속에 허겁지겁 고개를 숙이자 고요한 마당은 꿀꺽꿀꺽 파도 소리로 넘쳤다.

대개 진돗개가 그러하듯 이월이도 자신의 밥그릇은 제 새끼도 넘보지 못하게 했다. 만약 어미 그릇 쪽으로 강아지가 어슬렁거리면 가차 없이 새끼들을 물어 혼냈다. 물린 강아지는 한참이나 깨갱대며 서럽게 울었지만 어미는 본체만체했다.

두 달째 되던 날부터 이웃에 한 마리씩 강아지를 분양했다. 그때마다 이월이에게 맛있는 밥을 따로 주었다. 강아지를 상자에 담자 이월이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제 밥그릇에 정신을 팔았다. 두 번째, 세 번째도 그랬다.

마지막 강아지를 분양하는 날은 이월이도 무엇을 눈치챘는지 상자에 담는 제 새끼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하는 수 없이 강아지를 잠시 내려놓자 강아지는 이월이의 밥그릇으로 한걸음에 달려가더니 정신없이 코를 박았다. 이상했다. 이월이는 슬그머니 밥그릇 뒤로 물러나 있었다.

-권/주/열(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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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문장에서 울컥함.

읍읍당을 보니 밥그릇 싸움이 치열한 듯.
뿌리가 흔들리며 쓰러질 지경인데도
간신히 남은 명줄이나마 부여잡고
개인의 마지막 영달을 위해 안간 힘을 쓰는 건지.
대의보다 개인의 영달에 눈독 들이는 자들이
정치인으로 행세하는 모습은 씁쓸하고도 슬프게 한다.
정치인에게 희생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기본이라도 갖추기를 바라는 마음.
부디 민심과 혈세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이
체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