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드라마의 뻔한 클리쎼라고 불리는 출생의 비밀은

사실 고대 그리스 비극 오이디푸스에서 기원했다

오이디푸스는 본인의 운명에 대해 알지 못했고 결국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취하는 패륜을 저지르게 된다

관객들은 오이디푸스 출생의 비밀을 인식하거나 어렴풋이라도 예상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극을 보게 되는 관객들은 용서받지 못할 패륜임에도 오이디푸스에게 크나 큰 연민과 비극적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데

이 지점은 한 인간의 힘 혼자로는 거스를 수 없는 운명이라는 장치가 작용한다

불가항의, 운명이라는 수레바퀴가 희대의 패륜아 오이디푸스를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재탄생시킨다

이런 오이디푸스 비극에서 말미암은 플롯은 당연하게도 천원짜리 변호사에서도 사용된다

그러나 작가만의 방식대로 변주가 되었다

검사 천지훈은 자세히는 나오지 않지만 관객들이 예상할 수 있는 출생의 비밀을 갖고 있다

아버지 김윤섭과 성씨가 다른 것이 첫 번째고 가족 모임에 직접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게 두번째이다

검사 천지훈은 오이디푸스처럼 영웅적인 면모를 지녔고

마치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환경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뛰어난 능력을 가진 인물로 묘사된다

차이점은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으며

아버지에게 수사의 칼날을 돌리지만

김윤섭 의원의 출석 조사 과정에서 천검은 아버지를 설득하여 출구 전략을 제시한다

그러나 천지훈 검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지는데

김윤섭 의원은 검찰 조사 이후 귀가하지 않고 자살하게 되었고

졸지에 천지훈 검사는 아버지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아버지를 수사하게 되어 아버지를 죽이게 된 패륜적인 검사가 되어버린다

이 때문에 본가로 돌아갔다가 큰 형에게 큰 꾸지람을 받는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사랑하는 이주영 변호사까지 (결국 자신 때문에)죽음에 이르게 되고

위치는 다르지만 오이디푸스가 사랑하는 여인(즉, 자신의 어머니)가 목을 매달아 자살하는 것과 유사하게

천지훈 검사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두 사람, 즉 아버지와 사랑하는 연인을 모두 잃는다

아마 지하철에서 어이없게 칼에 찔려 죽는 장면에서 연출이 뭐 이런식이야 황당했던 사람들도 많을텐데

여기서 핵심은 이주영 변호사의 죽음도 결국 천지훈 검사로부터 말미암았다는 점이 중요하다

즉, 오이디푸스의 어머니이자 아내가 오이디푸스의 아버지가 누구인지를 알게되자 목을 매달고 죽은 것처럼,

이주영 변호사는 천지훈 검사로부터 죽은 김윤섭이 천지훈 검사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알게된 뒤에 죽게 된다

이 모든 비극을 겪은 천지훈 검사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선글라스를 쓰게 된다

하지만 굳이 선글라스인 이유가 또 있는데

오이디푸스 비극의 결말에는 이 모든 운명을 맞이하게 된 오이디푸스가 자신의 눈알을 파내버린다

변호사 천지훈은 이 사건 이후로 밤,낮 할 것없이 선글라스를 끼게 되는데

선글라스는 몇 가지 의미를 더 캐낼 수 있다

1. (당연하지만) 햇볕을 줄여주지만 시야가 가려진다

2. 시각장애인들의 경우 선글라스를 끼는 경우가 많다

3. 나안임에도 범죄자를 몰아세우던, "색안경"을 낀 흑백 논리의 검사 천지훈에서

선글라스를 쓰고 다님에도 편견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변호사 천지훈으로 바뀌었다

그러니까 오이디푸스가 눈알을 뽑는 대신

검사 천지훈은 선글라스를 쓰게 된 것이고

이러한 결말로 오이디푸스 비극이 마무리가 되듯이

천원짜리 변호사의 1막의 이야기는 이렇게 마무리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