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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기 무르만스크 사건의 진실 (스크롤 압박)

파라 2006.09.01 22:42:27
조회 2239 추천 0 댓글 15
							
출처는 여기... 원문은 조갑제가 월간조선(1984년)에 쓴글이라네요. http://www.koreareview.co.kr/part8/general/story.php3?start=0&mode=&field=&s_que=&code=683 (세줄요약) 1. 태양 방향이 180도 바뀔 정도로 항로가 빗나갔다. 2. 따라서 절대로 항법사 혼자 실수가 아니고, 조종팀 4명 모두에게 과실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3. 조종실에서 트럼프 놀이를 하고 있었다는 "전설"이 있다. ----------------------------------------------------------------- KAL에 칼을 댄다② 태양 자리 바뀐 것도 몰라 지난 1978년의 무르만스크 강제 착륙 사건은 KAL 조종사의 장단점과 대한항공이 지닌 기업으로서의 윤리 수준을 극명하게 보여 준 가장 KAL的인 사고였다. 神技의 비상 착륙을 할 수 있었던 기장이 왜 그토록 어처구니 없는 항로 이탈을 몰랐던가? 「大韓航空十年史」는 이 사고를 설명하면서 「…정비 불량이나 조종사의 실수로 인한 것은 아니었다」느니 「불의의 총격으로 보아 소련 영공을 침범했던 모양이다」고 하고 「다급한 상황 속에서도 전 승무원들의 마음가짐은 침착했고 책임감은 투철했다」고 기록했다. 우리 정부와 법원의 판단은 이와는 사뭇 다르다. 정부의 조사 보고서는 공개된 적이 없다. 법정에 증거로 제출된 적은 있다. 당시 미사일 파편을 맞고 숨진 두 승객 중 한 사람인 方태환씨(당시 대우개발 사원)의 유족들은 대한항공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었다. 서울지법에선 원고 승소, 서울 고법과 대법원에선 원고 패소로 판결, 확정됐다. 패소 이유는 대한항공의 과실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원고측에서 시효를 넘기고 나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었다. 한국도 가입한 바르샤바 항공 운송 협약은 사고 발생 후 2년 이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方태환씨의 아버지 方현모씨에 따르면 대한항공과 배상금 문제로 협상을 벌이다가 시효를 넘겼고 대한항공측에선 소송 시효가 있다는 사실조차 알려 주지 않더라고 했다. 『그런 국제 협정이 있는지 우리 같은 시민이 어떻게 알겠는가? 나라를 대표한다는 대한항공이 할 짓이냐?』는 게 그의 원망이다. 方씨 유족은 1심에서 승소하자 배상 청구액의 일부인 1천9백여만 원을 KAL로부터 가압류했었다. 2심에서 KAL이 승소하자 KAL측 변호인은 『판례를 남기고 싶으니 상고를 해달라. 그러면, 1천9백만 원은 돌려받지 않겠다』고 하여 方현모씨는 그렇게 했다고 한다. 서울 지법과 고법은 그러나 한결같이 이 사고에 대한 대한항공의 과실만은 인정했다. 그런 판단은 정부의 사고 조사보고서에 근거한 것이다. 「…그린랜드 동남방 메스터빅을 통과한 후 북극 항로에서 비행 방향의 설정 기준이 되는 방향 자이로에 내부 결함이 생겨 과도한 내부 오차가 발생했다. 북극 항로는 8시간 이상 되는 난 코스로서 INS가 설치되지 아니한 위 여객기에 항법사로서 탑승한 이근식은 지상 항법 보조 시설, 천체 관측, 육안에 의한 지점 확인 등으로 운항 위치를 확인, 수시로 방향 자이로가 극지에서 일으키는 오차를 수정하여야 했었다. 이근식은 이 주의의무를 태만히 하였다. 불량한 자이로가 지시하는 인공 자오선 항로를 따라 운항하도록 방치했다. 여러 가지 보조 항법을 통한 위치 확인 및 항로 수정작업도 하지 않았다. 여러 과실이 경합되어 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반증이 없다」(1983년 3월29일 서울고법 판결문의 일부 요지). 이 재판의 법정에서 사고 비행기인 보잉 707기장 金暢圭씨는 『기장적 뒷자리에 앉은 이근식씨에게 항법 장치의 이상 유무를 물었으나 정상이란 대답을 들었다』면서 『항법사의 잘못으로 소련 영공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증언했었다. 지난해 11월호의 일본 월간지 文藝春秋에는 「무르만스크 총격 사건의 怪」라는 기사가 실렸다. 필자 오오우찌 세이코는 707기에 탔던 일본인 승객들의 체험담을 기사로 재구성을했는데 이런 대목들이 있다. 「스튜어디스에게 어디냐고 물었더니 『알라스카에 불시착할 예정이며 구조대가 이미 대기하고 있다』는 대답이었다」 「승객 오오야(大谷)씨는 왼쪽 창밖에 있어야 할 태양이 어느새 오른쪽으로 돌아와 있음을 알았다. 조종실에 앉은 어느 한 사람이라도 그냥 창 밖을 보기만 했더라도 눈치챘을 이런 이상 사태를 발견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알라스카로 피항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착각이 생긴 것이 아닐까?」 「오오야씨가 金 기장에게 계기(필자 주: 항법 계기를 의미한 듯)에 대해서 물으니 金기장은 항법사쪽의 계기는 이륙 당초부터 고장이 나 있었다고 했다」 「소독약도 실려 있지 않았고 산소통은 여섯 개 있었지만 발브가 녹쓸거나 열어보니 비어 있는 등 반수가 못 쓸 것이었다」 「管野씨는 동생이 죽은 직후라 한국 승무원에게 엄하게 다그쳤다. 어느 승무원이 더듬더듬하는 일본어로 『용서하십시오. 카드를 하고 있었습니다』고 말하는 것을 확실히 들었다」 이 대목들을 다 믿을 수는 없다. 그러나 태양 방향이 비행기 왼쪽 창쪽에서 오른쪽으로 바뀐 것을 승무원들이 몰랐다는 지적은 날카롭다. KAL기는 당시 북동쪽으로 가다가 거의 1백80도로 U턴했으니 태양 방향이 바뀔 수밖에. 사고 조사 보고서와 체험담을 종합해 보면 KAL승무원이 루틴 체크의 원칙을 무시한 게 사고 원인이었음을 단박에 알 수 있다. 어느 일본인은 이런 평을 한다. 『KAL 조종사들이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부드럽게 착륙을 할 것이다. 승객이 接地 사실을 모를 정도다. 전투기 조종사 출신이 많아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비상시의 임기응변도 굉장히 잘 한다. 그러나 근무 자세에는 문제가 많은 것 같다. 원칙을 잘 따르지 않는다든지…』 대한항공의 社史는 이 비극적인 무르만스크 사건을 기술함에 있어서 그들의 책임을 호도하고 잘한 것만 추켜세움으로써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고 있다. 잘못에 대한 치열한 반성이 없을 때 그것이 교훈으로 남을 리가 없다. 「역사의 깨우침을 모르는 자에게 그런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말뜻을 KAL은 진지하게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趙重勳 회장은 『경영은 종합 예술이다』는 말을 자주 쓰는 모양인데 도덕성이 빠진 예술은 기교일 뿐이다. 위기 극복보다는 위기 예방 지금까지 예로 든 KAL 조종사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조종 기량은 세계 도처에서 특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율배반적인 평가 속에 KAL 안정성 문제의 핵심이 있다. KAL 홍보 자료는 조종사들의 우수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5백90명(1983년초 현재)의 조종사 가운데 20년 이상 경력자가 3백57명, 16~20년 미만 경력자가 67명, 10~16년 미만이 67명으로 16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노련한 조종사가 전체의 72%나 된다. 비행시간으로 보면 2만 시간 이상 조종사는 1백77명으로 전체의 30%다」(民航14년, 어제와 오늘) KAL은 1980년11월에 일어난 점보기의 金浦공항 착륙 화재 사건까지는 「조종사의 과실에 의한 승객 사망 사고가 없는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항공사」라고 뽐내기도 했었다. 사실 KAL 조종사들처럼 전투기와 여객기를 두루 경험하고 긴 비행경력을 쌓으며 아슬아슬한 위기를 많이 극복한 조종사들은 세계에서도 드물다. 앵커리지 사고처럼 「재수없게」 터져 자빠진 「빙산의 일각」 밑에는 얼마나 많은 위기 일발의 순간들이 있었을까? 간신히 모면된 사고의 터진 사고의 차이는 운수일 경우가 많다. 사고 미수가 많이 생기면 진짜 사고도 많이 나는 법이다. 항공기의 안전은 예방 개념과 「제로 디펙트」, 즉 완전 무결의 개념에 입각하고 있다. 항공기는 자동차와는 달리 인간 생존이 불가능한 허공속을 달린다. 자동차는 엔진이 꺼질 때 세우고 고치면 되지만 비행기는 그럴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조종사라도 비행 사고에선 대처하는 데 매우 미약한 재량을 가질 뿐이다. 비행 안전에선 위기 극복보다 위기 예방이 더 중요하다. 그런 뜻에서 훌륭한 조종 기술보다는 뛰어난 안전 관리 시스팀이 훨씬 소중한 것이다. 점보기의 부속품은 약 4백50만개나 된다. 99.9%의 정상가동률은 4천5백개의 부품이 고장난 것을 뜻한다. 항공 안전엔 오직 1백%의 완전 무결이 요구될 뿐이다. 우리가 항공사에 요망하는 것과 고속버스 회사에 요구하는 것이 같을 순 없다. 항공사에선 항공기들이 위험스러울 만큼 가깝게 빗겨 지나가는 것을 「니어 미스」(Near Miss)라 하여 사고로 취급한다. 나도 「…할 뻔했던」 것도 사고로 생각하는 그런 자세로 KAL의 안전성을 따질 생각이다. 비행기에도 있는 過積 사고 007사건, 무르만스크 사고, 金浦 착륙 화재 사건과 함께 KAL의 4대 사고로 꼽히는 것은 1976년 8월1일 이란의 테헤란에서 일어난 보잉707화물기 추락 사고다. 李澾範 기장을 비롯한 승무원 5명이 숨졌다. 당시 이 화물기는 빈 비행기였다. 이륙직후 엔진 추진력이 제대로 나지 않아 비행기는 기우뚱 기우뚱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승무원들은 안정을 되찾기 위해 그 대책에 몰두하다가 좌회전하는 것을 잊어 먹고 그대로 오른쪽 산맥 끝을 들이받았다. 작은 고장에 신경쓰다가 더 큰 실수를 발견 못해 대참사가 생긴 사례는 외국에도 많다. 이 화물기엔 정말 악령이 씌워져 있었던 모양이었다. 사고 화물기는 하네다에서 방콕을 경유 테헤란에 도착, 짐을 부렸었다. 하네다를 이륙할 때는 근 36t이나 되는 화물을 실어 최대 이륙 중량에 꼭 차 있었다. 기장은 『너무 무겁지 않을까?』하고 걱정하면서도 이륙을 단행했다. 항공기가 활주할 때는 결심속도(VI)와 부양속도(VR)를 통과해야 한다. 결심 속도는 비행기 무게에 따라 약간씩 달라지지만 대개 1백20~1백40노트9비행기 속도는 배와 같이 노트로 표시한다)다. 이 속도가 나기 이전에 엔진 마비 등 중대 고장이 발생하면 이륙을 포기할 수 있다. 포기해도 활주로를 넘지 않고 멈출 수 있다. 결심 속도를 지나서는 설사 엔진이 하나쯤 마비되더라도 일단 이륙한 뒤 대책을 다시 강구해야 한다. 결심 속도를 지나 이륙을 포기하면 활주로 끝을 넘어가 고꾸라박히기 때문이다. 부양 속도는 대강 1백35~1백55노트다. 활주중 비행기가 이 속도에 도달하면 조종사는 조종간을 당겨 기수를 치켜 든다. 기체는 저절로 활주로를 떠난다. 문제의 보잉 707 화물기는 하네다의 활주로를 아무리 달려도 이륙 속도가 나지 않았다. 화물을 너무 많이 실었기 때문이었다. 활주로 끝이 눈앞에 다가왔다. 할 수 없이 기장은 조종간을 당겨 올렸다. 부양 속도 이전에 기수를 치켜 올리는 것을 「강제 부양」이라 부른다. 707기는 기수가 올라가자 겨우 뜨기는 했다. 그러나 급상승을 하지 못했다. 거의 수평으로 동경만을 향해 날아갔다. 속도가 붙지 않으니 기체는 옆으로 비틀비틀 했다. 바다위를 한참 비행한 뒤에야 속도가 올라 정상상승을 할 수 있었다. 방콕에서 이 승무원들은 내리고 교대하여 탑승한 組가 이 비행기를 테헤란까지 몰고가 추락 사고를 일으켰던 것이다. 대한항공 안전 관리실에서 펴낸 「安全情報」 1983년 7월호에는 過積으로 일어난 사고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979년 1월 카리브海의 생크루와 섬에서 이륙한 DH114型 여객기가 비틀거리다가 오른쪽 날개를 아래로 하여 처박혔다. 승객 19명이 죽거나 다쳤다. 원인은 최대 이륙 중량보다도 4백60kg을 더 실었기 때문이었다. 운송 취급자가 기장에게 엉터리 중량을 통보, 기장은 이륙 때 적절한 추진력 계산과 조작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KAL은 이 「安全情報」에 자기네 회사의 사례를 소개할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이런 사례―. 『1979년쯤으로 기억된다. 바레인 공항에서 점보기가 최대 이륙 중량으로 활주를 시작했다. 그런데 아무리 달려도 부양 속도가 나지 않은 게 아닌가? 기장은 최후 수단으로 강제 부양을 시켜 일단 이륙은 했지만 기체는 바다쪽으로 뒤뚱뒤뚱 내려갔다. 혼신의 노력으로 겨우 상승을 시키고 서울로 온 기장은 보고서를 회사에 냈다. 기장은 그 공항의 KAL 운송 직원이 귀국하는 중동 노무자들의 짐을 마구 실어주고는 초과 중량을 기록하지 않아 이런 비상 사태가 발생했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기록상으로는 최대 이륙 중량을 넘지 않았으나 실제 중량은 한계 초과였던 것이다. 점보는 4백t 중량으로도 뜨지만 최대 이륙 중량에 5백kg 정도만 더 실어도 이륙 직후엔 무리가 온다. 바레인 사건 후 KAL 해외 지점에는 초과 적재 엄금지시가 내려갔던 걸로 안다』(A조종사의 얘기) 『나뿐만 아니라 많은 KAL 조종사들이 그런 강제 부양의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다. 가끔 기장은 운송 취급자와 다투기도 했다. 기장은 이 무게로는 이륙이 어렵다 하고 운송 취급자는 괜찮다 하고. 뜰 때 조종간을 당겨보면 단번에 느낌이 온다. 저절로 욕이 나온다. 「이 개새끼들! 또 속였구나. 누굴 죽이려고!」 그래서 金浦에 돌아오면 화물을 전부 저울로 달아 보라고 호통을 치지만 잘 알다시피 KAL에선 조종사 끝발이 제일 약하지 않은가?』(B 조종사의 얘기) 화물 트럭에나 있는 줄 알았던 초과 적재 현상이 여객기에도 있는 걸 알았을 때 나는 비행기 탈 마음이 싹 사라졌다. 과다적재에 따른 강제 부양의 경험을 갖고 있다는 조종사를 나는 너무 많이 만났다. 어떤 조종사는 『중량을 속이는 것만큼 운송 취급자가 삥땅을 했다』고 단정적으로 말했으나 나는 그런 확증은 갖고 있진 못하다. 조종사들은 강제 부양의 그 긴장 상태를 「반쯤 죽는 경험」이라고 표현했다. 수백 명의 승객 목숨을 담보로 하여 소름끼치는 장난을 하는 사람이 지금은 KAL에 남아 있지 않으리라고 나는 믿고 싶다. 영공 통과 허가 없어도 『일단 떠라!』 과다 적재와 같은 크나큰 부조리에 대해서도 왜 조종사가 소신 있게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는가? 왜 그들은 『우리가 무슨 힘이 있어야죠?』라고 넋두리를 하는가. 조종사를 외경해온 나에겐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또 이런 사례가 만나게 되었다. 『얼마 전 S國(필자주: 국제 문제를 생각해서 국명은 밝히지 않는다)으로 전세 화물기를 몰고 갔다. 전세 비행은 부정기 항로이므로 영공 통과 국으로부터 별도로 허가를 받은 뒤 떠야 한다. 나는 회사의 명령에 따라 뜨기는 떴는데 두 나라의 영공 통과 허가는 받지 못한 상태였다. 영공에 들어가려면 15분 전 그 나라의 관제소를 불러 허가 사항을 재확인한다. 문제의 두 나라 영공으로 나는 그냥 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밑(관제소)세선 허가 번호를 대라고 연락이 왔다. 나는 신청 번호를 대고 우물쭈물 적당히 둘러댔다. 그러다가 보니 그 나라 영공을 다 지나가 버렸다. 그러다간 요격을 당하거나 강제 착륙당할 위험성도 있다. 그렇지만 그런 모험을 어디 날 위해서 했나? 회사 위해서 했지』 이 퇴직 조종사가 그냥 통과했다는 나라 가운데는 게릴라전이 한창인 국가도 있었다. 정체 불명기라고 고사포를 쏘면 누구한테 원망할 것인가? 다른 현직 기장의 경험담을 듣는다. 『3년 전에 미국에서 카리브海의 ○○공항으로 화물기를 몰고 갔다. 영공 통과 허가 없이 F國을 지나려니 관제소에서 착륙하라는 게 아닌가? 나는 사정사정했다. 그곳에서 열 바퀴쯤 돌면서 떼를 쓴 덕분에 통과는 시켜 주었지만 아슬아슬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이륙 전에 영공 통과 허락을 받아 놓아야 한다. 그러나 회사에선 신청은 다 돼 있으니 우선 떠라, 날아가는 동안 허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얘기한다. 막상 통과국의 영공 앞에서 관제소에 연락을 해보면 허가가 안 나왔다고 한다. 알아볼 때까지 홀딩하라는 나라도 있고 빗겨 가라는 나라도 있다. 만만하게 보이면 얼렁뚱땅 그냥 지나가 버린다. 이래선 안 되는데…』 이 경우에는 KAL 조종사들은 회사의 부당한 비행 요구를 거절할 힘이 없는 것 같다. 이런 행동을 계속 방치 하다간 더 큰 국익 손상이 온다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KAL측이 멀지 않아 양식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할 수밖에 없다. 무리한 비행을 부추길 때 「조종사의 허약함」을 보여 주는 또다른 이야기 한 토막. 1970년대 말 중동을 출발, 방콕에 내린 KAL 화물기 보잉 707의 한 엔진에서 엔진 오일이 새기 시작했다. 미국인 항공 기관사는 이 고장을 고쳐야 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본사에선 『서울로 몰고 와서 고치자』고 했다. 미국인 기관사는 『이 고장은 비행 가능 한계 이하이니만큼 나는 못 타겠다』고 비행기를 내버렸다. 그러나 다른 조종사 崔모 기장은 이 비행기를 몰고 서울로 돌아왔다. 회사에선 崔 기장을 표창했다. 내가 만난 대부분의 조종사들은 지금도 崔 기장을 비난하고 있었다. 『崔 기장은 그 때 당연히 비행 거부를 했어야 했다. 그런 상태에서의 비행은 규정 위반이다. 혼자선 칭찬받았지만 그런 사람 때문에 원칙대로 하려는 조종사들은 회사에서 따돌림받는다』 이런 무리한 운항의 사례는 많다. 지금은 KAL을 그만둔 객실 사무장 출신의 金모씨는 이런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1976년이나 1977년으로 기억하는데 낡아서 세워 둔 보잉 720기를 다시 끄집어 내어 비행시킨 적이 있었다. 갑자기 늘어난 국내선 손님을 모시기 위해서였다. 金浦에서 釜山으로 가는 중이었다. 무심코 날개쪽을 바라보니 물방울 같은 것이 날개에서 새나와 흩어지고 있었다. 釜山에 내려 정비사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그게 물방울이 아니고 기름 방울이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지난 1980년 11월19일의 점보기 金浦 공항 착륙 화재 사건도 조종사의 무리한 착륙 시도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사고 당시인 오전 7시25분께의 金浦 공항엔 안개가 자욱하게 깔려 육안 관측으로 시정이 8백m였다. 金浦 공항에선 시정 8백m 이하이면 착륙을 금지시킨다. 金浦 관제소에선 로스엔젤레스에서 밤새워 날아온 점보기에 착륙 허가를 내주고 『기상이 나쁘다』고 경고했다. 점보기는 전파 유도에 의한 계기 착륙법으로 활주로를 향해 접근했다. 이 접근법의 절차는 항공기가 유도 전파를 따라 결심고도인 지상 60m까지 도달해온 활주로를 맨눈으로 볼 수 없으면 착륙을 포기, 다시 상승(復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시정이 8백m이면 결심 고도에서 활주로를 볼 수 있는 게 정상이지만 안개층이 깔린 고도나 항공기 위치에 따라선 안 보일 수도 있다. 이 때 梁昶模 기장은 결심 고도에서 활주로가 보이지 않았는데도 착륙을 포기하지 않고 더 밑으로 내려가 머뭇거리다가 활주로 바로 앞 맨땅에 처박힌 것으로 당시의 관제사들은 분석하고 있다. 『조금만 더 내려가 활주로를 찾아보자』는 미련이 순간적으로 점보기의 착륙 자세나 방향을 흐트러지게 했다는 해석이다. 계기 착륙할 때 조종사들은 수직, 수평 전파가 만드는 ?자 표시의 중심점에 기체를 일치시키며 내려오다가 활주로를 보면 視界 비행으로 전환한다. 이 전환의 순간은 매우 위험하다. 눈을 계기에서 실물(활주로)에 적응시키는 것과 동시에 기체 자세를 맞춰야 하니까. 이 전환점에서의 찰나적인 머뭇거림이 참사를 유발한다. 왜 梁 기장은 과감하게 착륙을 포기하지 못했던가? 나는 만나는 KAL 조종사에게마다 그런 질문을 던졌다. 아슬아슬할 때까지 대기 선회 서울 지방 항공국 金浦 관제소에세 20여년간 근무하면서 여러 항공사 조종사들을 상대해 본 고참 관제사는 이런 비교를 했다. 『안전성 원칙을 가장 철두철미하게 지키는 것은 홍콩의 영국계 항공사 캐세이 퍼시픽(CPA) 조종사들이다. 그들은 金浦 기상이 나쁘다는 정보를 받으면 아예 접근도 않고 후꾸오까로 빠져버린다. 공항 상공에서 날씨가 좋아지기를 기다리는 대기 선회는 하지 않는다. KAL 조종사들은 아마도 가장 과감하고, 가장 회사 눈치를 많이 보는 축에 들 것이다. 그들은 金浦 관제소 영역 안에 들어오기 전부터 KAL 운항 관리실과 연락, 그 쪽 지시를 받는다. 운항 관리사는 가능한한 착륙을 시키려고 한다. 날씨가 나빠도 『조금만 더 조금만 더』하면서 홀딩을 시키고 조종사들은 이 방침에 적극 협조한다. 연료의 허용 한계에 이르기까지 끈질기게 기다리는 KAL 조종사들에겐 동정이 간다』 최근에 KAL을 떠난 어느 조종사는 『과감한 이착륙이 전투 조종사라면 몰라도 수백 명의 생명을 책임진 여객기 조종사의 미덕이 될 수는 없다』고 했다. 그러나 그 자신도 KAL에 있을 때는 과감하게 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동료들의 비행기는 다 내리는데 나만 안정성을 좋아하다가 안 내리면 무능한 소리를 듣지 않겠는가? 대기 선회하다가 돌아간 뒤 날씨가 좋아지면 왜 좀 더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따질 것도 같아 될 수 있는 대로 회사 기분에 맞추어 주려고 한다. KAL 조종사 세계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있다. 梁 기장의 착륙 실수 사건 때는 관제소에서도 잘 못한 점이 있다. 시정 8백m이면 한계치를 오락가락하는 수치다. 애매할 땐 활주로를 폐쇄해야 한다. 그래야 KAL 조종사들은 회사 눈치 안 보고 마음 편하게 착륙을 단념할 수 있다』 보도안 된 또 한 건의 KAL 사고를 보자. 지난해 12월4일 앵커리지 공항은 안개로 뒤덮여 착륙 조건이 좋지 않았다. 로스엔젤레스에서 출발한 KAL 747 화물기는 「과감하게」 착륙을 시도, 接地 자세를 취한 순간 옆으로 기우뚱, 날개의 엔진 부분이 땅을 긁었다. 白모 기장은 즉시 착륙을 포기, 재상승했다가 다음번 시도에 성공, 무사 착륙했다. 엔진 긁은 실수로 해서 그는 귀국 즉시 회사로부터 두 달 동안의 운항 정지 처분을 받았다. 그 처분이 끝나기 사흘 전인 지난 2월6일, 교통부는 별도로 두 달의 운항 정치 처분을 추기시켰다. 앞뒤로 연타를 당한 白씨를 동정하는 조종사들이 많다. 무리를 유도하는 분위기 「잘하면 충신 못하면 역적」이란 것이다. 『날씨가 나쁘다고 교체 공항으로 간 뒤 앵커리지 공항 날씨가 금방 좋아졌다면 그는 왜 더 기다렸다가 착륙하지 않았느냐고 비난을 받았을지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운항 관리사가 시키는 대로 金浦 상공에서 홀딩을 하는데 기름이 줄어들어 조마조마해질 때까지 하기도 한다. 물론 회사에선 공식적으로는 「무리를 하지 말라」고 하지만 실제 분위기는 그렇지않다』 이 조종사도 「분위기론」을 들고 나왔다. 적어도 나쁜 날씨에 무리한 착륙을 하지 않았다고 처벌받은 조종사는 한 사람도 없다. 그런데도 내가 만난 많은 조종사들이 「분위기」를 들먹였다. KAL 안전 관리실에선 안전 관계 소책자에서 「착륙 포기는 잘못이 아니라 안전 운항이다」고 강조하고 있는데도 조종사들은 무리한 이착륙이나 운항을 하도록 하는 정시적 압박감을 늘 느끼고 있다고 했다. KAL 운항 규정은 비행중 비행 계획을 변경할 때는 「기장 및 운항 관리사의 합의에 따라야 한다」고 하여 기장에 대한 지상으로부터의 통제를 제도화 해 놓고 있다. 이런 간여 이외에도 『누구는 내리는데 난들 못할소냐』 『승객들의 편의를 위해서라도』하는 식의 오기가 『일단 해보자』는 KAL의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는 것 같다. 지난 1월12일 말레이지아인 루이단키프씨(27)가 10만 달러를 밀반출하려다가 金浦 공항에서 검거됐었다. 단키프씨는 CPA 항공사의 여객기편으로 홍콩으로 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여객기의 영국인 조종사는 활주로가 얼어붙어 미끌미끌한 것을 보고는 이륙을 못 하겠다고 선언했다. CPA의 어느 누구도 기장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다. KAL기 등 다른 여객기들은 모두 이륙하는데도 그 조종사만은 점보를 하루 재우고 다음날 이륙했다. 이 바람에 말레이지아인은 재입국하다가 외화 소지 사실이 들통났던 것이다. 공교롭게도 단키프씨에게 달러를 건네 준 것은 KAL의 金모 과장이었다. 그는 CPA도 KAL처럼 과감한 줄 알았던 모양이다. 회사에 손해를 끼칠망정 위험한 이륙은 못 하겠다는 CPA 기장의 인도주의적 용단은 그들이 철저한 신분 보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KAL 조종사들은 도대체 어떤 처지에 있는가? ※이 기사는 월간조선 1984년 4월호에 실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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