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라미수를 직접 만들어봤음

이것은 술글로 위장한 제빵글이여

그렇지만 제목처럼 술 추천은 받을 생각이니 낚시글만도 아님

생애 첫 베이킹(사실 베이킹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 정도지만)이니 부족함이 많음

드가자~

우선 흰자부터 휘핑하여 머랭을 친다

칵테일에도 날계란이 들어가는 만큼 날계란 자체에 거부감은 없는 편이지만 기본적으로 2~3일 두고 먹는 양이 완성될 예정이라 이탈리안 머랭을 쳤음

머랭은 크게 열을 사용하지 않는 프렌치 머랭, 고온의 시럽을 부어가며 흰자를 살균하는 이탈리안 머랭, 중탕하여 살균한 후 마무리하는 스위스 머랭이 있다고 한다

고온의 시럽을 부어가면서 빠르게 빠르게 휘핑해야하는 방식이라 중탕으로 머랭을 칠까도 생각해봤는데,

온도계가 없어서 fail. 애라 모르겠다 그냥 휘핑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윤기가 잘 흐르는 머랭이 완성돼서 만족스러움.

뿔이 휘지 않는 하드픽으로 올린건 일부러 그랬는데, 티라미수 크림이 너무 줄줄줄 흐르는건 원하지 않기 때문.

생애 첫 베이킹하는 빵린이 주제에 떠드려니까 어렵다. 주갤이니 술 얘기나 하자.

이탈리안 머랭을 칠 때 만드는 시럽에 이탈리아의 주정강화 와인인 마르살라를 추가하면 풍미가 좋다고 함

물론 포트나 쉐리 와인도 구경 못해본 지방 촌놈 주린이는 그런거 모르겠고 물이나 넣어서 만들엇워요 하와와

다음은 파트 아 봄브라는걸 만들어줘야 한댄다.

이탈리안 머랭을 칠때 처럼 뜨거운 시럽을 흘려가며 노른자를 마구마구 휘핑해주면 농도가 있으면서, 아이보리 색으로 변해 소스화가 된다고 한다.

근데 보다시피 망했음. 한 스푼 떠서 그대로 흘렸더니 약간의 자국이 생겼다가 사라지는데, 이는 농도 자체는 잘 나왔음을 뜻하지만...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네. 저거 까르보나라 노른자 채 못익히면 저런 색 나던데. 설마 살균이 제대로 안 된건 아니겠지?

갑자기 내가 주갤에서 사라지면 식중독으로 뒈진거니까 꼭 신고해라

어디 유튜부를 보니 파트 아 봄브는 좀 망해도 괜찮댄다. 노른자만 골라내서 휘핑을 다시 치기도 그렇고... 계속 가보자.

티라미수에는 보통 크림치즈 혹은 마스카포네 치즈가 들어가는데, 크림치즈는 많이 먹어봤을테니 차이점을 설명하자면

마스카포네는 크림치즈의 그 시큼함이 없다. 정말 우유맛 밖에 안 나는 치즈다.

아무튼 덩어리가 크게 지면 곤란하므로 풀어주자. 그리고...

셋을 잘 섞으면 크림이 된다. 크림의 농도는 한스푼 크게 떠서 툭 떨어뜨렸을때 그 스푼의 모양이 남는 정도면 썪쎆쓰.

사진을 보다시피 파트 아 봄브가 좀 망했어도 괜찮은 농도의 크림이 나왔음을 볼 수 있음.

슬슬 여기가 과빵갤인지 주갤인지 모르겠을 타이밍이니 다시 술 얘길 좀 하자

유튜부에 이 크림에다 다크럼+코앵트로+깔루아를 대략 1/3~1/2온스씩 첨가하는 레시피가 있던데, 그거 괜찮은 레시피인지 모르겠다

라모스 진 피즈의 거품을 생각하면 그렇게 무리가 있지는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위스키 봉봉을 만든다고 생 위스키를 초콜릿에 때려부었다가 념글티켓을 끊어버린 주붕이가 생각이 나는 저녁이다

슬슬 완성하러 드가자~

보고있는 과자는 '사보이아르디' 혹은 '레이디 핑거'라고 하는 과자인지 빵인지 모를 녀석이다

그냥 먹기에는 바삭바삭한데 우유나 커피와 함께 먹으면 음료를 쑥쑥 흡수해서 부들부들해지더라

술하고 같이 먹으면 어떨까 생각하는 걸 보니 나도 주붕이가 맞긴 한가보다. 다음에 한 번 시도해봐야지.

너무 커피를 많이 먹이면 바닥이 커피로 한강이 되니 적당히 한 바퀴만 빙글 돌리고 눕혀주자

라면물이든 커피든 한강은 좋지 않다

알겠냐 한강빌런

사보이아르디를 잘 깔았다면 그 위로는 아까 섞섞했던 크림을 올려주자. 크림의 양은 개인의 취향. 나는 2층으로 올렸음.

크림을 한층한층 올려줄때 바닥을 손으로 툭툭 쳐서 빈 공간이 없게 잘 채워주자

개인의 취향하니 지금은 부산 장전동의 '카페 문달레'라는 카페 겸 칵테일바의 원래 이름은 개인의 취함을 한참동안 취향으로 알고 있었던 적이 있다

문달레로 바뀌기 전에 한 번은 찾아봤어야 했는데... 아쉽다. 문달레도 아직 안 가봤네.

장전동에는 왜이리 가보고 싶은 곳이 많은지. 서면의 랜드마크도 다 못 돌아봤는데...

마지막으로 코코아 가루를 탈탈 털어서 완성해준다.

코코아가루가 손에 덕지덕지 끼어서 드러운데도 완성시켰다고 따봉 포즈나 하고있는 꼬라지를 보라

이렇게 완성해서 냉장고에 세 시간 이상 넣으면 커피를 흡수한 사보이아르디는 더 빵같이 변하고, 크림은 단단해진다.

라모스 진 피즈의 거품을 굳히기 위해 냉동실에 넣는 것과 비슷한 원리인듯

그래서 이렇게 티라미수를 완성하긴 했는데...

뭐랑 먹을까 이거

이탈리아 음식이니 이탈리아 와인하고 매칭해볼까 했는데 드라이한 녀석들은 산미가 넘 세고 단걸 매칭하면 당뇨로 뒈질듯

그래서 커피랑 잘 어울릴 것 같으니 커피 포터나 커피 임스는 어떨까 생각해 봤는데... 디저트+곡물술 크리로 역시 배불러서 금새 물릴 것 같더라고

아예 고도수로 가는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주붕이들의 생각은 어떰? 어떤 술하고 잘 어울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