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맛집지도를 언급한 기사의 내용을 대략 요약하면, 이렇다.

“정치 자금 회계 보고서와 후원회 회계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안철수 전 대표가 정치를 하며 이용한 식당이 식비가 2만원 이내의 값싼 식당이 절대 다수였고, 90만원밖에 지출하지 않았다. 반면, 문재인 전 대표는 식비로 9400만원을 사용했고, 고급 식당도 많았다. 안철수가 1629억의 재산가인데, 이렇게 정치 자금에서 사용하는 식비 내역이 소박한 것으로 봐서 매우 검소한 정치인이다.”

그러나 공개된 2015년도의 정치 자금 회계 보고서 등의 자료만으로는 정치 활동을 하며 안철수가 싼 음식집에서 싼 음식을 주로 먹었다는 증거 자료가 되지 않는다. 매우 단순히 생각해도 비주류 중견 정치인이 1년치 식대가 90만원밖에 안 되었다는 데서 뭔가 트릭이 있음을 의심하게 한다.

‘정치 자금 회계 보고서’ 등은 후원금을 비롯한 정치 자금을 어떻게 썼다는 내역을 영수증 등으로 증빙하여 국가에 신고하는 문서이다. 그것은 정치인의 모든 식당 이용, 또, 식당 이용 시 모든 식대 지불 내역이 담기는 보고서가 아니다. 정치 자금으로 지불한 것으로 회계 처리하기로 한 식대만 들어가는 것이다. 자비(자기 개인의 돈, 아내의 돈이나 부모가 물려준 재산, 사업해서 번 돈)로 고급 식당에서 고액의 식대를 지불한 것은 신고하지 않아도 된다. 만나더라도 다른 사람이나 정당에서 고액의 식대를 지불하게 할 수도 있다. 정치 자금 회계 보고서 등의 식비 지출 내역은, 정치 자금에서 식비로 지불한 것으로 처리하기로 한 사용 내역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찌라시 매체의 기사에서 매우 중요한 특이점이 발견된다. 앞서도 말했지만, 차기 유력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안철수가 정치 활동을 왕성하게 하며 1년치 식대로 90만원밖에 안 쓴 반면, 문 전 대표는 9천만원어치나 썼다는 것이 이상하다. 물론, 제1당 당대표가 좀더 많이 활동하고, 식비도 많이 지불하였겠지만, 그럼에도 100배나 많다는 점은 안철수가 식사 비용이 매우 검소하게 지출되었다기보다는 식사 비용의 다수를 회계 보고서에 누락시키고 자비로 지불한 것으로 처리했다고 추정하는 데 무리가 없다. 웬만한 중견 직장인도 1년치 외식비로 90만원은 지출한다.

문 전 대표는 개인의 재산이 안철수와 비교할 밖에 없을 정도로 적으므로 정치인, 사회 유명 인사, 지지자를 정치적 목적으로 만날 때 지불하는 음식 비용을 자신에게 교부된 정치 자금 등에서 지불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특별한 수입이 없는 그로서는 자기 전답을 팔아서 대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와 관련된 식사 비용을 모두 회계 보고서에 담다 보니, 만나는 사람에 따라 비싼 식당에 가서 비싼 음식을 먹을 경우에는 그렇게 영수증 처리하고 그렇게 신고할 수밖에 없다. 반면, 안철수는 식비 지불 중, 싸구려 식당에서 소액 지출한 것을 중심으로 신고하고, 나머지는 자비 지출로 처리하여 누락하다 보니 맛집 지도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는 것으로 추측한다. 1600억원대 재산가이고 여전히 안랩 이사회의장으로서 정치 말고도 들어오는 돈이 엄청 난데, 정치 관련하여 만나며 발생하는 식대 비용을 자기 호주머니에서 지출한다고 한들, 무슨 대수이겠는가.

요컨대, 국회의원의 정치 자금 회계 보고서 등의 자료만을 가지고 안철수의 식당 이용이 검소했고, 문 전 대표는 고급 식당에서 비싼 음식을 많이 처먹은 식충이라는 식의 주장은 신뢰하기 어렵다. 얼마든지 그 반대일 수도 있다는 상상이 가능하다.

ps. http://www.bizhankook.com/bk/article/12944

ps. 2018.5.1일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