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서 여당이 좋아”… 낙선 후 요직 꿰찬 정치인들



국회 사무총장에 김영춘, 의장 비서실장에 복기왕 / 역시 4·15총선 낙선한 박경미는 靑교육비서관으로

4·15총선에서 낙선의 고배를 마신 여당 정치인들의 요직행(行)이 잇따르고 있다. 177석 거대 여당의 위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21대 전반기 의장에 박병석 의원(6선)이 뽑힌 가운데 박 의장의 국회사무처 요직 인선이 시작됐다. 국회사무총장(장관급)에는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전 의원, 의장 비서실장(차관급)에는 민주당 복기왕 전 의원이 각각 내정됐다. 국회의장은 국가 의전서열에서 대통령 다음의 2위일 뿐더러 국회사무처와 산하 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국회도서관 등 여러 기관에 대한 인사권까지 갖고 있다.

국회사무총장에 내정된 김영춘 전 의원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현 문재인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계 거물이다. 4·15총선에선 부산 부산진구갑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미래통합당 서병수 의원에게 져 4선의원 고지 정복 및 21대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


의장 비서실장이 된 복기왕 전 의원은 지난해 문재인정부 청와대에서 약 8개월 동안 정무비서관으로 일했다. 그는 17대 국회의원(2004∼2008)을 지낸 뒤 지방자치단체장에 도전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무려 8년간 충남 아산시장도 역임했다. 4·15총선에선 아산갑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통합당 이명수 의원에게 져 재선의원 고지 정복 및 21대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

4·15총선에서 낙선한 여당 정치인 행정부 요직으로 옮겨간 이로 박경미 청와대 교육비서관이 있다. 장차관 예우를 받는 국회의원보다 한참 ‘급’이 낮은 자리이긴 하나 대통령을 지근에서 보좌하는 직위란 점에서 영향력은 오히려 더 크다는 게 정설이다.


박 비서관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민주당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활동한 뒤 4·15총선에선 서울 서초을 지역구에 출마했으나 통합당 박성중 의원에게 져 재선의원 고지 정복 및 21대 국회 입성이 좌절됐다.

당장 정치권에선 “이래서 여당이 좋다”는 반응과 더불어 “앞으로도 4·15총선에서 낙선하거나 불출마을 택한 여당 정치인들의 요직행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총선 전부터 ‘여당은 경선에서 지거나 불출마를 택한 인사들에게 줄 일자리가 많으니 상대적으로 세대교체가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고, 참신한 인물 영입을 통해 선거에서 이길 것’이란 관측이 많았는데 그대로 적중했다. 앞으로 국회와 청와대는 물론 공공기관이나 공기업 등에 있는 자리에도 여당의 총선 낙선자들이 대거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