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년 3월경 일본으로 가는 아는 형이 기르던 앵무새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여

나와도 면식이 있던 놈이라 반은 충동적으로 덜컥 맡아버린게 화근이었다.

어느 반려동물이 안 그러겠냐마는 너도 손이 많이 가더라. 특히 그 깃털 날리는거랑 소음이 너무 힘들었어.

그래도 가끔 보이는 새치고는 너무 영특한 모습에 항상 친해지고는 싶었는데 익숙함에 무뎌지고 잊어버린게 아직도 무섭다.

미안. 밥 제때 안주고 많이 굶긴거. 제대로 청소 안해준거. 날씨 추워지는데도 따뜻하게 방 안에 안 들여다놓은 거.

있을때 잘할걸이라는 후회는 있을때는 절대 못하는걸 항상 잃고 나서야 깨닫는다. 이럴 줄 알았으면 밥도 많이 줄걸. 후회 남기지 말걸.

빈말로라도 잘 대해줬다고 말할 수가 없다. 이 모든게 고작 별거 아닌 귀찮다는 이유로.

내 불찰로 너가 가버린 것 같아서 괴롭다. 너의 나이는 내가 모르고 사람 옆에 오래 있던건 알기에

단순히 수명이 다해서 가버렸을 가능성도 있고 정말 그렇게 갔다면 차라리 이런 부끄러움과 후회까진 들지 않겠으나

아무리 생각해봐도 너가 어이없게 수명을 다한건 내 불찰이 없을 수가 없다. 미안.

25살 먹은 남자가 아직도 눈물을 흘릴 줄 도 안다는게 부끄럽다. 우리가 그정도까지 정이 들었었나 싶기도 하고.

이제 보내주려고 같이 묻어주려고 모이도 챙기고 횃대도 챙기고 방문을 닫고 나서려 하는데 왜이리 눈물이 나려 하던지. 덕분에 가족들한테도 부끄러운 모습 보였다.

떠난 것 자체가 슬프다기보단 미안함과 후회가 너무 많이 커서 그런 거 같다.

내 손 안에서 숨 멎어갈때의 그 광경과 당황했던 순간이 너무 고통스러워.

미안하다고 하면 뭐하냐 속죄도 못하는데. 그래도 그저 미안하고 떳떳하게 내 치부를 지금도 드러내지 못하겠는 내가 너무 한심하다.

이제 앞으로 반려동물은 절대절대 키우지 않으려 한다. 나라는 인간의 한계를 잘 봤다. 햄스터도 거북이도 미안. 앞으로 앵무새는 못 볼 것 같아.

그저 그냥 미안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해.

낮 땅에 떨어져서 숨이 넘어가려 하는 앵무새 발견

정말 손에서 숨이 넘어가던 그 모습을 잊을수가 없다

밤 어머니의 도움과 작은누나의 배웅으로 아파트 옆 산 땅파서 종이로 잘 감싸서 모이 부어주고 덮고 항상 앉아있던 나무횃대 위에 꽂아주고 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