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료는 무료인데 40만 평이 온통 꽃길"... 숲길 따라 펼쳐지는 국내 최대 꽃무릇 명소

아던트뉴스

2025.09.24 10:33:25

조회 1748 추천 1 댓글 1

함평 용천사 꽃무릇공원

'사랑하지만 만날 수 없는 꽃.' 이토록 애틋한 이야기를 품은 꽃이 있다. 바로 꽃무릇이다. 매년 가을, 전남 함평의 깊은 숲속에서는 이 붉은 꽃이 한 폭의 그림처럼 피어난다.

사람들이 몰려드는 계절은 짧지만, 그 여운은 오래간다.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용천사길 209, 용천사 아래 펼쳐진 꽃무릇공원은 국내 최대 규모의 꽃무릇 자생 군락지로, 오직 이 시기에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자연의 무대를 선사한다.
용천사 꽃무릇공원

함평 용천사 꽃무릇공원 풍경

용천사로 올라가는 산책길은 그 자체로 한 편의 시다. 숲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옆으로 펼쳐진 붉은 꽃무릇이 끝도 없이 이어지며 마치 붉은 물결처럼 산 전체를 물들인다.

약 40만 평 규모에 이르는 이곳은 국내 최대의 꽃무릇 군락지로, 사찰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자생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꽃무릇은 '상사화'라는 또 다른 이름으로 불리며, 잎과 꽃이 절대 마주치지 못하는 생태적 특성으로 인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라는 꽃말을 지녔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는 이들은 단순한 꽃놀이를 넘어 어딘지 모르게 감성적인 사색에 잠긴다.

특히 가을의 문턱인 9월이면 용천사뿐 아니라 절 아래 꽃무릇공원과 광암저수지 일대가 붉은빛으로 물들어 장관을 이룬다.

함평 용천사 꽃무릇

비단 꽃무릇이 피어나는 9월뿐만이 아니다. 이 공원은 사계절 내내 걷기 좋은 산책 코스로도 손꼽힌다. 숲속 길을 따라 이어진 낮은 담장과 지붕은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중간중간 만날 수 있는 구름다리와 나무의자 쉼터는 잠시 머물며 자연을 음미하기에 제격이다.

광암저수지 주변 산책로에서는 나무 사이사이에 항아리를 쌓아 만든 독특한 탑도 만날 수 있다. 이 독특한 오브제들은 풍경 속에 녹아들어 이곳만의 매력을 더한다. 꽃무릇이 없는 계절에도 자연 속 힐링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공간이다.

함평 용천사 가을

예년 같았으면 이맘때쯤 용천사 일대는 '함평 모악산 꽃무릇 축제'를 준비하느라 분주했을 것이다. 매년 9월이면 광암저수지 방죽을 따라 산비탈과 숲길까지 붉게 물들이는 꽃무릇 덕분에, 축제는 전국의 사진가와 여행자들로 북적였다.

하지만 올해는 축제가 열리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붉게 타오르는 자연의 시간은 변함없이 찾아온다. 조용히 걷기 좋은 산책길, 사람 없는 풍경 속에서 꽃무릇을 마주하는 경험은 오히려 더 깊은 감동을 전한다.

축제가 아니더라도 여전히 그 계절, 그 장소는 존재하며, 어쩌면 더욱 본연의 모습을 드러내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함평의 꽃무릇공원은 굳이 행사나 프로그램 없이도 자연 자체로 완성된 하나의 여행지가 된다.

함평 용천사 꽃무릇 풍경

전남 함평 용천사 꽃무릇공원은 짧은 가을을 강렬하게 수놓는 꽃무릇의 장관뿐 아니라, 사계절 내내 조용히 걷기 좋은 숲길로도 매력적인 곳이다.

입장료는 없고 상시 개방되며, 공원 앞 갓길에는 무료 주차장도 마련되어 있어 편리하게 방문할 수 있다. 주차장에서 용천사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정도 소요되며, 그 길마저도 붉은 꽃무릇과 숲의 정취를 느낄 수 있어 여행의 일부가 된다.

비록 올해는 축제가 열리지 않지만, 꽃은 여전히 피고 길은 여전히 이어진다. 이루어질 수 없어 더 애틋한 사랑처럼, 이곳의 풍경은 더없이 조용하고 깊은 감동을 남긴다. 한적한 가을 산책을 찾고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붉게 물든 함평 숲길로 떠나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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