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규는 지금은 역사속으로 사라진 작전전투경찰 출신이다.

이경 시절, 선임에게 구타를 당하고 화장실에서 펑펑 울며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고 지옥 같습니다.
악마가 존재한다면 내 목숨을 기꺼이 줄테니 제발 저를 괴롭히고 구타하던 선임새끼들을 다 죽여줬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단지 육군 일반병에 지원했는데 무슨 이변인지 훈련소 수료때 갑자기 전경으로 차출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전경이 뭔지도 몰랐고, 그냥 시위막고 데모진압 한다고만 알고 있었죠.

그런데 이게 웬걸,
아침에 일어나면 밤에 잠이 들기 직전까지 구타와 가혹행위가 시작됩니다.
듣는 이조차 견디기 힘든 잔인한 말들은 저를 더더욱 비참하게 만듭니다.

시위 막는 훈련시 뚤려도 털리고
밥 늦게 먹어도 털리고
구보하다 힘들어서 헥헥대도 털리고
방패술 연속동작 못 외웠다고 털리고
선임 이름,계급,전역일 모른다고 털리고
화장실 자주 간다고 털리고
그냥 뭘 해도 털립니다.

가혹 행위 종류는 다양합니다.

내무반 안에서는 상시 허리 까고 있기
침상과 침상 사이에 머리, 다리두고 눕기
기대마 안에서 바닥에 발 대지 않기
밥 빨리 먹기
물마시기 금지
등등

저는 그중에서도 2층 침대에 다리를 고정시키고 거꾸로 매달리는 소위 '뻐꾸기' 자세는 오래 하면 할수록 속이 울렁거리고 온몸의 피가 머리로 쏠리는 느낌입니다.

항상 드는 생각이 내가 이러려고 전경 차출되서 왔나 싶습니다.
하루에도 이렇게 개고생할바엔 차라리 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하고 수백수천번을 생각합니다.

뭐 이럴바엔 차라리 그냥 육군가고 싶습니다.
물론 육군도 부조리,가혹행위는 어느정도 있겠죠.

저를 못살게 굴던 선임들을 타 중대로 전출보내거나 아니면 저를 보내주십시오.
도저히 여기선 못 버티겠습니다.

동규가 쓴 이 마음의 편지를 토대로 전국 전역의 전의경 생활은 변화가 찾아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