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 SM6 실내 / 사진=르노코리아 대한민국 중형 세단 시장의 판도를 뒤흔들었던 르노코리아 SM6가 2025년 12월을 기점으로 9년여의 긴 여정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6년 데뷔 당시, 경쟁차를 압도하는 유려한 디자인으로 ‘올해의 차’를 휩쓸었던 이 차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가장 예쁜 중형 세단’이라는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비록 시장의 주도권은 SUV로 넘어갔지만, 끝물에 다다라 SM6가 보여준 상품성은 역설적이게도 ‘가장 완벽’했다. 뼈아픈 지적이었던 승차감 문제를 기술적으로 완전히 극복해 낸 2024년형 SM6의 가치를 마지막으로 되짚어본다.
완벽한 비율이 만들어낸 실루엣
르노 SM6 / 사진=르노코리아 SM6가 경쟁자들을 압도했던 디자인의 원천은 다름 아닌 이상적인 차체 비율에 있다. 전장 4,855mm와 전폭 1,870mm의 당당한 체구는 동급 중형 세단 사이에서도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산하며, 1,460mm까지 낮춘 전고는 도로에 낮게 깔리는 듯한 역동적인 쿠페형 실루엣을 완성했다.
단순히 낮고 넓기만 한 것이 아니다. 2,810mm에 달하는 휠베이스는 긴 차체를 안정적으로 받치며 유려한 측면 라인을 만들어내는 동시에, 패밀리 세단으로서 갖춰야 할 넉넉한 실내 공간의 토대가 되어주었다.
이러한 수치들이 모여 만들어낸 ‘Low & Wide’ 스탠스는 SM6가 떠나는 순간까지도 도로 위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차로 남게 한 비결이다.
뒤쳐지지 않았던 파워트레인
르노 SM6 / 사진=르노코리아 이 아름다운 차체를 이끄는 힘은 보닛 아래 숨겨진 기술력에서 나온다. 주력 모델인 TCe 260은 르노 그룹이 메르세데스-벤츠(다임러)와 공동 개발한 1.33리터 가솔린 터보 엔진을 심장으로 품었다.
이 명품 엔진은 게트락(Getrag)사의 7단 습식 듀얼 클러치 변속기(DCT)와 정교하게 맞물려, 5,500rpm에서 최고출력 156마력, 실용 영역인 2,250~3,000rpm 구간에서 최대토크 26.5kg.m의 힘을 쏟아낸다.
르노 SM6 / 사진=르노코리아 낮은 배기량에 대한 편견을 비웃듯, 2.0리터 자연흡기 엔진을 상회하는 두터운 토크감은 이 차의 백미다. 효율성 또한 놓치지 않았다. 공인 복합 연비는 12.9~13.6km/ℓ 수준으로 인증받았지만, 실제 오너들이 경험하는 고속 주행 연비는 리터당 16~18km를 가볍게 넘나드는 뛰어난 효율을 보여준다.
더 강력한 퍼포먼스를 갈망하는 이들을 위한 선택지도 존재한다. 고성능 TCe 300 모델은 스포츠카 알핀(Alpine) A110의 심장인 1.8리터 터보 엔진을 그대로 이식해, 225마력이라는 폭발적인 출력을 자랑한다.
오너들이 증명한 반전 승차감
르노 SM6 실내 / 사진=르노코리아 출시 초기 SM6를 괴롭혔던 ‘AM링크 서스펜션’ 이슈는 2020년 부분 변경을 기점으로 완전히 해결됐다. 르노코리아는 프런트와 리어 댐퍼에 MVS(모듈러 밸브 시스템)를 적용하고, 리어 서스펜션에 대용량 하이드로 부시(Hydro-bush)를 탑재해 노면 충격을 유연하게 걸러냈다.
실제 오너들의 평가는 냉정하면서도 호의적이다. 2025년 11월 출고한 한 오너는 “SUV를 타다 넘어왔는데, 웹상에 떠도는 말보다 실제 승차감이 훨씬 좋다”며 주행 성능에 10점 만점을 부여했다.
또 다른 오너(K5 1.6 터보 하차 후 구매)는 “서스펜션 걱정을 많이 했으나 실제로는 K5보다 안정적이고 편하다”고 평가하며 주행 질감에 높은 점수(9.33점)를 줬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일부 오너는 도심 주행 시 연비가 12.1km/ℓ(제원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지만, 고속 안정성과 디자인 만족도만큼은 경쟁 모델인 쏘나타나 K5 대비 우위를 점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SM6, 브랜드 중형 세단의 마침표
르노 SM6 / 사진=르노코리아 2025년 12월, 르노코리아는 SM6의 공식 단종을 확인했다. 이로써 1998년 삼성자동차 SM5로 시작된 르노코리아의 27년 ‘중형 세단 계보’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이번 단종 결정은 전 세계적인 ‘세단 쇠퇴, SUV 강세’ 트렌드와 맞물려 있다. 르노코리아는 향후 브랜드 역량을 하이브리드 중형 SUV인 ‘그랑 콜레오스’와 2026년 출시 예정인 쿠페형 SUV ‘오로라 2(프로젝트명)’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SM6는 떠나지만, 지금이 소비자에게는 역설적인 기회다. 완성도가 정점에 달한 최종 모델을 합리적인 가격(2,797만~3,639만 원)에, 혹은 감가가 반영된 중고로 소유할 수 있는 마지막 타이밍이기 때문이다. 시대를 풍미한 ‘디자인 제왕’의 퇴장에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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