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벤트 글라스와 쿼터 글라스의 용도 에어컨이 없던 시절엔 환기창 현재는 단순한 유리를 넘어 안전과 개방감까지
현대자동차 싼타페 벤트 글라스 / 사진=현대자동차 자동차의 유려한 차체를 살피다 보면 무심코 지나치는 두 개의 작은 창이 있다. 운전석 문 앞쪽의 작은 삼각형 유리창 벤트 글라스(Vent Glass)와 C필러 뒤편에 자리한 쿼터 글라스(Quarter Glass)다.
대부분의 운전자가 존재 자체를 크게 의식하지 않는 이 작은 유리 조각들은, 사실 자동차 기술의 격변기를 온몸으로 통과하며 자신의 역할과 형태를 끊임없이 바꿔온 역사의 산증인이다. 과거 자동차의 ‘숨구멍’이자 오늘날에는 ‘안전의 눈’과 ‘공간의 언어’로 기능하는 이들의 극적인 진화 과정을 들여다본다.
자동차 벤트 글라스 /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벤트 글라스는 이름 그대로 ‘환기창(Ventilation)’이라는 핵심 임무를 수행했다. 자동차 에어컨이 사치품이거나 존재하지 않았던 1960년대 이전, 여름철 밀폐된 실내의 열기를 식힐 유일한 방법은 자연풍이었다. 당시의 벤트 글라스는 경첩이 달려 있어 운전자가 직접 각도를 조절해 여닫을 수 있었다.
창문을 모두 열었을 때 발생하는 거센 바람 대신, 이 작은 삼각창을 비스듬히 열어 외부 공기를 실내로 유입시키는 방식은 쾌적한 주행을 위한 최고의 지혜였다. 특히 B필러가 없는 ‘필러리스 하드탑(Pillarless Hardtop)’ 모델이 유행하던 시절, 벤트 글라스는 측면 창문 전체를 열었을 때의 압도적인 개방감을 완성하는 중요한 디자인 요소이기도 했다.
현대자동차 쏘나타 벤트 글라스 / 사진=현대자동차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어 에어컨이 대중화되면서 벤트 글라스의 운명은 급변했다. 더 이상 환기를 위해 창을 열 필요가 없어지자, 개폐식 구조는 오히려 단점으로 전락했다. 고속 주행 시 틈새로 파고드는 풍절음은 실내 정숙성을 해치는 주범이었고, 돌출된 창은 공기 저항을 높여 연비를 떨어뜨렸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음·진동·불쾌감, 즉 NVH(Noise, Vibration, Harshness) 성능과 공기역학(Aerodynamics)을 중요시하기 시작하면서, 열리던 삼각창은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지금과 같은 고정식 유리로 대체되었다.
현대자동차 펠리세이드 벤트 글라스 / 사진=현대자동차 기능적 소멸 이후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었지만, 벤트 글라스는 ‘안전’이라는 새로운 시대적 사명을 부여받으며 부활했다. 현대차는 전복 시 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지붕 강성 기준을 강화하면서 A필러가 점점 두꺼워지는 추세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운전자의 좌우 전방 시야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바로 그 자리에 고정된 벤트 글라스를 남겨둠으로써 ‘안전의 창’이라는 새로운 역할을 찾은 것이다.
자동차 쿼터 글라스 / 사진=게티티이미지뱅크 한편, 차체 뒤쪽에 자리한 쿼터 글라스는 태생부터 다른 목적을 가졌다. 이 창의 핵심 가치는 2열 탑승객의 경험에 집중된다. 쿼터 글라스는 뒷좌석 승객에게 시각적인 개방감을 선사해 장거리 이동 시의 답답함을 줄여준다. 동시에 외부에서는 실내를 명확히 들여다보기 어렵게 설계되어, 탑승자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고급 쇼퍼드리븐 세단에서는 쿼터 글라스를 특별히 ‘오페라 윈도(Opera Window)’라 부르기도 한다. 이는 과거 오페라 극장의 VIP석처럼, 안에서는 바깥을 즐기되 밖에서는 안을 엿보기 어려운 존중의 공간을 차 안에 구현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제네시스 G90 쿼터 글라스 / 사진=제네시스 이러한 쿼터 글라스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드러내는 디자인의 언어로도 활용된다. 예컨대 제네시스 G90이나 롤스로이스 팬텀 같은 최고급 세단은 두텁고 널찍한 C필러와 함께 큰 쿼터 글라스를 배치해 뒷좌석 공간의 권위와 안락함을 시각적으로 극대화한다.
반면, 현대 아이오닉 6나 BMW X6처럼 날렵한 루프라인을 자랑하는 쿠페형 모델들은 쿼터 글라스를 길고 가늘게 디자인하여 차체의 역동적이고 속도감 있는 이미지를 강조한다. 작은 유리창의 형태와 크기만으로 자동차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제네시스 G90 벤트 글라스 / 사진=제네시스 자동차 산업의 발전사 속에서 수많은 부품이 명멸했지만 벤트 글라스와 쿼터 글라스는 끈질기게 살아남았다. 이는 그들이 단순한 장식을 넘어 시대가 요구하는 안전, 개방감, 프라이버시, 그리고 브랜드 철학이라는 중요한 가치를 제공해왔기 때문이다. 미래 자율주행 시대에는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진화할 것이다.
이런 변화 속에서 외부와의 시각적 연결을 통해 실내의 고립감을 줄여주는 작은 창의 역할은 오히려 더욱 중요해질 수 있다. 다음에 차를 마주하게 된다면, 이 작은 거인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주목해보자. 그 안에는 지난 한 세기의 자동차 기술과 디자인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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