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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여기 내 땅인데"... 전화도 안 받는 사유지 무단주차, 경찰도 손 못 대는 이유

오토놀로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11.24 15:46:39
조회 352 추천 2 댓글 1

사유지 무단주차, 내 땅인데 견인도 못 한다?
경찰도 지자체도 속수무책
법의 사각지대에 갇힌 재산권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어느 날 아침, 당신의 집 주차장 출구를 가로막은 낯선 차량과 마주한다. 출근은 급한데 차주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당연히 경찰에 신고하면 해결될 것이라 믿지만, 출동한 경찰관은 “사유지라 저희가 강제로 견인할 권한이 없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지자체와 견인업체의 답변도 똑같다. 내 땅에서 불법을 당하고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이 황당한 상황, 대한민국에서 매일 벌어지는 ‘합법적 무법 행위’, 바로 사유지 무단주차의 현실이다.

주차위반단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문제는 단순한 이웃 간의 갈등을 넘어, 법의 명백한 허점을 드러낸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사유지 주차갈등’ 관련 민원은 7만 6천여 건에 달했고, 국민 98%가 단속 근거 마련에 찬성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고통을 유발하고 있다. 도대체 무엇이 피해자를 이토록 무력하게 만드는 것일까?

모든 문제의 근원은 도로교통법 제2조에 있다. 이 법은 ‘도로’에서의 교통안전과 질서 유지를 목적으로 한다. 즉, 아파트 주차장, 개인 소유의 공터, 상가 주차장 등 사유지는 법이 규정하는 ‘도로’가 아니기에, 도로교통법에 명시된 불법 주정차 단속, 과태료 부과, 강제 견인 조항을 일절 적용할 수 없다.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 거대한 법의 공백은 피해자를 ‘3대 불능(不能)’의 벽에 가둔다. 첫째, 경찰의 ‘개입 불능’이다. 경찰은 사유지에서 벌어진 주차 분쟁을 개인 간의 민사 다툼으로 간주한다. ‘민사 불개입 원칙’에 따라 차주에게 연락해 이동을 권고하는 소극적 중재만 가능할 뿐, 강제력을 동원할 수 없다. 차주가 배짱으로 버티면 경찰도 속수무책이다.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둘째, 토지 소유주의 ‘견인 불능’이다. “내 땅이니 내가 견인하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만약 개인이 부른 견인업체가 차량을 옮기는 과정에서 작은 흠집이라도 발생시킨다면, 토지 소유주는 형법상 ‘재물손괴죄’로 역고소를 당할 수 있다. 법적 분쟁을 우려한 대부분의 견인업체가 사유지 견인을 기피하는 이유다.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셋째, 유일한 법적 구제 수단인 민사소송의 ‘실효 불능’이다. 불법주차로 인한 영업 손실이나 정신적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는 있다. 하지만 변호사 선임비, 인지대 등 소송 비용이 피해액보다 훨씬 큰 경우가 태반이다. 수개월이 걸리는 시간과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감안하면, 사실상 피해자에게 소송을 포기하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처럼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국회에서는 허영, 민형배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주차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포함해 여러 법안이 논의되었다. 이들 법안은 아파트, 상가 등 사유지 관리 주체가 반복적인 무단 주차 차량에 대해 지자체장에게 견인과 같은 행정 조치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이 법안들은 차주의 재산권과 충돌할 수 있다는 일부 우려와 다른 쟁점에 밀려 제대로 된 논의 없이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되거나 여전히 잠자고 있는 실정이다.

주차위반단속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그렇다면 법이 바뀌기 전까지 피해자는 계속 당하고만 있어야 할까? 아니다. 현재로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적극적 방어’가 유일하고도 최선인 해결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명확한 의사 표시다.

‘사유지 무단 주차 시 견인 조치하며, 견인비 및 보관료, 법적 조치에 따른 비용 일체를 청구합니다’ 와 같이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경고 표지판을 잘 보이는 곳에 설치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경고를 넘어, 운전자가 해당 내용을 인지하고도 주차했다면 ‘게시된 조건에 묵시적으로 동의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된다.

물론 이것이 재물손괴의 위험을 완전히 없애주진 않지만, 향후 민사소송 등 법적 다툼에서 토지 소유주의 권리 보호 노력을 입증하는 강력한 증거로 작용한다. 주차 차단기나 볼라드 같은 물리적 시설 설치는 가장 확실한 예방책이다.

사유지 무단주차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유지 무단주차 문제는 개인의 이기심과 법의 공백이 만들어낸 우리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이다.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노력과 함께, 국민의 재산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입법적 결단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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