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울어진 운동장인데…” 현대차·기아, K-전기차 ‘전성기’ 열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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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13 10: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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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A, 북미 전기차 시장에서…
오히려 ‘성장의 기회’를 제공
또 다른 정치적 변수 작용

2022년,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일명 IRA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 자동차 업계는 거대한 파도 앞에 섰다. 특히 북미 생산 시설이 없었던 현대차와 기아는 예상치 못한 암초에 부딪혔다. IRA는 전기 자동차 보조금 혜택의 핵심 조건으로 북미 최종 조립과 북미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산에서 배터리 부품 및 핵심 광물 사용을 내걸었고, 이는 국내에서 생산된 전기 자동차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정책 변화는 현대차와 기아가 수십 년간 쌓아온 북미 시장 내 입지를 한순간에 흔드는 충격으로 다가왔다. 시장 경쟁력을 잃은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 자동차 판매는 급감하기 시작했고, 이 거대한 자동차 기업의 미래를 향한 불안감이 확산하는 시점이었다.

IRA가 가져온 현대차·기아의 변화

2022년에 발효된 미국 IRA는 명확한 조건들을 제시했다. 전기 자동차 구매 시 제공되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 공제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자동차에만 해당했으며, 배터리 부품의 제조 및 핵심 광물 조달 요건을 충족해야만 했다. 이 강력한 규정은 당시 전량 국내에서 생산되어 미국으로 수출되던 현대차 아이오닉 5나 기아 EV6 등 인기 전기 자동차 모델들을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로 인해 국내 전기 자동차들은 미국 시장에서 급격한 판매량 감소를 겪어야만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포착했다. 그들은 리스 및 렌트와 같은 우회 시장 공략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며 판매 감소 폭을 줄이는 한편, 북미 현지 생산 계획을 가속했다. 미국 조지아주에 대규모 전기 자동차 전용 공장을 건설하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배터리 기업과의 합작 공장 설립을 통해 배터리 현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이 투자들은 IRA의 북미 조립 및 배터리 요건을 충족하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였다. 이는 단기적인 손실을 감수하고 장기적인 생존과 성장을 선택한 것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집권 후 IRA의 핵심 조항들을 수정하거나 축소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미국 우선주의’ 기조와 맞물려, 자국 산업 보호의 방향은 유지하면서도 기존의 복잡했던 전기 자동차 보조금 요건에 변화를 불러온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자동차 기업들이 IRA 규정 준수를 위해 세웠던 전략의 유효성을 흔든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제 바뀐 정책 환경에 맞춰 기존 투자의 효율성을 다시 평가하고, 급변하는 통상 정책에 유연하게 대응할 새로운 최적화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는 단순한 규제 대응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과 각국의 보호주의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국내 기업의 끊임없는 숙제이다.

미래 전기차 시장의 승패는?

북미 전기 자동차 시장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한 현대차와 기아의 배터리 현지화 전략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IRA라는 강력한 규제가 없었다면 이들은 이토록 과감하고 빠른 투자를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규제는 역설적으로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불확실한 미래 시장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현지 생산 및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은 단순히 보조금 혜택을 넘어, 공급망 안정화, 생산 효율성 증대, 그리고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장기적인 안목에서 이뤄진 결정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북미 배터리 현지화 전략은 현재 진행형이다. 하지만 정책 변화라는 예측 불가능한 변수 앞에서, 유연하게 전략을 수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능력이 그 어떤 물리적 투자보다 중요할 것이다. 미국의 정치적 변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투자 결정을 신중히 하고,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비하는 민첩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들의 독립 전쟁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결코 멈출 수 없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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