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비 규제 벌금 폐지 서명 완성차 업계 환호 속 혼란 글로벌 전동화 시계, 거꾸로 돌아간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화두는 ‘전기차’였다. 바이든 전 행정부는 강력한 연비 규제와 보조금 정책을 무기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등을 떠밀며 “전기차로 전환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현대차, 기아를 비롯한 전 세계 제조사들은 수조 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 공장을 짓고, 내연기관 개발 조직을 해체하며 ‘전기차 올인’을 외쳤다. 그것이 유일한 생존 공식인 줄 알았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2025년 말, 믿었던 미국 행정부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뒤통수를 강하게 후려치는 ‘폭탄 선언’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새 행정부가 자동차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심지어 규제 위반 시 부과하던 막대한 벌금까지 없애버리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징벌적 벌금’이 사라졌다…가솔린차의 면죄부
이번 정책 변화의 핵심은 바로 ‘규제의 무력화’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당초 2032년까지 신차 판매의 67%를 전기차로 채우겠다는 목표 아래, 내연기관차의 연비 기준을 매년 살인적인 수준으로 높여왔다. 이를 맞추지 못하면 제조사들은 천문학적인 벌금을 내야 했다. 사실상 “벌금 내기 싫으면 전기차를 만들어라”는 협박이나 다름없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강력한 족쇄를 단번에 풀었다. 2022년형부터 2031년형 모델에 적용될 예정이었던 연비 규제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함과 동시에, 규제 위반 시 부과되던 벌금 조항을 폐지하는 법안에 서명한 것이다. 이는 단순히 미래의 기준을 낮추는 것을 넘어, 이미 판매된 2022년형 모델부터 소급하여 제조사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파격적인 조치다.
미국 운송부가 내세운 명분은 ‘현실론’이다. 기존 바이든 행정부가 설정한 연비 기준은 전기차 생산량과 판매량이 비현실적으로 빠르게 증가할 것이라는 ‘잘못된 가정’ 하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기차 수요가 둔화되고 재고가 쌓이는 상황에서, 무리한 규제는 자동차 제조사의 목을 조르고 소비자 가격 인상만 부추길 뿐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결국, 미국 정부는 스스로 “우리의 예측이 틀렸다”고 자인하며, 내연기관차에 다시 한번 강력한 ‘면죄부’를 쥐여주었다.
‘속도 조절’에 들어간 글로벌 업계
미국 정부의 이러한 태세 전환은 글로벌 완성차 업계의 파워트레인 전략에 즉각적이고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동안 울며 겨자 먹기로 수익성 낮은 전기차를 생산해야 했던 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빅3’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당장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잠재적 벌금 리스크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제 전기차 개발 속도를 늦추고, 돈이 되는 대형 가솔린 SUV와 픽업트럭 판매에 다시 집중할 수 있는 명분과 실리를 모두 얻었다.
사진 출처 = 뉴스1 하지만 이러한 변화가 마냥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 대규모 투자를 감행한 현대차그룹과 한국 배터리 기업들에게는 복잡한 셈법이 요구되는 ‘딜레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공장(HMGMA)을 완공하고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갔으며, 배터리 3사 역시 미국 현지 공장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부었다. 미국의 전동화 정책을 믿고 ‘올인’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했는데, 정작 미국 정부가 “전기차 천천히 해도 된다”며 발을 뺀 형국이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는 단기적으로는 현대차의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모델 판매 수익성을 높여줄 호재일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공장의 가동률 저하와 투자 회수 지연이라는 리스크로 돌아올 수 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생산 라인에서 하이브리드 차량을 혼류 생산하는 등 유연한 대처가 불가피해졌다. ‘전기차 퍼스트’ 전략에서 ‘하이브리드 병행’ 전략으로의 수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었다.
정책 리스크에 휘둘리는 자동차 시장
미국 행정부의 ‘폭탄 선언’은 자동차 산업이 기술력보다 ‘정치 논리’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다시 한번 증명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정책 때문에, 수조 원을 투자한 기업들은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비명을 지르고 있다.
사진 출처 = 뉴스1 “전기차 올인은 거짓말이었다”는 냉소적인 반응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속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전동화 자체는 거스를 수 없는 미래라는 점이다. 다만 그 과정이 굴곡 없이 직선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는 깨졌다.
이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전기차라는 이상과 내연기관이라는 현실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야 한다. 2030년까지의 로드맵은 찢어졌다. 급변하는 정책 리스크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기차든, 하이브리드든, 내연기관이든 시장이 원하는 것을 즉각적으로 내놓을 수 있는 ‘압도적인 유연성’을 갖추는 것만이 유일한 해답이 될 것이다. 미국이 쏘아 올린 이 거대한 불확실성의 공은 다시 제조사들의 코트로 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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