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문콕’ 전쟁 중인데… 유럽은 SUV 주차비 3배 인상 덩치 큰 차 = 도로의 흉기?
퇴근길 아파트 주차장, 혹은 주말 백화점 주차장에서 옆 차와의 간격 때문에 차 문을 열지 못한 경험은 운전자라면 누구나 있을 것이다. 분명 주차 라인 안에 제대로 댔는데도 내릴 수가 없다. 범인은 주차 라인을 가득 채우다 못해 넘쳐흐르는 거대한 덩치의 SUV들이다.
사진 출처 = Depositphotos 대한민국 도로는 지금 ‘거거익선’ 트렌드에 빠져있다. 팰리세이드, 카니발, GV80 같은 대형 차량들이 도로를 점령했고, 심지어 픽업트럭까지 가세했다. 하지만 우리의 주차장과 도로는 30년 전 소나타 2가 다니던 시절의 규격에 머물러 있다. 이 불균형이 낳은 결과는 매일 벌어지는 ‘문콕 테러’와 주차 갈등, 그리고 보행자의 안전 위협이다. 그리고 우리가 좁은 주차장에서 서로 얼굴을 붉히며 싸우는 사이, 자동차 선진국이라 불리는 유럽의 대도시들은 이미 칼을 빼 들었다. “도시를 망치는 큰 차는 돈을 더 내라”는 강력한 ‘금융 치료’를 시작한 것이다.
‘카스프레딩’의 습격…도로 위가 위험하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최근 자동차 업계와 도시 공학자들 사이에서는 ‘카스프레딩(Car-sprading)’이라는 신조어가 화두다. 자동차의 덩치가 필요 이상으로 커지며 도시 공간을 잠식하고 안전을 위협하는 현상을 뜻한다. 현재 한국은 국내 신차 판매량의 65% 이상이 SUV다. 세단보다 넓고 편하다는 이유로 너도나도 큰 차를 찾지만, 그 대가는 혹독하다. 국내 주차장법상 표준 규격은 너비 2.3m(확장형 2.5m)에 불과한데, 최신 대형 SUV들의 전폭은 2m에 육박한다. 문을 열 공간조차 나오지 않는 것은 물리적으로 당연한 결과다. ‘문콕’은 단순한 매너 문제가 아니라, 인프라가 차량의 대형화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하는 구조적인 재난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보행자 안전’이다. SUV 특유의 높은 보닛과 거대한 그릴은 운전자의 전방 시야 사각지대를 만든다. 특히 키가 작은 어린아이들은 운전석에서 아예 보이지 않아 참변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또한, 충돌 사고 시 세단은 보행자의 다리를 치고 보닛 위로 올리는 상해 메커니즘을 갖지만, 대형 SUV는 보행자의 가슴이나 머리 등 치명적인 부위를 직접 타격한다.
여기에 환경 문제도 더해진다. 차가 무거워질수록 타이어와 도로의 마찰로 인한 ‘타이어 분진’이 많이 발생하고, 에너지 소비 효율은 떨어진다. 전기차라고 예외는 아니다. 최근 출시되는 대형 전기 SUV나 픽업트럭의 경우 공차중량이 3톤, 심지어 4톤을 넘어가기도 한다. 이 무거운 쇳덩어리들이 도로를 짓누르며 파손시키고 있는데도, 우리는 친환경차라는 이유로 통행료 할인과 주차비 감면 혜택을 퍼주고 있다.
유럽은 이미 ‘금융 치료’를 시작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이러한 문제의식을 먼저 행동으로 옮긴 것은 유럽이다. 프랑스 파리는 지난 2월, 시민 투표를 통해 충격적인 조례안을 통과시켰다. 바로 도심에 진입하는 무거운 SUV의 주차요금을 3배 인상하는 안건이다. 내연기관 및 하이브리드 차량은 1.6톤, 전기차는 2톤을 초과할 경우 파리 도심 주차비가 시간당 6유로에서 18유로(약 2만 6천 원)로 껑충 뛴다. 6시간을 주차하면 무려 30만 원이 넘는 돈을 내야 한다. 사실상 “큰 차를 끌고 도심에 들어오지 말라”는 강력한 경고다. 런던 역시 혼잡통행료와 초저배출구역 제도를 통해 대형 차량의 도심 진입을 억제하고 있다.
이들의 논리는 명확하다.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더 많은 오염 물질을 배출하며, 보행자에게 더 큰 위협이 되는 차량은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인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지속 가능성과 공공의 안전을 위한 정당한 규제라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반면, 한국은 좁은 골목길을 꽉 채운 팰리세이드와 카니발, 아파트 주차장 두 칸을 차지한 픽업트럭에 대해 그 어떤 제재 수단도 없다. 오히려 “큰 차가 안전하다”는 막연한 믿음과 “남들에게 꿀리기 싫다”는 과시욕이 결합해 차량 대형화를 부추기고 있다. 정부의 정책 역시 대형차 규제는커녕, 주차장 규격을 넓히는 식의 사후약방문에 그치고 있다.
‘대형차 차등 규제’, 이제는 논의해야 할 때
사진 출처 = 현대차 유럽의 ‘초강수’는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주차 지옥과 도로 위 위협에 시달리는 대한민국이 가장 시급하게 벤치마킹해야 할 정책이다. 적어도 차량의 크기와 무게에 따라 도심 진입 혼잡통행료를 차등 부과하거나, 공영주차장 요금에 중량 할증을 도입하는 식의 논의는 시작되어야 한다. 4톤짜리 전기 트럭이 경차와 똑같은, 혹은 더 많은 혜택을 누리는 지금의 시스템은 분명히 잘못되었다.
나의 편안함을 위해 선택한 ‘큰 차’가 타인의 불편과 도시의 안전을 위협한다면, 그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공정하다. ‘작은 차 타기’가 불편하다면 ‘돈을 더 내는’ 선택지를 줘야 한다. 그것이 무분별한 ‘카스프레딩’을 멈추고, 지속 가능한 도로 환경을 만드는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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