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심심해서 쓰는 기원 썰 3 (장문주의)

ㅇㅇ(220.77) 2020.10.26 16:17:06
조회 819 추천 34 댓글 19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631681&_rk=Hc2&exception_mode=recommend&page=1 1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baduk&no=632184&_rk=96k&s_type=search_all&s_keyword=%EC%8D%B0&page=1 2


등장인물


a: 화장품(화장품 다단계 하시는 사장님이였음, 돈 많고 돈 잘쓰고 사람들한테 평판이 좋다, 기력 10)

b: 노가다(다단계 사장님이 데리고 다니는 수하? 비스무리한 관계, 사장님이 일도 알아봐주고 하더라, 기력 15)

c: 노래방(아가씨노래방 운영하는 분인데, 따고 도망가는걸로 유명하다. 사람은 나쁘지않은데 돈 씀씀이가 쪼잔했다, 기력 강 5)

d: ROTC(ROTC 장교 출신이라는 말을 항상 입에 달고 사는 분이였음, 기력 5)

e: 이빨(앞니가 빠졌는데 돈이 없어서 임플란트 못하고 계심, 기력 5)



a: ㅇㅇ야 첫 판은 무조건 져줘라


글쓴이: 지고싶다고 그게 되나요.. 그리고 치수가 높아서 아마 이기기 힘들거에요


a: 첫 판은 무조건 져. 무조건이야. 만방 깨져도 되니깐 무조건 져


글쓴이: 알겠습니다. 일단 해볼게요



4급인 나와 강 5급인 c와의 2점에 역덤 5집까지 준 대국이 그렇게 시작됐다. a는 항상 내기바둑을 할 때 첫판을 지는 것을 상당히 중요시 여겼다. 첫판을 진다는 뜻은 생각보다 큰데, 자신의 치수를 속여 후에 벌어질 판을 쉽게 가져가기 위함도 있고 첫판을 진 후에 두 번째 세 번째 판 등 그 이후의 판들을 쭉쭉 이겨도 맨 첫판은 졌기 때문에 상대방이 치수를 조정하려고 해도 방어할 명분이 생긴다. 상대로 하여금 방심하게 만드는 심리적 효과도 무시하지 못한다.



또 한가지 내기바둑을 할 때 신경써야할 부분이 있다. 양 대국자가 사전에 몇 판을 둘지 딱 정해놓고 대국을 시작하는거다. 그 이유는 판수를 정해놓고 대국을 해야 어거지와 진상짓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돈을 딴 측이야 따놓고 그만하는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지만 진 측에서 상대를 안 놔주고 계속해서 두자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위의 두가지 요소가 a가 상당히 중요시 여기던 부분들이었다.



대국이 시작됐지만 대국전에도 그렇고 대국중에도 치수가 공정하지 않다고 느꼈다. 사실 a가 첫 판은 지라는 말을 하긴했지만 이건 일부러 지는게 문제가 아니라 기를 쓰고 이기려고해도 쉽지가 않다고 느꼈었다.



그 날의 대국은 총 5판을 두기로 했었고 첫 대국은 10/5(10만원에 한방당 5만원) 으로 시작했다. 벌써 1년 전 일이라서 대국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점을 바탕으로 한 흑의 두터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그냥 무난하게 졌던걸로 기억난다. 상대방의 집을 부숴야 한다는 조바심이 내 돌을 튼튼하게 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수를 내려다보니 바둑이 한없이 엷어졌다. 접바둑은 마음을 조급하게 먹지 않고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두다가 상대의 실수나 느슨한 수가 나왔을 때 응징했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상대방의 집이 커보이면 바둑에서 진다첫 판은 그 문장의 표본처럼 무난하게 졌다. (2방 정도였던걸로 기억함)


첫 판이 끝나고 a한테 말했다



글쓴이: 죄송합니다. 열심히 했는데 졌습니다 (나는 일부러 지는건 솔직히 도저히 못할짓이라 생각해서 진심으로 뒀는데 졌다)

a: 아주 잘했다. 첫 판은 무조건 져야한다 정말 잘했다. (모든 대화는 c가 안들리게 다른방이나 밖으로 나가서 했다)


글쓴이: 치수가 안 맞는거 같아요. 솔직히 저하고 정선에 역덤정도면 딱 맞는거 같은데 2점에 역덤까지 주니깐 너무 힘드네요


a: 치수 조정을 해보자




ac한테 가서 치수조정을 제안했다. 사실 첫 판은 누가봐도 원사이드하게 c가 이겼기 때문에 2점에 역덤 5집이라는 치수를 계속해서 끌고나가기에는 c 입장에서도 상당히 민망한 일이였을 것이다. 구경꾼들도 워낙 많았고 치수가 안맞는거 같다는 말이 구경꾼들 사이에서도 계속 나왔을 것이다. 아직도 기억나는게 첫 판이 끝나고 c가 나한테 생각보다 할만한데? 봐주는거 아니야? 이러게 말했던게 기억에 남는다.(진짜 진심모드로 개빡세게 했는데 졌다;; 내가 접바둑 경험이 없어서 그런 듯)



a: 봤지? 쟤 약하다니깐 2점에 5알은 말이 안돼


c: 아니야 쟤 잘둔다니깐요. 저번에 두는거 보니깐 거의 3급 수준이더만


a: 3급은 무슨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정선에 7알로 가자


c: 무슨 말이에요 그럼 안두지 애초에 2점에 5알로 5판 하기로 했잖아요


a: 너가 방금 둬보고도 계속 그런소리하면 진짜 안된다. 말이 안되는 치수다


c: 두 점


a: 두 점 오케이. 그리고 엎어(판돈을 2배로 한다는 말)


c: 오케이(아마 내가 존나 해볼만한 좆밥처럼 느꼈졌을 듯)



그렇게 남은 4번의 대국은 두점으로 하는걸로 합의를 봤다. 사실 나는 그전까지 우리가 무슨 프로도 아니고 좆밥대전에서 5알이니 7알이니 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5알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2점이 되니깐 뭔가 마음의 부담이 한층 없어졌다.

2번째 대국은 20/5로 시작했다. 일단 첫 판보다 긴장도 덜되고 한판을 이미 져서인지 마음에 부담감이 없었다. 그리고 a가 내 멘탈 관리를 계속해서 해줬다.




a: 니가 오늘 5판 다 져도 괜찮다. 부담없이 편하게 둬라


글쓴이: 제 돈이 아니니깐 죄송해서 그렇죠..


a: 바보냐? 그런생각 하지말고 이제 바둑에만 집중해라


글쓴이: 알겠습니다 꼭 이길게요




a5만원짜리가 가득든 지갑을 보여주면서 돈 많다고.. 오늘 이 돈 다 꼴아도 상관없으니깐 니 하고싶은대로 바둑 둬봐라고. 대신 열심히만 두면 된다고. 참 멋진분이였는데..



그렇게 시작된 2국에서는 내가 긴장이 풀려서인지 움직임이나 수읽기 모든게 잘됐다. 이번에는 접전 끝에 내가 10집 이내로 이겼다. 솔직히 2국이 끝나고나서 2점도 할만하네? 라고 느껴졌다. 내 기력이 강해진것인지 아니면 c가 생각보다 약한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2점이면 할만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시작된 3,4국에서 내리 이기면서 약 70만원 가량을 땄다.



c는 거의 멘탈이 나가있었다. 2번째 판을 질때만해도 별다른 동요가 안보였지만 3,4국을 내리지면서 확실히 많이 흔들리고 상기됐었다. 씩씩거리면서 a에게 판돈을 올리자고 하는 모습을 보니 영락없이 우리의 페이스대로 흘러갔다.



5번째 판은 방내기가 아니라 판내기로 진행됐다. 꽤 큰 액수였던걸로 기억한다. 만약에 내가 이긴다면 c의 손실은 100만원을 훌쩍 넘을것이고 반대로 c가 이긴다면 지금까지의 손실을 어느정도 메꿀 수 있는 정도였다. a가 나한테 내기액수를 말해주지 않았다.



a: 이번판은 꼭 이기자


글쓴이: 알겠습니다


a: 아주 쟤 죽여버려 니가 충분히 이긴다


글쓴이: 열심히 둘게요


그렇게 시작된 5국은 무난하게 나의 승리로 이어져가는 분위기였다. 접바둑이였지만 백이 두터웠고 확정가에서도 앞서가서 이대로라면 10집 이상의 승리가 가능한 판이였다.



그런데...

내가 진짜 끝내기를 하다가 말도 안되는 개떡수를 둬버린거다.. 진짜 박정환이 얼마전 7번기에서 우하귀 끝내기를 막지않은 수준보다 더 심한 떡수가 나왔다. 문제는 그게 형세를 순식간에 바꿀정도였고 결국 5국을 패배하게 됐다. 진짜 이거 승부조작이 아니냐? 할정도의 실수라.. a에게 너무 미안했고 볼 면목이 없었다.




a: ~ 그걸 마지막에 그렇게 두냐 으이고 멍청아


글쓴이: 아 죄송합니다. 진짜 못봤어요...


e: 야 너는 질수는 있어 근데 이런식으로 지면 안되지


(앞니가 빠진 eB기원에서 매치메이커를 하는 사람이다. c와의 대국도 e가 만들어준 판)


a: 괜찮어 일부러 그런거 아니면 됐다


글쓴이: 다음번에는 이런 실수없이 꼭 이길게요


결국 밤을 세면서 진행된 5번의 대국후에 내가 딴 금액은 약 20만원 정도.. 100만원 이상의 승리가 눈앞에 있었는데 한순가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로 내가 망쳐버리고 말았다. a는 나에게 10만원을 주었다. 내가 미안해가지고 돈 안받아도 된다고 하니깐 니 시간써가면서 고생했는데 당연히 받아야지라면서 챙겨주셨다.

그리고 a는 남은 10만원 가지고 주위 구경꾼들에게 만원씩 나누어주었다.



a: dd야 오늘 고생많았고 다음주내로 매치 한번 더잡아볼테니깐 공부 더 해오자


글쓴이: 알겠습니다


a: 오늘 고생 많았다 들어가



내 자신이 병신같다고 느껴졌다. 학업에 열중하고 취준을 해야될 마지막 학기에

이딴 도박판에 끼어들어서 지금 뭐하고 있는짓인지에 대한 회의와 현타가 엄청왔다.



그런데.. 너무 재밌었다, 그 돈이 걸린 승부를 하는 짜릿함과

이겼을때의 쾌감.. 그건 너무나도 강력한 마약과도 같았다..




그렇게 다음번을 기약하며 기원을 나왔다...

추천 비추천

34

고정닉 2

0

댓글 영역

전체 리플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거지분장이 찰떡인 스타는? 운영자 20/12/02 - -
공지 [공지] 입문자 및 바둑뉴비들을 위한 바둑의 룰과 규칙 [91] Godzne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4.12.01 141911 439
공지 바둑 관련 사진과 내용이 있어야 합니다. [82] 운영자 05.07.29 69745 25
655577 하지 않으려 함이 곧 함이다 ㅇㅇ(39.7) 18:44 0 0
655576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들은 다 막아놨어 ㅇㅇ(39.7) 18:43 1 0
655575 좆병신새끼 ㅋㅋ ㅇㅇ(203.226) 18:43 8 0
655574 조 변호사, 당신 밑에서 당신을 오히려 내가 ㅇㅇ(39.7) 18:43 2 0
655573 짧으면서도 길하다 ㅇㅇ(39.7) 18:42 1 0
655572 우환을 환영하라 ㅇㅇ(39.7) 18:42 3 0
655571 깊은 이치의 흐름... 모를 것이니 ㅇㅇ(39.7) 18:41 5 0
655570 좋은거네 결국!!!! ㅇㅇ(39.7) 18:40 5 0
655569 탈 하면 탈 한 것이니 탈 아니할 수 없다 ㅇㅇ(39.7) 18:39 5 0
655567 바스턴자스턴!!!! ㅇㅇ(39.7) 18:38 8 0
655566 술로 지새는 시간이 시작되면 [1] ㅇㅇ(39.7) 18:37 15 0
655565 고레이팅 보니까 저우홍위가 오유진 넘어섰네 7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7 13 0
655564 ¾집 ㅇㅇ(39.7) 18:36 10 0
655563 두터울 후 ㅇㅇ(39.7) 18:35 12 0
655562 흉내바둑 존나 좋지 않냐 ㅇㅇ(223.38) 18:35 9 0
655561 이 기예를 배워 돈으로 환산하지 못했구나 ㅇㅇ(39.7) 18:34 8 0
655560 KT, 당신은 최고였소 엔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4 21 0
655559 박정환 실력에 비해 세계대회 우승 적은게 심리문제 때문임? 미카엘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3 12 0
655558 여자 세계 2위 오유진이야? 최정과 차이가? 미카엘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33 11 0
655557 똥을 중요시하는것으로도 이미 의미있나 ㅇㅇ(39.7) 18:32 7 0
655556 강마, 강마에 3번 꼬아서 그를 지칭? ㅇㅇ(39.7) 18:32 7 0
655555 사실 이정도 수준이 어디 있겠는가 ㅇㅇ(39.7) 18:31 10 0
655553 이제 멀리내다보는 장기투자는 없지 ㅇㅇ(39.7) 18:30 9 0
655552 흘러도흘러도 같은 대화겠지 ㅇㅇ(39.7) 18:30 9 0
655551 92년에도 같은 느낌이었다만 ㅇㅇ(39.7) 18:29 14 0
655550 갤 경력 십오년!! ㅇㅇ(39.7) 18:28 14 0
655547 와우를 하면서도 이토록 큰 분노를 느꼈나 ㅇㅇ(39.7) 18:27 8 0
655546 작은 것 하나로도 끝 ㅇㅇ(39.7) 18:27 7 0
655545 머리가 나와있는 곳에 세력을? ㅇㅇ(39.7) 18:26 6 0
655544 99년 오청원 인터뷰 ㅇㅇ(39.7) 18:26 12 0
655543 야 그냥 접자 ㅇㅇ(39.7) 18:25 13 0
655542 박정환 정도의 바둑을 두는데 심리를 지적하노 ㅋㅋ(feat.주제파악) [3] ㅇㅇ(203.226) 18:25 37 0
655541 최정이 가장 인기가 많은 이유 [1] ㅇㅇ(223.62) 18:22 23 0
655540 업스커트 vs 엔버 [1] 엔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22 41 6
655538 저런 캐릭은 없었다 [2] ㅇㅇ(219.248) 18:18 48 0
655537 박정환 심리적 문제로 세계대회 우승 적은거 같은데 미카엘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7 24 0
655536 왜케 불탐? 엔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7 31 0
655535 오늘 빅매치 [2] 초보바둑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6 37 0
655534 저우홍위가 김채영 상대로 용궁갔다가 반집승했을때 우승예감했음 ㅇㅇ(122.35) 18:16 20 0
655533 팬들은 순수 실력보다 업적을 따지는 법임 [1] ㅇㅇ(193.34) 18:15 91 3
655531 억측이 아니라 니가 그 아이피로 글 쓴 걸 봐서 하는 말인디 [1] 엔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14 53 0
655530 여자 2위는 누구고 최정과 차이가 어느정도 ? [2] 미카엘05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8:09 32 0
655529 최정 잘 두는 건 맞잖아 [5] ㅇㅇ(203.226) 18:05 68 0
655528 요즘 여자 1위를 이야기할때 "여자"는 빼고 이야기함? [4] ㅇㅇ(59.86) 18:01 60 1
655527 방금 글삭한놈 세돌이형이 하호정 남푠이라구? ㅋㅋㅋㅋㅋㅋ ㅇㅇ(114.203) 18:01 29 0
655522 모든 사람은 자기 자신의 능력이 따로 있지 ㅇㅇ(114.203) 17:58 20 0
655521 초고세계기전 응씨배 우승하면 진서 계보에 넣어주자 나중 다른말 없기 ㅇㅇ(114.203) 17:55 19 0
655520 엔버=표범왕=211.36=짭행=바둑갤러리 [1] 엔창갤로그로 이동합니다. 17:55 65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이슈줌NEW

1/6

힛(HIT)NEW

그때 그 힛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