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이 처음 만났던 비행기 안에서
떨리던 태섭이의 손끝과
그걸 알아차리고도 모르는 척했던 경수의 장난기가.
너는 나래야 하고 나는 너래야 한다던 그 날 그 방 앞에서
두 사람을 본 초롱이가 들고 있던 쟁반을 떨어뜨렸을 때,
죄를 지은 것처럼 다급하게 그곳을 빠져 나와
끝을 내더라도 너덜너덜해지진 말자던 경수의 말이
마치 우리 사랑은 들키는 순간 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거라고,
그러니 조심했어야 한다고 다그치는 태섭이의 불안을 알고 있던 것 같아서
그럼에도 서로를 놓지 않겠다는 듯한 포옹이.
집에서 커밍아웃을 한 뒤 경수에게 그 소식을 전한 후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웃던 태섭이의 용기가.
누구보다도 자신을 지지해줄 거라 믿었던 아버지마저 등을 돌려
집 안에서 자신은 있을 곳이 없던 경수의 상처가
현실을 외면하고 회유하려는 어머니 때문에 더 벌어지는 동안,
동성을 사랑하는 것은 죄도 아니고 병도 아니라며
사회에서나 사람들에게서나 인정도 못 받고 제대로 된 혜택도 못 받는데
왜 굳이 그걸 선택하겠냐고,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가족 구성원에게 말해주는 태섭이의 편들이.
생일날이면 같이 파티를 하고 흥겹게 춤을 추다가도
문득 자신들의 미래를 상상하다가
생각에 잠기다가
가만히 눈빛이 아득해지는 것이.
더러운 자식이라는 삼촌의 말이
다함께 식사를 하던 식탁의 공기를 일순 정지시키고,
눈물이 맺힌 눈으로 오빠에게 지지 말라던 지혜와
유명인한테도 안티가 있다며 태섭의 기분을 풀어주려던 어머니와
그제야 겨우, 민재에게 어리광을 부리게 된 아들을.
원하지 않은 결혼이었어도 최선을 다한 결과가
그림 같았던 부부와 딸에게는 서로 아픈 존재가 되어버려서,
다시 예전처럼은 안 되겠느냐고 묻는다 해도
당신한테나 수나한테도 정말정말 미안하지만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지도 않겠다고 말할 경수의 결연한 속죄가.
너무 짙은 너는 언제든 어디로든 훌쩍 떠나버릴 것 같다고,
혼자 남겨진 나는 다시 누구를 만나지도 못한채
여기 기웃 저기 기웃거리게 될 거라던 태섭이의 공허한 눈동자가
캄캄한 터널 안에 갇힌 것 같았다던 경수가 빛을 발견했으니,
그 빛은 내 목숨이고 운명인 태섭이 너와
자신까지 아들로 받아준 네 부모님들과 가족들이라고
그러니 내 눈을 똑바로 보고
우리의 이야기를 하자는 경수의 눈동자와 마주치는 순간이.
현관에 서면 구조가 한눈에 다 들어오는 작은 원룸인데도
너 힘들다며 청소 도우미를 부르자는 경수의 과잉보호와
뭣하러 그런 데에 돈을 쓰냐며 철부지 아이를 달래는 듯한 태섭이의 말투도.
툭 하면 윙크를 하고
찍지 말라고 해도 사진을 찍던,
커플링을 맞춰끼고 손을 나란히 대어보던,
머리를 헝클어뜨려서 혼이 나도 그저 좋다던.
태섭이의 손을 잡고 올라가던 계단과
등 뒤로 가서 안아버리던 집 앞과
이마에 입을 맞추던 방 안의 경수를.
그의 사랑을.
두 사람이 쓸쓸히 걷던 그 바다는 여전한지
서로를 바래다주고 같이 조깅을 하던 그 길들은 또 변함없는지.
전에 갔던 그 식당 맛있었는데 다음에 또 가자고,
그렇게 두 사람만의 단골집이 생기고.
계기만 있다 하면 매번 하는 이야기라
"너 그 얘기 한 번만 더 하면 100번째야!"
고개를 저으면서도 결국 같이 웃게 될 농담거리가 생기고.
냉장고 둘째 칸에 그것 좀 꺼내와 달라는,
주어가 생략된 말에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가족이 되었는지.
"내가 고맙다는 말 했던가?"
"내가 사랑한단 말, 했던가?"
카피하지 말라며 투닥거리는 보통의 일상을 살고 있을지.
연고를 발라주는 태섭이에게 등을 맡기고 앉은 경수가
결혼하자는 말을 맥락없이 불쑥, 자꾸 말해주기를.
우리 벌써 언약식까지 했다며 또 그 소리냐고 등을 찰싹 치면서도
"그래, 그러자. 계속 해보자구우~"
못 말리는다는 듯 장난을 받아 줄 태섭이에게도
경수의 사랑이 연고가 되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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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요,
세상에나 꿈에서 수현쌤이, 경태 커플로만 드라마를 만든다는 거예요.
2부작 특별 드라마를요.
제가 얼마나 놀라고 믿기지가 않던지요.
그 와중에도 16부작이 아닌 것을 아쉬워한 거 있죠.
두 배우 다 결혼을 해서, 그때의 그 분위기가 나올까 의미없는 걱정도 하고요.ㅎ
꿈 속에서,
인아갤에 빨리 알려야겠다며 발을 동동거리던 게 아직도 생생합니다.
경태의 알콩달콩한 모습이 그리웠던가 봐요.
언제쯤 두 사람을 제 마음 속에서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오늘도 두서없이 그리움을 풀어놓고 갑니다.
했던 말 또 하고 또 하는 제가 못나서 싫으신 건 아니죠?ㅎㅎ
이곳에 찾아오시는 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무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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