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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40-

김유식 2003.04.02 15:10:20
조회 5096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3시. 런던 소호. 차이나타운.   얼스 코트에서 넉넉하게 15분이면 올 수 있는 소호를, 최명규와 그의 동생들은 45분이나 헤매다가 오게 되었다. 피카딜리 서커스 역까지는 그런 대로 찾아왔으나 역에서 한 번 밖에 가 본적이 없는 왕케이 레스토랑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왕케이 레스토랑 입구에 들어서자 중국인 종업원이 물어왔다.   "하우 마니?(몇 명입니까?)"   김도현이 그랬던 것처럼 최명규도 손가락 네 개를 펴서 보였다.   "업 스테어 플리즈.(윗층으로 가세요.)"   네 사람은 비좁은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여기서도 테이블에 앉기 전에 몇 명인지 밝혀야 했다. 창가 쪽 테이블에 앉은 네 사람은 메뉴판을 받아들었으나 도대체 어느 것이 무슨 음식인지 알 수가 없었다. 최명규마저도 전에 김도현이 추천해준 볶음밥을 먹고 싶었으나 메뉴판을 아무리 보아도 까막눈이었다.   "이거 뭐가 뭔지 모르겠는데 자장면이나 짬뽕은 없어요?"   유형남이 물었지만 최명규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다른 테이블을 둘러보았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있으면 같은 것을 주문하기 위해서였다.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3시 5분. 런던 소호. 차이나타운.   김도현은 앞장서서 빠른 걸음으로 나갔다. 샤프츠베리 애비뉴의 골든 너겟 카지노를 지나 몇 개의 클럽을 지난 다음 오른 쪽 골목으로 꺽어졌다. 왕메이린은 바로 옆에서 걷고 있었고 자오이와 시랭은 뒤를 따라오고 있는 중이었다. 골목을 돌고 나면 피자 레스토랑이 보이고 그 다음이 바로 왕케이 레스토랑이었다.   입구에서 종업원이 몇 명이냐 물었지만 김도현은 한 두번 오는 것이 아니라는 듯 건성으로 네 명이라 말한 다음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2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왕메이린은 김도현이 꽤 배가 고팠나보다고 생각했다. 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3시 7분. 런던 소호. 차이나타운.   모리시타의 가리킴에 미키와 야쿠자 셋, 그리고 불어를 쓰는 두 명의 외국 사내들이 빠른 걸음으로 김도현의 뒤를 쫓았다. 미키의 눈에는 김도현 보다 김도현과 같이 다니는 두 명의 동양인이 수상쩍었다. 한 사람은 비쩍 말랐고, 다른 한 사람은 몸집이 대단했다. 대체 저들도 싸움을 하는지, 한다면 실력은 어느 정도일지 궁금했다. 그들의 발걸음은 상당한 무술 실력을 연마한 사람들만이 보일 수 있는 것이었지만 몸집만을 보자면 싸움과는 조금도 관계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상대는 여자를 제외한다면 겨우 세 명이었고 미키 일행은 그 두 배인 여섯 명이었다. 모리시타의 말로는 어제 김도현과 같이 있었던 한국의 야쿠자들은 아사히 UK. 특수영업팀의 팀장인 나가시마도 차로 치었다고 했다. 벌건 대낮에 차로 공격하다니 잔혹한 놈들임에 틀림없다고 느꼈다. 미키는 이번만은 손에 사정을 두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김도현을 따라 왕케이 레스토랑으로 따라 들어갔다.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3시 8분. 런던 소호. 차이나타운.   주문을 하지 못해 곤란해하고 있던 최명규의 눈에 구세주처럼 보이는 사람이 들어왔다. 다름 아닌 김도현이었다. 이곳에 오면서 어쩌면 그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다시 만나게 되니 반가운 마음이 더 했다.   "나 잠깐만.."   "형님! 주문하다 말고 어디 가세요?"   "기다려라."   몇 개의 테이블을 지나 입구에 서있는 김도현에게로 가던 중 그의 뒤에서 다리 하나가 뻗어 나와 김도현을 세게 걷어차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우당탕!   허리를 걷어 채인 김도현이 앞으로 쓰러지면서 제일 가까이에 있던 테이블 위를 덮쳤다. 일곱 명의 손님이 식사를 하고 있던 테이블이 넘어지며 식기와 찻잔, 음식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비명이 터져 나왔다.   최명규가 놀라 제자리에 멈추었다. 이윽고 김도현을 찬 다리의 주인공이 모습을 보였다. 미키였다!   미키는 식당 안으로 들어와 거만한 모습으로, 어리둥절해서 바닥에 엎어진 채 고개만 돌려 뒤를 돌아다보고 있는 김도현을 쳐다보며 외쳤다. 일본어로 말했기에 김도현과 최명규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했다.   화가 치민 김도현이 벌떡 일어나 미키에게 달려들었으나 다시 미키의 발길질이 그를 저지했다. 김도현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엉덩방아를 찧으며 재차 바닥에 쓰러졌다. 왕메이린이 급히 다가와 부축해주었지만 자오이와 시랭은 남의 싸움에는 끼지 않겠다는 듯 멀뚱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동생 김재수를 두고 도망간 미키를 하루만에 다시 만나게 된 최명규는 뭔가 오해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는 어학연수생인 김도현에게 발길질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미키가 재차 김도현을 때리려고 하자 최명규는 테이블 하나를 훌쩍 뛰어넘어 그의 다리를 손으로 잡았다. 어림 잡아 3미터는 될 듯한 거리를 단숨에 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미키에게 좋은 감정이 있을 리 없었기에 최명규는 그의 눈을 노려보며 슬며시 다리를 내려놓았다. 반가움과 놀라움, 그리고 의혹의 눈빛을 교차시켜 나타낸 미키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최명규가 넘어져 있는 김도현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키의 눈이 커졌다. 미키 뿐 아니라 세 명의 야쿠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김도현은 확실히 웃기는 구석이 있는 청년이었다. 군대에 있었을 때도 항상 돌발적인 행동을 하여 좌중을 썰렁하게, 혹은 폭소탄이 터지게 하는 일이 잦았다. 그는 최명규를 보자마자 "안녕하세요?" 라며 인사를 한 후, 그가 주고 간 수표 다발에 생각이 미쳤다. 한 손으로는 최명규가 내민 손을 잡아 일어나는 한편, 다른 손으로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지갑을 꺼냈다. 지갑을 열어 수표 뭉치를 꺼낸 김도현은 피식 웃으며 최명규에게 건네주었다. 무심코 수표들을 받아 쥔 최명규도 황당해 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아는 미키의 눈은 더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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