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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전쟁 -44-

김유식 2003.04.03 16:32:35
조회 4623 추천 0 댓글 0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3시 28분. 런던 토튼햄 코트 로드. "히라타라는 이름은 못 들어본 것 같은데...." "예. 저도 금시초문입니다."   초조한 빛을 감추지 못하며 검정 색 바탕의 용 그림 옷을 입은 사내가 다시 카폰을 들었다. 자오이와는 연락 두절 상태였으며, 어떻게 된 일인지 리지펭도 받지 않았다. 수화기를 내려놓자마자 전화벨 소리가 울렸다. 사내는 급히 수화기를 귀에 가져다 댔다.   "누구냐?"   "와...왕대인 님께 빨리 알려주세요! 여기 왕케이 레스토랑에서 총소리가 들립니다!!"   "총소리요?"   "예! 빨리 조치를 취해주세요!!"   "아...알겠소."   옆 좌석의 머리 벗겨진 사내가 등을 세우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쳐다보았다. '총소리'라는 말을 들은 것이었다.   "저...그곳에서 총소리가 났다고 합니다."   "음..."   차는 시내 중심가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센트럴 포인트의 30미터 전방에서 멈추어 있었다. 아직 네 시도 안되었지만 날은 조금씩 어두워져 갔고 한 두 방울씩 빗줄기도 보였다. 차링 크로스를 지나 샤프츠베리 애비뉴에만 들어서면 바로 차이나타운인데도 길이 막혀있자 두 사람은 안절부절하며 애꿎은 카폰만 노려보았다. 잠시 생각하던 옆 좌석의 사내가 입을 열었다.   "리우쉥도 그쪽으로 가고 있지?"   "예!"   사내가 머리를 숙이며 대답했다.   "경찰이 못 들어오도록 막아라."   "예? 하지만 왕케이에서는 지원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그 인원으로 당한다면 리우쉥이 가도 당하는 건 마찬가지야."   "예. 알겠습니다."   또 머리를 숙이며 사내가 카폰을 들어 단축 전화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전화기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컸지만 흔들리는 것이 뛰면서 전화를 받은 모양이었다.   "나다."   [예! 사부님!]   "왕케이로 가지 말고 일대를 봉쇄해라. 경찰 개입을 막아야한다."   [예! 알겠습니다.]   전화를 끊고 사내는 옆 좌석을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더 이상의 대화는 오고가지 않는 가운데 차는 센트럴 포인트를 돌아 차링 크로스로 진입했다. 2000년 2월 17일. 목요일. 오후 3시 30분. 런던 소호. 차이나타운.   '이...이게 아닌데...?'   최고의 용병집단인 프랑스 외인부대 중에서도 가장 엘리트 부대로 통하는 제2 공수연대 출신의 프랑수아는 지금까지 한 번도 겪어본 적이 없던 공포에 휩싸였다.   가방 안쪽에 있던 새 탄창을 꺼내 FA-MAS 소총에 장착하려 했으나 잘 끼워지지 않았다. 그는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었다. 첫 번째로 던진 최명규의 칼 세 자루 중 한 자루가 프랑수아의 눈썹과 이마를 스치고 지나가면서 7센치미터 가량의 긴 상처를 만들었다. 중국 청년들이 다가오자 그는 소총을 꺼내 갈겼고 그 흔들림에 상처에서 피가 흘러 눈으로 들어갔다.   곧 이어 어깨에서 묵직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 아무래도 각목에 맞은 것 같았다. 이번엔 누군가가 총부리를 잡아끌었다. 다시 연발의 총소리가 들리면서 주위의 중국 청년들이 발바닥 아래 쓰러지는 것을 희미하게나마 보았다. 알렝이나 미키가 방아쇠를 당겼으리라. 이때 몇 미터 앞에서인가 총구에서 나는 빛과는 종류가 다른 번쩍임이 있었다. 동시에 자신과 미키 조직원들 중 한 명의 입에서 비명이 터졌다. 프랑수아는 오른쪽 팔에 단도가 꽂혀있다는 것을 알고는 왼손으로 이를 뽑아냈다.   그는 더 이상 소총에 탄창을 끼울 수 없게 되자 둘 다 던져 버리고 양복 안의 홀스터에서 권총을 꺼냈다. 그리고 움직이는 모든 것에 대해 주저 없이 총알을 선사했다.   미키와 프랑수아의 뒤쪽에 있었던 알렝은 별다른 상처를 입지 않은 채 총질을 즐겼다. 가끔씩 그는 무스타파의 명령으로 총을 사용하는 기회를 가지기는 했으나 이렇게 유쾌하게 적을 학살해 보기는 처음이었다. 일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가면 무스타파에게 위험했던 일이라며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할 작정이었다. 무스타파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상상하며 그는 벌써 여러 개의 탄창을 갈아 끼웠다.   눈앞에 달려드는 동양인들이 현저하게 줄어들자 프랑수아는 이제 이곳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싸움이 시작되기 전부터 지원이 필요할지 모른다고 생각하여 런던에서 무스타파의 연락 업무를 맡고 있는 동료들에게 차량지원을 요구해두었다.   "밖으로 나가자!"   미키가 큰 소리로 외쳤다. 불어와 일어로 한 번씩 외치자 프랑수아와 알렝, 미키 조직원들이 입구 쪽으로 내달렸다. 야쿠자들 중 한 명은 배를 부여잡고 식당 바닥에 뒹굴며 신음을 내고 있었다. 식당 안에서 다시 몇 명이 쇠파이프를 들고 달려들자 프랑수아가 권총을 쏘고 미키가 소총으로 후려쳤다. 상대는 쓰러졌지만 미키는 어깨에서 심한 통증을 느꼈다. 아직 어깨에 박혀있는 칼을 뽑지 않았기 때문이었는데 사실 싸우는 와중에 뽑을 만한 시간도 없었다.   계단에서도 왕케이 레스토랑의 종업원들이 부엌칼을 들고 달려오자 알렝이 소총을 휘두르며 방아쇠를 당겼다. FA-MAS 소총의 특징 중 하나는 좁은 곳에서 휘두르기 좋다는 것이었다. 알렝 일행이 총구를 앞세우고 1층으로 내려오자 더 이상 덤벼드는 무리들도 없었고 1층은 텅 비어있었다.   프랑수아의 동료들은 두 곳에 차를 대기해 두고 기다리는 중이었다. 한 곳은 왕케이 레스토랑 왼편의 샤프츠베리 애비뉴에 있는 앵거스 스테이크 하우스 앞이었고 다른 한 곳은 왕케이 레스토랑 오른편의 플래닛 헐리우드 앞이었다.   레스토랑의 정문 앞을 나서자 수십 명의 관광객들이 웅성대고 있었지만 적대감을 나타내는 사람들은 없었다. 알렝은 안심하며 프랑수아에게 어느 쪽으로 도망칠 것인지 물었다. 프랑수아의 경험으로는 관광객들이 많은 쪽이 도망치기에 편했다. 그는 턱으로 플래닛 헐리우드 쪽을 가리킨 후 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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