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글 ㅅㅌ이고 찻내일수 있다는 생각에 쓸까말까 수없이 고민했어.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꿈과 행복을 성취한 준영이 송아를 통해 위로를 주었던 <브람스>인데, 그런 드라마를 보고 행복을 찾기로 결심한 나의 고백이 쓰이지 못할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아서, 그리고 무엇보다 준영이 말대로 지금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아서 쓴다.

나는 특별한 재능이 없다는 것만 빼면 준영이와 비슷한 사람이야. 늘 단정한 복장에 정돈된 생활, 차분한 말투를 쓰고 누구에게나 예의를 갖춰 말하지만 가슴 속의 말은 아무에게도 꺼내지 않는 사람이지. 너무 오랜 시간 그렇게 살아와서 내가 이상한 줄도 모르다가 삶에 대한 내 희망이 거의 꺼져갈 때쯤에 문제를 깨닫고 병원을 찾았어. 검사를 마치고 내가 처음 들은 건 우울증이 너무 심하다며 이런 상태로 어떻게 살아왔냐는 말이었어. 신경안정제와 우울증약으로 일상을 살게 됐지. 상담도 병행했지만 내 성향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어. 그저 약으로 버티고 있었을 뿐.

그리고 석 달 전 마침내 <브람스>를 만나게 됐지. 드라마를 보면서 나는 내가 왜 이렇게 이 드라마에 빠져서 허우적대는지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어. 가슴 설레이게 하는 사랑이야기에 흔들리는 것도 아니었는데 알 수 없는 그 무언가가 나를 너무 강하게 끌어당기고 있었어.

송아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자각이 빠르고 그런 자각을 바탕으로 상황을 인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사람인 반면, 준영은 자신의 감정을 자각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지, 주어진 상황들에 빠져 인생을 저당 잡힌 사람처럼 괴로와 하면서도 그저 감내하기만 할 뿐 피할 줄도 몰랐으니까.

나 역시 내 앞에 놓인 하루하루를 살아내기만 했을 뿐 꿈이나 미래 같은 것들은 생각할 겨를도 의지도 없었어. 아마 내가 브람스에 이렇게까지 빠지게 된 건, 내 모습 같은 준영이를 보는게 괴로우면서도 준영이가 결국에는 모든 것을 이겨내고 행복해 지기를 비는 간절한 마음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어. 나는 하지 못해도 준영이는 꼭 해내기를 간절하게 빌고 또 빌었어. 준영이가 행복을 찾았을 때 나는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나에 대한 연민으로 한없이 울었어.

2주 가까운 시간이 흘렀고 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채우고 비우길 반복했어. 그리고 마침내 나는 나를 비우고 털어내기로, 아니 그런 노력을 시작하기로 마음 먹었어.

준영이는 송아를 통해서 자기를 들여다보고 이해하고 사랑하면서 인생의 새로운 페이지를 만났지만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송아 같은 사람을 만나는 행운은 주어지지 않았지. 그래도 드라마를 보면서 조금씩 나를 자각하고 인정하고 사랑하게 된 것 같아. 아니, 그렇게 조금씩 변하는 과정에 들어선 것 같아. 나에게는 드라마 그 자체가 송아인 셈이지.

나의 주변과 주어진 상황들은 달라지지 않겠지. 드라마와는 달리 나만의 힘으로 나를 변화시켜야 해. 그 방법이 뭔지는 아직 모르지만 그래도 열심히 찾아 볼거야. 나를 드러낼 방법, 켜켜이 쌓인 묵은 감정을 비워낼 방법을 찾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거야. 혹시라도 나와 비슷한 단원이 있다면 너희들도 준영이처럼 용기내어 자신에게 맞서보길, 송아처럼 삶에 당당해 지길 기원할게.

<브람스>에 너무 고마워서 고민 끝에 내 마음을 따라 결국 이 글을 썼다. 이 글 도저히 아니다 싶으면 다정하게 말해줘. 빠르게 삭제하고 마음에만 간직할게. 읽어준 단원들아 고마워.

오늘 너희는 나의 송아야.

#브람스_행복하게_해줘서_고마워요_잘지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