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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옹갤문학) 애용

SEVEN썽THㅏ이DA(124.58) 2020.04.04 21:58:32
조회 83 추천 1 댓글 1

애용


글쓴이-SEVEN썽THㅏ이DA


작년 4월 어머니가 집에 교통사고로 입원을 하셨었다. 병원과 집을 오락가락하며 일상을 보내던 날 동생이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데리고 왔었다. 동생은 나에게 새끼고양이를 보여주며 말했다.


"오빠 우리 이거 키우자."


나는 엄마가 퇴원하면 뭐라 할 거냐면서 차라리 다른 사람에게 입양을 보내자고 했었다. 엄마는 개나 고양이 등을 정말 싫어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의외로 엄마는 허락을 해주었고 그 때 이후로 동생은 자기 방에서 애용이를 애지중지하게 키우기 시작했다. 학교를 갔다오면 애용이가 잘 있나 확인하고 밥도 직접 떠먹여주고...


그렇게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우리 집은 이사를 했었다. 물론 애용이도 함께 데려갔었다. 엄마는 아직까지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인해 병원에 있으셨고 이사는 아버지랑 나 그리고 이삿짐 센터 직원 분들과 함께 짐을 날랐었다. 때마침 지방에서 도와주겠답시고 인천으로 올라오신 이모는 고양이를 보며 질색을 하셨다.


"아이고 마, 털 날린다악! 치아뿌라!"


경상도 출신의 이모는 애용을 보며 큰 소리를 쳤지만, 동생은 꿋꿋이 애용이를 꼭 안으면서 자기가 키우겠다고 했다. 그렇게 6월, 7월, 달력이 바뀔 때마다 애용의 몸집은 어느새 훌륭하고 귀여운 성묘가 되어있었다.


그러다 8월 즈음, 해가 엄청 더운 여름 날에 애용이에게도 발정기라는 것이 왔었다. 녀석은 밖에 나가고싶어서 밤낮을 가리지않고 미친듯이 울어댔다. 덕분에 주변 이웃에게도 민폐를 끼쳤었고, 급기야 틈만 보이면 밖으로 나가 온동네 수컷 고양이들이란 고양이들은 죄다 불렀었다.


결국 가까운 동물병원에 가서 중성화 수술을 한 애용은 동생의 품에 안겨 힘없이 집에 들어왔다. 집에 오자마자 푹신한 베개에 녀석을 눕혀줬지만 녀석은 그릉그릉대며 힘든 눈빛으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는 수 없이 동생이 숨겨둔 고양이 전용 참치캔과 츄르를 까서 밥그릇에 넣어줬지만 녀석은 먹을 힘도 없는지 누워서 허공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을까, 이틀 뒤에 퇴근하고나서 집에 온 나는 애용이 녀석이 폴짝폴짝 뛰는 것을 쳐다봤었다. 김치냉장고 위에도 올라가고 내 컴퓨터 책상 위에도 올라가고, 정말 죽을 것 같았던 그 녀석이 맞는걸까? 싶을정도로 녀석은 쾌활하게 돌아다녔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그 이후로 계속 애용이와 놀아주기도 하고 같이 매트릭스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었다. 똥을 싸면 치워주고 밥이 비면 내가 채워주고... 녀석은 곧잘 바퀴벌레같은것도 잘 잡았었다. 아침에 그걸 봤을 때는 깜짝 놀라 소리를 질렀지만.


그렇게 애용이랑 장마철 날 비 오는 것도 구경하고, 영화 보는 것도 같이 보고... 작년 겨울에 눈이 왔을 때는 녀석은 처음보는 눈이 신기했었는지 내가 불러도 쳐다보지도 않았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내던 날, 어느 날 녀석은 갑자기 사라졌었다. 현관문이 열려있던 틈을 타 밖으로 나갔었던 것이다. 이런 일이 자주 있었지만 자기가 배고프거나 이름을 부르면 어디선가 튀어나와 곧장 쪼르르 달려오던 녀석이었는데... 골든 타임이라는 3시간 안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애용이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지만 녀석은 목소리조차 내주지도 않았다.


내 잘못이란거는 인정한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이미 없어졌는걸... 의외로 감정은 허무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내 옆에서 아웅아웅 울어대며 밥을 먹었던 녀석인데, 오늘 아침에는 큼지막한 똥을 쌌던 녀석인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말이 정말 가슴에 와닿았었다. 눈물이 날듯 말듯, 심정은 점점 복잡해져만 갔다.


항상 티비 위에 올라가 아빠가 보는 티비를 가리던 애용이에게 아빠가 하던 말씀이 있으셨다.


"네 엄마 찾아가~!"


물론 장난이었겠지만...그렇다고 진짜 그 녀석이 엄마를 찾아 떠났을 리는 없었다. 그저 떠난다면 보내주는 게 맞았을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나는 터덜터덜한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와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평소에 믿지 않던 신에게 빌었다.


'애용이가 다음 날이면 집 앞에서 태평하게 기다리고 있게 해주세요. 만약 녀석이 오지 않는다면 부디 좋은 주인 만나서 말썽 안 부리고 잘 살다가 곱게 가게 해주세요... 그것도 안된다면 적어도 밥은 안 굶거나 사고로 무지개 다리만 안 건너게 해주세요...' 라고 말이다.


혹시 모를 생각에 다시 밖에 나가 녀석을 찾아볼 생각이다. 어디선가 내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지도 모르니깐 말이다.

















나에게 조언해준 112.170에게 감사를 하며


-마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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