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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로지 ‘찍기 위해’ 전세계 돌아다니는 남자입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4.02 01:21:04
조회 1886 추천 2 댓글 11

“제가 12년 동안 85개국 누빈 건 바로 ???????? 때문입니다”

‘거리 사진가’ 사진작가 케이채(K.CHAE)
라이카 카메라 들고 세계 누벼
“제 작업은 촬영지까지 가는 일이 절반”

"세상을 떠난 뒤에도 회자하는 사진을 찍고 싶어요."


아프리카, 아마존부터 남극까지 지구 구석구석을 돌아봤다. 독일제 라이카(Leica) 카메라를 손에 쥐고 세계 곳곳을 렌즈에 담았다. 그가 12년 동안 발자국을 남긴 나라는 85개국에 달한다. 꾸미지 않은 피사체의 모습을 담아 ‘거리 사진가’라는 별명도 얻었다. 2009년 광고회사를 그만두고 사진가의 길에 뛰어든 케이채(K.CHAE·본명 채경완·41)를 만났다.

남극 땅을 밟은 작가.

출처케이채 제공

◇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 들어갔지만 사진가에 매력 느껴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세상을 싸돌아다니며 연출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순간을 렌즈에 담는다. 1947년 보도사진 작가 그룹 매그넘을 창립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등 20세기 초 거리 사진을 찍은 작가들에 영향을 받았다. 이들은 흑백 사진을 찍었지만, 나는 컬러 사진만 찍는다. 색감이 강하고 다채로운 편이다.”


-사진가를 꿈꾼 계기가 있나.


“1998년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대학교에 들어갔다. 무언가 예술적인 걸 하고 싶었다. 미국에서는 대학에 들어가고 나서 전공을 정한다. 첫 학기에는 미술을 배웠다.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림 그리는 실력이 유치원생 수준이었다. 동기들과 실력 차이가 너무 컸다. 학점도 C였다. 그래서 한 학기 만에 사진 전공으로 바꿨다. 미술을 배울 때 흑백사진 수업을 들었는데, 그리지 않고도 그릴 수 있다는 점이 사진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어릴 때부터 외국 생활을 했다고.


“중학교 3학년 때 아버지 직장 때문에 온 가족이 중미 온두라스로 이주했다. 제주도 한 번 안 가본 학생이었다. 온두라스는 나라 살림이 어려워 전기가 하루에 6시간만 들어왔다. 외국인학교에 들어가 현지 친구들과 어울리며 영어와 스페인어를 배웠다. 이런 낯설고 새로운 환경이 문화적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재미있게 잘 지냈다. 돌아보면 어려서 더 쉽게 적응했던 것 같다.


온두라스에서 1년 반 머무르고 뉴욕으로 갔다. 1998년 대학에 들어갔는데, 2007년에야 졸업했다.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와 군 복무를 마쳤고, 잠깐 방황하는 시기도 보냈다. 이때만 해도 사진가로 먹고살 생각은 없었다. 귀국 후 광고회사에 PD로 들어갔다. 일하면서 틈틈이 사진을 찍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나 자신이 사진 찍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걸 깨달았다. 직장생활도 맞지 않았다. 사진으로 무언가를 더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한 세기 전 거리 사진을 찍은 작가들을 따라 세계를 떠돌며 작업하기로 했다. 2009년 퇴사하고 본격적으로 작업을 시작했다.”

서아프리카 말리에서는 무장경찰 두 명이 동행해야 촬영을 할 수 있었다.

출처케이채 제공

-지금까지 어떤 작업을 했나.


“첫 1~2년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어디를 가야 하고, 현지에서는 얼마나 머물러야 하고, 어떤 사진을 찍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준이 없었다. 현지인에게 다가가는 방법도 고민이었다. 방문하는 나라가 늘수록 점점 체계가 잡혔다. 내가 강한 색감에 끌린다는 걸 알았고, 나만의 사진 스타일도 생겼다. 다음에는 어디로 떠나야 할지 감도 생겼다. 남수단 유목민 마을의 청년, 쿠바 숙소에서 만난 아이, 우루과이의 거리 등을 찍었다. 이 작업을 12년째 해왔다.”


◇한국 돌아오면 상업 사진으로 경비 마련해 다시 떠나


-경비는 어떻게 충당했나.


“작업을 시작할 때는 직장생활을 하며 모은 돈을 썼다. 부모님께 도움을 받기도 했다. 돈이 되는 작업이 아니다 보니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는 음반재킷·공연사진 등 상업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번 돈으로 다시 여행을 떠났다. 상업 사진을 찍을 때도 개성이나 스타일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작업을 했다. 작업을 거듭할수록 알아주는 사람이 생겼고, 작업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다. 요즘은 개인 작업에 집중하면서 상업 사진을 찍는 시간이 줄었다. 대신 책도 쓰고, 전시회를 열고, 작품도 판매하면서 경비를 모은다. 지금도 한 번 외국에 나갔다 오면 계좌 잔고가 바닥을 칠 때가 많다. 다시 돈을 모아 떠나고, 돌아와 돈을 벌고 하는 과정을 되풀이한다.”


-어떤 장비를 쓰나.


“가장 좋아하는 카메라가 라이카 M 시리즈다. 디지털카메라인 M10을 많이 사용하고, 필름 카메라인 M6도 쓴다. 광고회사에 다닐 때는 비교적 비싼 카메라를 썼다. 그런데 신기술이 집약된 카메라를 쓰면 내가 사진을 찍는 게 아니라, 카메라가 사진을 찍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진이 잘 나오든 안 나오든 내 손끝에서 결과물이 나오는 게 좋다. 그래서 라이카를 좋아한다. 초점 잡기부터 셔터 스피드 조정까지 촬영에 필요한 모든 것을 수동으로 조작해야 한다. 카메라가 예쁘기도 하지만, 그 불편함이 좋았다. 사진가라면 더 신중하게 촬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조작이 불편하면 더 조심해서 찍을 수밖에 없다.”

(왼)남수단 딩카족 청년, (오)쿠바 여행 중 만난 3살 아이.

출처케이채 제공

-여행을 다니며 위험한 순간은 없었나.


“외국인이 많이 찾지 않는 지역을 여행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지나친 관심을 받을 때가 있다. 이란에서는 어디를 가든 구름 떼 같은 관중이 몰려왔다. 요즘에는 누구나 스마트폰을 써서 같이 ‘셀카’를 찍자는 사람도 많다. 스리랑카 기차에서는 스님이 아이패드를 꺼내며 페이스북 친구를 하자고 하더라. 남수단 입국심사대에서는 카메라 장비 때문에 기자로 오해받은 적도 있다. 남수단은 독재국가라 기자를 싫어한다. 카메라를 압수당해 정부 고위 관계자에게 돈을 주고 돌려받았다.”


-사진작가에 적대적인 현지인도 있을 것 같은데.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관광객을 너무 많이 상대해 사진 촬영에 적대적이다. 다른 하나는 관광객을 본 적이 거의 없어 사진에 대해 잘 모르고, 촬영에 우호적인 편이다. 촬영을 싫어하는 지역에서는 현지인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려고 신경 쓴다. 불필요한 촬영을 최대한 피한다. 또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을 열게 하려고 노력한다. 중요한 건 무작정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는 것이다. 사진만 잘 나오면 된다는 생각으로 촬영하면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만일 현지인이 싫어하면 하면 억지로 찍으려 하지 않는다.”


◇“죽은 뒤에도 세상이 기억하는 사진 찍고파”


-사진을 찍다 타성에 젖은 적은 없나.


“안 그러려고 노력한다. 해오던 작업이 있으니, 가끔은 관성적으로 촬영에 임할 수도 있다. 점점 나이가 드니까 체력이 달려서 힘들 때도 있다. 혼자 여행하기 때문에 스스로 다그치지 않으면 나태해지기 쉽다. 그런데 애초에 여행하러 외국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서 다른 생각은 잘 안 한다. 여행하다가 우연히 사진 찍을 만한 순간이 오면 셔터를 누르는 게 아니다. 언제든 카메라를 꺼내 찍을 수 있게 항상 준비하고 있다. 머무는 시간 동안 마음에 드는 사진이 안 나오면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한 장이라도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오면 그때부터는 비교적 편하게 지낸다. 광고사진처럼 콘셉트를 미리 정하고 가는 게 아니라서 항상 남과 다른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 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사진작가 케이채.

출처jobsN

-사진작가 입장에서 영상 시대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


“영상보다 활자에 익숙한 세대다. 요즘 젊은 친구들은 포털 대신 유튜브에서 정보를 찾는다고 들었다. 이런 세대 앞에서 무얼 할 수 있을까 고민한다. 최근에는 많은 사진가가 생존을 위해 영상 작업도 같이한다. 단순히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면 영상을 찍는 게 합리적일지 모른다. 그래야 일거리도 더 들어올 테니까. 하지만 지금 하는 작업에 최대한 집중하고 싶다.


영상보다 사진을 좋아하는 이유도 있다. 사진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서 한다. 광고가 나와 맞지 않다고 느낀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스텝과 함께 일해야 한다는 거였다. 영상도 혼자 하는 사람이 있지만, 매체 특성상 개인이 다 하는 게 어렵다고 본다. 세상은 바뀌고 있지만, 사진만이 할 수 있는 게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한 번 소비하고 끝나는 사진이 아니라, 계속 찾게 만드는 사진을 찍는 게 중요하다. 내가 세상을 떠난 뒤에도 사람들이 내 사진을 봤으면 좋겠다. 한 번 ‘아름답다’ 생각하고 마는 게 아니라,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사진을 남기고 싶다.”


-앞으로 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원래 지난 4월 중앙아시아로 떠날 계획이었다. 캅카스 3국(조지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으로 시작해 8~9월까지 타지키스탄·우즈베키스탄 등을 돌아보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코로나19가 터지는 바람에 올해는 여행을 못 가게 됐다. 상황이 나아지면 2021년에는 중앙아시아부터 갈 생각이다. 그다음에는 중미를 가려 한다. 잠깐 온두라스에서 살았지만, 그때는 여행하거나 사진을 찍진 않았다. 멕시코부터 밑으로 내려가면서 촬영할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안 찍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나이나 시기에 따라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있다고 본다. 돌아다닐 수 있을 때 더 돌아보고 싶다. 한국에 더 오래 머무르는 시기가 오면 한국 촬영을 하는 것으로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다.”


글 시시비비 영조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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