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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개 중 우리가 골라 먹을 수 있는 건 딱 2개뿐입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5.10 00:25:37
조회 5076 추천 11 댓글 47

“당신은 척 보면 아는 거 우린 알 수 없습니다. 이런게 공정인가요?”


음료·의약품 점자표기의 현실
음료 아니면 탄산…원하는 것 못 마셔
의약품 4만여개 중 94개만 점자 표기

구독자 16만 유튜버 '원샷한솔'이 30개 캔 및 병 음료를 이리저리 만져봅니다. 그리고 종류별로 구분하기 시작합니다. 시각장애인인 원샷한솔은 캔 입구에 표기돼 있는 점자와 병 모양 등을 직접 만져보고 음료를 나눕니다. 그가 음료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총 4가지입니다. 맥주, 탄산, 음료 그리고 기타죠. 캔 입구에 표기된 점자가 맥주, 탄산, 음료뿐이기 때문입니다. 점자가 없는 건 기타로 분류했습니다.


그 결과 맥주 6개, 탄산 5개, 음료 15개, 점자 표기가 없는 기타 음료 8개로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원샷한솔이 점자를 통해 제품명을 알 수 있는 음료는 딱 2개뿐이었습니다. 맥주 브랜드 테라와 비락 식혜입니다. 테라는 캔 입구에 점자로 '맥주'와 '테라'라고 표기가 돼 있습니다. 비락 식혜는 '음료'와 함께 '♡'도 새겨져 있어 시각장애인이 구분해 마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머지 음료는 특유의 병 모양 등으로 구분하거나 복불복으로 골라 마셔야 합니다.


이 영상에서 알 수 있듯 시각장애인의 선택폭은 너무나 좁습니다. 원샷한솔은 "'그냥 아무거나 먹지'라는 댓글도 있다. 소주만 해도 처음처럼, 좋은데이, 진로파로 나뉜다. 모두에게 기호가 있고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우리(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국내 시각장애인은 25만여명에 달합니다. 적지 않은 수임에도 음료 제조사가 캔 음료에 제품명을 표기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료수 고르는 콘텐츠를 만든 시각장애인 유튜버 원샷한솔.

출처원샷한솔 유튜브 캡처

◇비용·공간 한계 등 있어 점자 표기 어려워


음료 제조사는 비용, 공정, 공간 및 재질의 한계 등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그중 제조사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큰 이유라고 입을 모읍니다. 점자를 넣을 경우 캔 뚜껑을 찍는 금형을 따로 제작을 해야 합니다. 이때 드는 비용은 약 2000만원 정도. 음료의 종류가 아닌 제품명을 새기려면 제품에 따라 제작해야 하는 금형이 늘어납니다. 제작 비용도 억 단위로 늘어나는 셈입니다. 생산라인도 모두 바꿔야 합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죠.


또 공간 제약도 점자를 새길 수 없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캔 제품에 점자를 새길 공간이 넉넉하지 않다는 것이죠. 캔 음료에 새겨진 기존 점자들도 공간이 작아 작게 축소해 놓은 것 입니다. 테라 제품명을 새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주세법상 캔 맥주 뚜껑과 몸통 등에 뭐가 들어가는지 모두 규격화돼 있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테라는 이름이 짧아 점자 반영이 가능했다. 만약 스타우트 제품이었다면 표기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제약에도 점자를 표기하는 기업이 조금씩 늘고 있기도 합니다. 롯데 칠성음료는 2021년 4월 생수 브랜드 아이시스를 시작으로 칠성사이다 페트병에 점자 표기를 추가했습니다. 페트병 상단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한 것 입니다. 캔 음료와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어 점자 해독율도 높였습니다. 롯데 칠성음료 측은 "점자 해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점자의 높이와 간격을 표준규격에 맞췄다.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의 도움을 받아 점자 인식에 대한 검증도 마쳤다"고 말했습니다.




제품명이 점자로 표기돼 있는 제품들.

출처원샷한솔 유튜브 캡처, 비락식혜, 롯데 칠성음료 제공

◇4만4751개 중 단 94개뿐…


음료 외에도 점자 표기가 적어 시각장애인들이 구매에 어려움을 겪는 제품이 있습니다. 의약품입니다. 의약품은 시각장애인의 정보 접근성이 떨어져 약물 오남용 및 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점자가 표기된 의약품은 매우 적습니다. 식약처 자료를 보면 전문 및 일반 의약품을 모두 합친 전체 의약품 4만4751개 중 점자제 표기된 제품은 단 94개뿐이었습니다. 0.2%도 안 되는 비율이죠.


약국에서 약사가 약 종류, 복약 방법을 설명해줘도 소용이 없습니다. 아무런 표시가 안 돼있는 약을 집에서 혼자 구분에서 먹기도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일부 시각장애인은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아예 종류가 다른 약을 복용해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아예 먹지 못했던 경험도 있다고 말합니다.


제약사가 점자 표기를 하지 않는 이유는 현행법상 제약사 점자 표기는 의무가 아닌 권고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의약품 등의 안전에 대한 규칙 제69조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제품의 명칭,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의 상호 등은 점자 표기를 병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습니다. 그동안 점자 표기 의무화는 16대 국회부터 계속 논의해왔지만 법안 통과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목소리를 낸 결과 2021년 4월 28일 의약품 점자표기 의무화를 포함한 약사법안이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습니다.


'의약품·의약외품 용기·포장 등에 점자 등 표시 의무화 법안'은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발의했습니다. 수입업자가 의약품 등의 용기, 포장 및 첨부문서에 기재하는 사항을 점자 또는 음성변환용코드 등으로 표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입니다. 위반 시 1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했습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점자 표기는 누군가에게는 꼭 필요하다. 업계에서도 그동안 필요하다 생각했지만 선뜻 생산 라인 등을 처음부터 다시 갖춰 시행하기 어려운 문제였다. 법안이 통과됐으니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잘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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