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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안 나가고도 내 사업하는 직장인이 있다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16 09:57:28
조회 4171 추천 2 댓글 3

김치헌 페이데이즈 전(前) 대표
배달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 급여 정산 앞당겨
1년간 사내벤처 모험 후 회사 복귀



직장인이라면 자신의 사업 아이템 하나씩은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을 테다. 그러나 막상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실패 했을 경우 리스크를 개인이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사내벤처 제도를 적극 활용해 위험 부담은 줄이면서 자기 사업을 펼쳐나가는 직장인들이 종종 보인다. 기업 입장에서도 직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미래 먹거리로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 회사도 직원도 윈윈(win-win)하는 전략인 셈이다.

신한카드는 음식 배달 라이더 등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 정산주기를 14일에서 55일까지 앞당겨주는 ‘카드 기반 소득 선정산 서비스’를 최근 출시했다. 현재 일부 플랫폼 노동자는 일을 하고도 최대 55일이 지나서야 임금이 정산돼 입금된다. 이를 플랫폼사에게서 바로 대금 정보를 카드사가 받아, 미리 포인트를 적립해 플랫폼 노동자로 하여금 미리 카드결제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것이다. 신한카드는 이 비즈니스 모델을 특허 출원 신청 중에 있다. 현재는 일부 플랫폼사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 중이다.

이 아이디어는 신한카드 사내벤처에 도전한 한 직원에게서 처음 나왔다. 신한카드 사내벤처 ‘페이데이즈(PayDays)’ 김치헌(45) 전(前)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사내벤처로 시작한 페이데이즈는 최근 신한카드 개인사업자CB팀으로 흡수돼 사업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1년간 사내벤처를 이끌었던 김치헌 전 대표로서는 사업가 도전 경험을 토대로 다시 회사에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해 나가게 된 것이다. 그를 7월7일 서울 을지로 신한카드 본사에서 만났다.



배달 기사, 택시 기사, 청소 도우미 등 플랫폼 노동자가 새 직업 영역에 생기고 있다. /신한카드 제공


-음식 배달 기사처럼 건당 계약을 맺고 보수를 받는 사람들을 ‘플랫폼 노동자’ 혹은 ‘긱워커(Gig Worker)’라고 부르죠. 요즘 많이 보이긴 하지만 아직은 생소한 고용 형태인데요.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2016년에 신한카드에 입사해 신사업·신기술 글로벌 제휴 업무를 맡았어요. 그때 우버나 에어비앤비, 페이팔 같은 업체를 접했죠. 거기서 플랫폼 노동자로 일하는 사람들 실태를 알게 됐어요. 이를테면 이분들은 배달 건당 보수가 책정되는데 이를 정산하는 데 두 달씩 걸리는 거예요. 당시는 우리나라도 플랫폼 노동자가 많지 않았지만, 지금은 180만명까지 추산됩니다. 소득이 아무리 많아도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을 받기가 힘들어요. 때문에 이들의 소득을 통합해 관리하고, 급여 정산 주기도 앞당기는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저도 이제 은퇴가 10년 정도 남았는데 이게 저의 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아들도 플랫폼 노동자가 될 수 있고요. 내 일이고 내 가족의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니 이를 해결해야겠다고 결심했죠.”

-어떤 기회로 그 구상을 사업으로 현실화할 수 있었나요?

“아이디어를 갖고 기획서를 준비해 지난해 신한카드 사내벤처 5기에 선발됐습니다. 페이데이즈라는 사명을 달고 이러한 플랫폼 노동자들을 위한 소득정산 주기를 앞당기는 서비스 개발부터 나섰지요. 오늘 콘텐츠를 올려 광고 수익이 나도 그 다음달 23일에 정산이 되는 플랫폼도 있어요. 플랫폼사와 제휴해 매달하던 정산 주기를 매주로 단축하거나, 더 나아가 매일 정산하는 방식으로 바꾸려 합니다. 또 이분들이 대개 소득이 흩어져 있거든요. 한 플랫폼에서만 일하는 게 아니라 아침에 배달앱 통해 배달 일하고 저녁 때 대리기사 뛰는 식이죠. 페이데이즈 플랫폼을 통해 소득을 한데 모아 통합해 관리하도록 하는 서비스까지 이어지도록 했습니다.”

페이데이즈 로고. /신한카드 제공



-페이데이즈 사명은 어떤 뜻인가요?

“페이데이(payday), 즉 월급날에 복수형 ‘-s’를 붙였어요. 여러 번 월급을 받으면 기분이 좋잖아요? 정산 주기를 매일 단위로 하겠다는 의지와도 이어지고요. 로고에 태양이 있는데 플랫폼 노동자에게 따뜻하고 포용적인 금융을 제공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봤습니다.”

-최근 신한카드 개인사업자CB팀 부부장으로 돌아왔는데요. 여기서 어떻게 사업을 이어나갈 계획인가요?

“플랫폼 노동자의 소득 정산 주기를 앞당기는 것뿐 아니라 궁극적으로 이들을 제도권 금융으로 흡수하는 게 목표입니다. 현재로선 플랫폼 노동자가 아무리 직장인보다 소득이 많아도 이들이 신용을 제대로 평가하기가 어렵거든요. 소득 증빙이 어려워 소득이 올라도 그만큼의 금융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거예요. 이들의 소득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하고 신용평점을 매길 수 있으면 금융기관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겠죠. 그 정보를 은행이나 보험사에 주면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대출이나 보험, 예적금 상품까지 개발할 수 있어요. 금융기관에서는 플랫폼 노동자라는 새 고객층이 생기게 되죠.”


페이데이즈 김치헌 전 대표. /신한카드 제공



-카드사에 오기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LG경제연구원 전자전략실에서 해외투자나 사업전략 연구를 했고요, SK텔레콤 미래연구실에서도 신사업과 신기술 전략 업무를 맡았습니다. 신한카드에 오기 직전에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창조경제전략센터에서 스타트업과 벤처 활성화 정책 연구를 했고요. 그때 향후 뜨는 사업을 조사했었는데, 핀테크 분야에 관심을 갖게 됐죠. 2200만 고객이 있는 신한카드에서 금융 분야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겠다 싶어 신한카드에 합류하게 됐습니다.”

-사업가로서의 도전을 망설이는 직장인들이 많습니다.

“사실 결정하기가 쉽지 않죠. 하지만 회사가 환경을 잘 만들어주면 혁신적인 아이템을 잘 실현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의 경우 사내벤처 제도가 있어서 아이디어를 진짜 사업으로 만들어내기 위한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은 많은데 실행할 수 있는 사람은 굉장히 적어요. 개인의 의지보다는 여러 환경적 여건 때문인데요, 회사가 아이디어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면 충분히 회사에 기여하면서 직원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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