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0조 규모로 성장한 구독경제 시장
넷플릭스 위협할 디즈니플러스 하반기 상륙
구독경제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구독경제는 소비자가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공급자가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예전에는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음악이나 영화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구독하고 언제 어디서나 즐기는 게 일상이 됐다. 이미 넷플릭스나 유튜브, 왓챠, 웨이브, 멜론, 지니뮤직, 리디북스, 밀리의 서재 등을 쓰지 않는 하루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구독경제 시장 규모가 2016년 25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0조1000억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세계적으로 봐도 2015년 4200억달러(약 483조원)이었던 구독경제 시장은 지난해 5300억달러(약 609조원)으로 커졌다.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구독해서 즐기는 구독경제가 확산되면서 플랫폼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픽사베이
커지는 시장만큼 구독자가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도 다양해지고 있다. 올해 2월 글로벌 1위 음원 서비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하반기엔 콘텐츠 공룡으로 불리는 디즈니플러스가 국내에 상륙한다. 쿠팡이 지난해 12월 시작한 쿠팡플레이, 지난달 애플이 선보인 팟캐스트 유료 구독서비스 등 구독경제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서비스를 살펴봤다.
◇디즈니·마블·스타워즈…없는 게 없는 콘텐츠 부자,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는 올해 9월 국내 출시를 목표로 KT, LG유플러스와 막바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를 비롯해 마블, 픽사, 21세기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 등이 제작한 영화,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등 8000여 편의 콘텐츠를 보유한 글로벌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다. 2019년 11월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 3월, 출시 1년4개월 만에 디즈니플러스의 가입자 수는 1억명을 넘어섰다. 넷플릭스의 절반 수준이지만 넷플릭스가 현재 2억명이 넘는 가입자 수를 모으기까지는 10년이 걸렸다. 이에 비해 단기간에 빠르게 가입자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를 위협하는 강력한 존재로 꼽힌다.
올해 하반기 국내 상륙하는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가 보유한 월트디즈니, 픽사, 마블 등 강력한 지식재산권을 갖췄다.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의 폭발적인 성장은 압도적인 지적재산권(IP) 규모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미키마우스, 겨울왕국, 주토피아, 아이언맨, 어벤져스 시리즈, 스타워즈, 엑스맨 등 디즈니가 소유한 월드디즈니, 마블, 20세기 폭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콘텐츠를 제공한다. 2020년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공 계약 만료 후 자사 콘텐츠를 모두 철수시켰다. 디즈니 콘텐츠는 디즈니플러스에서만 보게 하려는 전략이다. 디즈니플러스는 7500편 이상의 TV 시리즈와 500편 이상의 영화, 디즈니플러스에서만 감상할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들을 제공한다. 디즈니플러스 요금은 한 달에 9500원이고 1년 요금은 9만3000원으로 알려졌다.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진출은 성공할 수 있을까? 관객 수 1390만명을 동원한 마블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은 한국 영화 흥행 역대 5위다. 관객 수 1370만명을 동원한 ‘겨울왕국2’는 6위, 1348만명을 동원한 ‘아바타’가 7위다. ‘알라딘(1270만명)’, ‘어벤져스 에이지오브울트론(1050만명), ‘겨울왕국(1030만명)’ 등 1000만 관객 이상 영화도 7편이나 된다. 한국에서 디즈니의 위상과 충성도를 생각한다면 디즈니플러스의 성공은 긍정적으로 점쳐진다. 그러나 이는 반대로 그만큼 디즈니 작품을 이미 본 사람이 많고 디즈니플러스가 새로운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면 구독자를 잡아둘 수 없다는 걸 의미한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론칭에 발맞춰 이미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을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 영화 ‘변호인’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등을 제작한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의 계열사인 스튜디오앤뉴에 660억원을 투자하고 향후 5년간 매년 1편 이상의 작품을 디즈니플러스를 통해 선보이기로 했다. 이미 강풀의 웹툰 ‘무빙’을 드라마로 만드는 데 500억원을 투자하기로 하고 넷플릭스 ‘킹덤 시즌2’를 연출한 박인제 감독을 영입한 데 이어 배우 조인성, 한효주 등을 일찌감치 섭외했다. 가수 강다니엘이 출연하는 ‘너와 나의 경찰수업’도 디즈니플러스에서 볼 수 있다. 한국판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준비한 디즈니플러스는 과연 한국 구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쇼핑에 보는 재미를 더했다,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는 지난해 12월 쿠팡이 유료 회원제인 ‘로켓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시작한 OTT 서비스다. 월 2천900원을 내고 로켓와우에 가입하면 쿠팡플레이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기존 회원은 쿠팡플레이 앱을 다운로드 받고 쿠팡 앱과 연동만 하면 바로 이용 가능하다.
최근 쿠팡플레이는 단독으로 도쿄올림픽 온라인 중계를 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OTT 사업자가 올림픽 경기를 중계하기 위해선 지상파 3사로부터 온라인 중계권을 구입해야 하는데 쿠팡플레이는 네이버와 카카오를 제치고 단독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쿠팡플레이가 독점 형태로 중계권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자 보편적 시청권 제약 논란이 불거졌다. 그동안 올림픽 중계는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볼 수 있었는데 쿠팡이 유료 멤버십인 로켓와우 회원만 볼 수 있도록 시청을 제한해 국민의 보편적 시청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여기에 최근 쿠팡 덕평물류센터 화재로 인한 부정적 여론까지 겹쳤다.
쿠팡플레이가 오리지널 콘텐츠로 제작하는 ‘SNL코리아’. /쿠팡플레이
도쿄올림픽 중계는 무산됐지만 쿠팡플레이는 독점·오리지널 콘텐츠 확보 등에 집중해 치열한 OTT 시장 속 입지를 넓히고 있다. 쿠팡플레이는 영화 ‘미나리’와 영국 드라마 ‘라이프’, 미국 드라마 ‘존경하는 재판장님’ 등을 독점 공개해왔다. 올 여름 공개를 목표로 쿠팡플레이 예능 오리지널 콘텐츠 ‘SNL코리아’도 제작 중이다. 쿠팡플레이 ‘SNL 코리아’ 제작에는 2011년부터 방영된 기존 ‘SNL코리아’ 제작진 안상휘 CP, 유성모 PD, 권성욱 PD, 오원택 PD가나선다. 또 오는 11월에는 쿠팡플레이의 첫 오리지널 드라마 ‘어느 날’도 공개한다. 드라마 ‘어느 날’은 지난 4월 쿠팡플레이가 초록뱀미디어와 국내 독점 계약을 체결해 제작해왔다. 주연 배우는 김수현, 차승원이 맡았고, 회당 제작비는 12억5천만원 규모로 알려졌다.
쿠팡플레이의 차별점은 교육 콘텐츠에 있다. 쿠팡 플레이 앱 상단에서는 TV, 영화, 생중계에 이어 교육 탭이 따로 있다. 쿠팡플레이는 해커스, YBM, 대교, EBS랑, 와이즈캠프 등 교육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토익, 오픽 등 영어 자격증 시험 강의, 키즈 영어 강의, 중국어나 일본어 등 제2외국어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글로벌 1위 음원 강자, 스포티파이
스포티파이는 7000만곡 이상의 트랙과 40억개 이상의 플레이리스트를 보유한 세계 최대 오디오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다. 세계 178개 국가에서 3억5600만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선 올해 2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스포티파이 한국 서비스 이미지. /스포티파이 코리아
‘음원 플랫폼계 넷플릭스’로 불리는 스포티파이는 국내 서비스 전부터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화제를 불러왔다. 특히 지난해까지 국내 음원시장에서 음원 사재기 논란이 이어지자 차트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스포티파이가 음원시장의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출시 초기 아이유, 임영웅 등 인기 가수들의 음원이 라이센싱 문제로 서비스 되지 않아 아쉬움을 샀다. 현재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유통하는 음원 등을 문제 없이 들을 수 있다.
스포티파이는 각 사용자의 성향이나 취향, 사용패턴에 맞춘 ‘개인화(personalization)’ 서비스가 특징이다. 스포티파이의 개인화는 서비스 이용 시작 직후부터 바로 적용되어 음악을 들을 때에 따른 음원 추천은 물론 앱 기능 전반에 걸쳐 사용자 개인에 맞춰진다. 사용자가 어떤 음악을 듣는지, 어떤 음악을 플레이리스트에 추가하는지, 사용자와 비슷한 취향의 다른 사용자들은 어떤 청취 습관이 있는지 등을 비교, 분석한다. 서비스 이용 시간대, 음악 청취 순서, 음원 발매일 등 자잘한 요소도 반영한다. 스포티파이의 개인맞춤 서비스는 사용자가 듣는 몇몇 노래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수 많은 사용자의 청취 시그널과 데이터를 오랜 기간 축적, 분석한 결과다. 스포티파이는 오디오 음원 업계의 연구개발 센터라는 평을 들을 만큼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머신러닝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으며, 그 결과 세계 최대의 음원 스트리밍 업체로 발돋움했다.
스포티파이의 대표적인 플레이리스트에는 ‘새 위클리 추천곡’, ‘신곡 레이더’, ‘’데일리 믹스’ 등이 있다. 새 위클리 추천곡은 매주 월요일에 각 사용자의 취향과 청취 습관에 맞춰 새로운 음원을 추천한다. 신곡 레이더는 매주 금요일에 사용자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또는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원을 추천한다. 데일리 믹스는 매일 최대 6개까지 사용자가 즐겨 듣는 음악과 새로운 추천곡을 함께 추천하는 메뉴다. 이들 플레이리스트의 곡 구성은 3억 5600만명 사용자마다 모두 다르다.
국내 진출 6개월이 지났지만 스포티파이의 국내 월간 이용자수는 음원 시장의 1% 정도인 32만명이다. 스포티파이가 국내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이 경쟁력 강화에 나서면서 스포티파이 매력을 반감시켰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멜론과 지니뮤직은 스포티파이가 주도하는 세계적인 음원 플랫폼 트렌드에 발맞춰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스포티파이는 외국 음악에 비해 한국 음악은 다소 적다는 지적이다. 음원 플랫폼 관계자는 “국내 음원 시장은 플랫폼과 음원 배급 간 밀접한 관계”라면서 “해외 플랫폼이 한국 시장을 과점하기는 힘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한 스포티파이는 광고룰 보면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능을 아직 한국에선 제공하지 않는다. 이 기능은 글로벌 시장에서 스포티파이의 음원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현재 한국에서는 무료 이용 기간이 끝나면 월 1만1990원(1인)에서 1만7985원(2인)에 이르는 프리미엄 요금제를 이용해야 한다. 미국 등에서 이용할 수 있는 6인 패밀리요금제(14.99달러, 약 1만6740원) 서비스도 없다.
◇팟캐스트의 원조, 애플 팟캐스트 서브스크립션
애플은 지난달 팟캐스트 유료 구독 서비스 ‘애플 팟캐스트 서브스크립션’을 출시했다. 애플이 2005년 팟캐스트 서비스를 시작한 지 16년 만에 처음 도입한 유료 구독 모델이다. 애플 팟캐스트 서브스크립션은 유튜브나 트위터처럼 특정 창작자 채널(프로그램)을 구독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원하는 창작자를 지원하고 광고 제거, 신규 콘텐츠 먼저 듣기와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애플의 팟캐스트 유료 구독 서비스 ‘애플 팟캐스트 서브스크립션’. /애플
애플은 CNN, NPR, 워싱턴포스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미디어·엔터테인먼트 회사와 손잡고 뉴스, 코미디, 스포츠, 실화 범죄 등 다양한 장르의 구독 서비스와 채널을 선보인다. 한국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는 정신과 전공의 6명이 진행하는 ‘뇌부자들’, 공용 방송 ‘TBS eFM’, 유명 경제 인플루언서 ‘신사임당’, 직장 관련 콘텐츠 ‘희렌최널’ 등이 있다. 각 구독서비스 가격은 팟캐스트 제작자가 정하며 월 0.49달러(약 560원)부터 시작한다. 사용자에게는 광고제거나 신규 콘텐츠 미리듣기 등 추가 혜택을 준다.
팟캐스트는 해당 시간에 정해진 프로그램을 송출하는 라디오와 달리 각종 콘텐츠를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들을 수 있다. 사용자가 채널 정도만 선택할 수 있는 기존 TV와 달리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하는 OTT와도 유사하다. 사용자가 곧 콘텐츠 제작자이자 구독자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유튜브와 닮았다.스마트폰의 보급은 유튜브뿐 아니라 팟캐스트 확산에도 영향을 끼쳤다.
애플이 팟캐스트로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한 건 스포티파이를 견제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스포티파이는 애플보다 팟캐스트 후발주자지만 먼저 구독 서비스를 들고나와 애플의 점유율을 잠식하고 있다. 스포티파이는 올해 1분기 기준으로 260만개 이상의 팟캐스트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팟캐스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 세계 92개국의 MAU(월간 활성 사용자)는 약 2억9900만명에 달한다.
한국에서 팟캐스트가 시작된 것은 2010년 전후다. 본격적으로 팟캐스트가 흥행한 계기로 2011년 등장한 시사방송 ‘나는 꼼수다’(나꼼수)를 빼놓을 수 없다. 이를 통해 당시 사회적 열풍까지 불러일으켰지만 이후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면서 새로운 대세인 유튜브나 OTT 등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국토가 넓어 장거리 주행에서 팟캐스트를 듣는 미국과는 시장 환경이 다르다는 점도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재택근무와 원격학습이 보편화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집중을 요구하는 영상과 달리 여타 작업이나 여가 활동을 하면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귀로 듣는 오디오 서비스가 지닌 강점이다. PC와 스마트폰으로 시각적 피로에 지친 젊은 세대가 팟캐스트를 찾는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에 따라 국내 팟캐스트 시장도 점차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팟캐스트 본가 애플이 구독형 모델을 도입하면서 한국 이용자를 다시 사로 잡을지 지켜볼 일이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시시비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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