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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보안 대통령 메뉴로 직장인 점심 책임져요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26 09:32:52
조회 3396 추천 10 댓글 27

최연소 입사, 최장 근무한 ‘청와대 셰프’
김대중~문재인 대통령까지 입맛 책임져

20년간 청와대에서 대통령 전담 셰프로 일한 사람이 있다. 셰프로서는 청와대에 최연소로 입사해 최장기간 근무한 최초의 인물이다. 고 김대중 대통령부터 문재인 대통령까지 총 5명의 대통령 식사를 책임졌다. 2018년 명예퇴직한 후 현재는 서울 광화문과 양재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천상현(53) 셰프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상현 셰프. /jobsN


-자기소개해 주세요.

“20년 4개월 동안 청와대에서 5명의 대통령 식사를 책임졌던 전 청와대 총괄 셰프 천상현입니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한 천상현 셰프는 1992년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주방보조로 요리 생활을 시작했다.

“대학 졸업 후 첫 직장은 보험회사였어요. 친구가 보험 영업을 같이해보자고 해서 무작정 시작했습니다. 6개월간 일했는데 고작 보험 1건을 계약했어요. 적성에 잘 맞지 않았죠. 진로를 고민하던 중 친구가 신라호텔 중식당에서 주방보조를 뽑는다는 소식을 알려줬어요. 함께 지원해보지 않겠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25살에 신라호텔 상용직으로 입사했습니다.

주방보조 일부터 시작했어요. 재료 손질, 청소 등 잔일을 했죠. 당시만 해도 호텔 중식 부문의 주방에는 한국인이 많지 않았어요. 대부분 화교 셰프들이었죠. 중국어를 완벽하게 알아듣지는 못해도 눈치껏 일했어요. 선배 셰프들에게 하나씩 배우면서 점점 일이 늘어났습니다. 요리가 너무 재밌었어요. 적성에 잘 맞는다고 생각했죠. 중식 주방은 크게 면을 뽑는 면판, 칼을 쓰는 칼판, 음식을 볶고 지지고 지는 불판 등의 파트로 나눠집니다. 그중 가장 기본인 면판에서부터 요리를 시작했어요. 1년 정도 일하니 정직원으로 바뀌었고, 5년차쯤엔 선배들이 맡았던 불판에 설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1998년 고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했다. 김대중 대통령의 남다른 중식 사랑에 청와대에서는 처음으로 중식 셰프를 찾기 시작했다. 조건이 있었다. 한국인이어야 했다.


청와대에서 일할 때 모습. /jobsN


천상현 셰프는 1988년 고 김대중 대통령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까지 20년간 5명의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졌다.

-대통령의 식단이 궁금합니다.

“여느 가정집과 똑같은 메뉴에요. 식자재를 좀 더 신경 쓰는 정도죠. 된장찌개에 금을 넣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은 못 먹는 귀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아니에요. 된장찌개, 우거짓국 등 일반적인 식사를 하십니다. 다만 철저하게 검증한 좋은 식재료를 써요.”

-식단은 어떻게 짜나요.

“식단은 보통 일주일치를 먼저 짭니다. 각 파트별 셰프가 모여 3대 영양소를 고려해 메뉴를 상의한 후 정해요. 소화가 잘 안 된다고 하시거나 종합검진을 하실 때는 죽이나 속이 편한 음식으로 식단을 짭니다. VIP의 일정을 고려해 식단을 정해야 해요.

상황에 맞게 메뉴를 바꾸기도 합니다. VIP가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으실 때나 입맛이 없으실 때는 평소 좋아하시던 음식으로 바꿔서 준비합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엔 김치전 같은 음식을 해드리기도 해요. 또 갑자기 특정 음식을 찾으실 때가 있어요. 어떤 음식을 찾으실지 모르니 좋아하는 메뉴 위주로 재료를 항상 준비하고 있습니다.


천상현 셰프는 고 김대중 대통령부터 고 노무현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까지 20년간 5명의 대통령의 식사를 책임졌다. /jobsN


-대통령마다 특별히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나요.

“고 김대중 대통령은 낙지, 홍어 등을 좋아하셨어요. 고 노무현 대통령은 해산물을 좋아하셨습니다. 막회나 매운탕 같은 걸 즐겨 드셨죠. 또 라면을 좋아하셨어요. 주말에는 직원들도 쉬어야 한다면서 라면을 직접 끓여 드시기도 했습니다. 직원들이 주말엔 좀 늦게 출근하게끔 배려해주신 거죠.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은 고기, 해산물 등 가리는 것 없이 골고루 다 좋아하셨어요. 문재인 대통령은 해산물을 즐겨 찾으셨습니다.”

-한 번에 음식을 하면 몇인분을 준비하나요.

“대통령 내외만 드실 경우에는 딱 2인분을 준비하지만 보통은 10인분 정도를 준비합니다. 갑자기 가족분이 오시거나 다른 분과 식사할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넉넉히 준비해요. 대통령 내외, 가족들, 15인 이내 모임의 요리는 직접 합니다. 다만 국가유공자와 보훈 가족을 초청해 식사하는 대규모 행사의 경우 호텔 케이터링을 이용합니다.”

-갑자기 외부 음식을 찾으시면 어떻게 하나요.

“피자 등 외부 음식을 찾으시면 근처 가게에 전화로 음식을 주문하고 직접 나가서 가져옵니다. 주로 손주들이 오면 외부 음식을 찾으셨어요. 시간이 넉넉한 경우에는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

-청와대 생활은 어땠나요.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았던 것 같아요. 음식을 만들기 전부터 나갈 때까지 모든 과정을 꼼꼼하게 살펴봐야 합니다. 또 나라의 수장을 모시는 사람으로서 모든 부분에서 실수하지 않게 조심해야 했어요. 밖에서는 항상 몸가짐도 더 조심했습니다. 사명감이 컸어요.

지나고 보니 청춘을 다 바쳤다는 생각이 들어요. 요리를 전공하거나 자격증이 있어 청와대에 들어간 건 아니었지만 매 순간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보니 긍지와 자부심을 느꼈어요. 다른 사람은 쉽게 가지 못하는 길을 걸어왔다는 생각을 하기도 해요. 다 추억이고 경험이죠. 힘들었던 기억보다는 좋았던 기억이 훨씬 더 많습니다.”


천상현 셰프. /jobsN


-청와대에서 일할 때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었나요.

“보안입니다. 대통령 식단 메뉴, 동선, 일정 등은 1급 비밀이에요. 가족들이 들어오는 것까지 보안 사항입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요.

“VIP가 임기를 마치고 나가실 때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정치색과 상관없이 다 똑같아요.  저희는 정치 관련 사람이 아닌 음식을 해드리는 요리사에요. 사람 대 사람으로서 많은 감정을 느끼죠. ‘5년 동안 여러분 덕분에 맛있고 건강한 음식을 잘 먹고 간다’면서 인사하실 때 가슴 찡하고 뭉클합니다. 그동안 힘들었던 게 다 녹는 기분이에요.”

-월급이 궁금합니다.

“청와대 요리사는 공무원이다 보니 그에 맞춰 연봉을 받습니다. 호텔에서 일할 때보다 더 적게 받았어요. 처음에는 10급 공무원으로 입사했어요. 연봉이 적은 대신 관사를 받았습니다. 2010년 정부가 기능직 10급을 폐지하면서 9급으로 바뀌었고 그러면서 급여도 올랐어요.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의 연봉은 성과급 등을 다 합쳐 9000만원 정도였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세계 수석 셰프들의 모임인 CCC에 초대받은 천상현 셰프. /jobsN


천상현 셰프는 2017년 한국인 최초로 세계 수석 셰프들의 모임인 CCC(Club des Chefs des Chefs)에 초대받아 활동하기도 했다. CCC는 1977년에 결성한 비영리 단체로 국가 원수의 음식을 담당하는 셰프들의 친목 모임이다. 나라별로 대표 1명만이 정회원 자격을 얻는다.


“프랑스 엘리제궁 수석 셰프부터 미국 백악관 수석 셰프까지 전세계 24개국 대통령이나 국왕, 수상 등의 수석 셰프가 참가합니다. 각 나라의 음식을 먹어보고 메뉴와 레시피를 교환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해요. 다만 재직 중에만 회원 자격이 유지됩니다. 1년 정도 활동하다가 청와대를 나오면서 자동 탈퇴가 됐어요.”


천상현 셰프는 현재 서울 광화문과 양재동에 중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jobsN


2018년 청와대를 나온 천상현 셰프는 현재 서울 광화문에서 짬뽕집인 ‘광화문 짬뽕’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양재동에 중국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중식당 ‘천상’을 열었다.

“20년 정도 일하다 보니 방전된 느낌이었어요. 요리사로서 대중에게도 다양한 요리를 선보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결단을 내렸습니다. 청와대에서 나온 이후 짬뽕집을 열었습니다. 사골 국물(소뼈를 우린 육수)과 돈코츠 국물(돼지 뼈를 우린 육수)을 베이스로 한 짬뽕을 개발했습니다.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요. 거기에 홍합의 시원함과 불맛을 더해 느끼함을 잡았습니다.

고객으로부터 ‘맛있게 먹었다’ ‘나만 이 가게를 알았으면 좋겠다’는 등의 말을 들을 때 정말 행복해요. 셰프로서 가장 기분 좋고 뿌듯합니다. 청와대에서의 삶과는 아예 다른 것 같아요.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빠르게 읽어 내야 한다는 점이 가장 다르죠.”

-앞으로의 계획은요.

“많은 고객이 집에서도 편하게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중식 밀키트를 만들 계획이에요. 또 후배 양성에도 힘쓰고 싶습니다. 음식을 오랜 기간 해온 사람으로서 여러 조언을 해주고 싶어요. 하반기부터는 경희사이버대학교 외식조리경영학과에서 강의합니다. 학생들에게 현장에서 바로 적용할 수 있는 다양한 팁과 레시피를 알려주고 싶어요.”

글 시시비비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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