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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8.02 09: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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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에어비앤비 거쳐 창업

습관형성 프로그램 ‘밑미’ 개발

“나다운 결정을 내리는 방법은”

“내가 나를 빨리 알았더라면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요.”

밑미 손하빈(38) 대표의 말이다. 그녀에게 20대는 끝없이 자아를 찾는 과정이었다. 이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그녀는 한국 IBM의 문을 두드렸다. 입사 후 5년 동안 적성에 맞는 업무를 찾아 부서도 몇 번 옮겼다. IBM은 세계적인 대기업이었지만 넘치는 에너지를 표출하기 쉽지 않은 환경이었다. 다시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에어비앤비로 직장을 옮겼다. 당시 에이비앤비 직원은 단 6명. 취향을 존중해주는 회사에서 ‘진짜 내 모습’을 발견했다. 하지만 회사가 커지자 다시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그녀는 에어비앤비 출신 동료 2명과 함께 회사를 나와 자아를 찾는 플랫폼 ‘밑미’(Meet me)를 만들었다. 밑미는 긍정적인 습관을 만들도록 돕는다. 매일밤 감정일기를 쓰거나 음악감상 후 느낀 점을 적는 식이다. ‘진짜 내 모습’을 찾으려 방황했던 자신의 과거 경험에 비추어 만든 서비스다. 밑미가 제공하는 프로그램은 ‘나만의 패션 스타일 찾기’,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출근 전 30분 요가’ 등 소소하면서 다양하다. 하루 30분을 투자해 어떻게 자아를 찾고,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밑미 손하빈 대표. /밑미 제공

-‘밑미’는 어떤 회사인가요?

“작년 8월 에어비앤비 출신 동료들과 만든 스타트업이에요. 저희는 밑미를 자아성장큐레이션 플랫폼이라고 정의해요. 일상을 단단하게 살아가고, 성장하는 데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또 스스로를 돌볼 수 있도록 심리 문제를 치유합니다. 자신을 돌보는 도구로 감정일기나 감정카드 등 다양한 제품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현재 약 3000명 고객분들이 밑미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어요.”

-창업을 하기까지 다양한 경험들을 많이 하셨을 것 같아요. 

“20대는 제 모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아요. 이대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했어요. 하지만 적성에 맞지 않아 동아리 활동이나 학과 활동에만 집중했죠. 혼자 연구를 하는 일보다 누군가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성과 내는 일을 더 좋아했거든요. 대학교 친구들이 모두 의학 대학원 진학을 준비할 때, 저는 다른 진로를 고민했어요. 졸업을 앞둔 4학년, 진로를 변경해 경영학을 복수전공했어요. 졸업 후 스마터 플래닛(세상을 똑똑하게 만든다)이라는 비전을 가진 기업 IBM에 지원했어요.

하지만 IBM 입사 후 5년을 근무하면서 대기업 업무 환경과 맞지 않는 제 자신을 발견했어요. 대기업이다 보니 업무가 분업화돼있고, 저는 항상 부분적인 일을 했거든요. 전체를 다룰 수 없었죠.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지, 최종적으로 어떤 결론이 나오는지 아무도 얘기해주는 사람이 없었어요. 초기에는 재무팀에서 일했지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아 마케팅팀과 컨설팅팀으로 옮겨 보기도 했어요. 당시 컨설팅팀에서 고객사 만나는 일을 했는데 그 일이 저와 잘 맞다고 느꼈어요. 고객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B2C(기업과 개인 간 거래)가 저와 잘 맞다는 힌트를 얻었죠. 

에어비앤비는 고민 끝에 옮긴 직장이에요. 우연히 에어비앤비 웹사이트를 접했는데 소속감과 자기다움을 중시한다는 창업자 스토리를 보고 끌렸어요. 실제로 제 모든 라이프스타일을 바꾼 회사이기도 해요. 그 전에는 에이치라인 스커트에 하이힐을 신고 출근했다면 에어비앤비로 옮긴 다음엔 단화를 신고 꾸미지 않은 채 직장 생활을 했어요. 출근했어요. 저를 변화시키는 환경이었죠. 내가 나답게 행동할 수 있는 회사에서 원하는 것들을 자유롭게 선택하는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었어요. 내가 어떤 일을 할 때 행복하고 즐거운지, 취향도 명확해졌죠. 또 팀원이 6명인 작은 회사에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기획·실행하고 결과까지 지켜보면서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밑미 손하빈 대표. /밑미 제공

-대기업을 나와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부모님이 항상 제 결정을 존중해주셨어요. 방목형 집안이거든요(웃음). 회사 나와서 창업한 것도 실제로 창업하고 나서 얘기했어요. 가족들은 대기업에만 있으면 머리가 굳는다고 얘기했어요. 깨어있으려면 계속 사고해야 하니 작은 회사를 가라고 추천했죠. 그렇다고 무작정 회사를 나온 건 아니에요. 고민은 많이 했어요. 하지만 회사에서 계속 같은 일을 하기보다 더 작은 곳에서 많은 걸 경험해보자는 마음으로 나왔어요.”

-에어비엔비를 나와 창업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에어비앤비도 조직이 커지면서 비합리적으로 관료화 되어갔어요. 이번엔 나갈 타이밍을 빨리 알아차렸어요. 전 직장에서는 알아차리고도 2~3년을 더 머물렀지만, 주저하지 않고 하차했죠. 

저와 에어비앤비 동료들이 회사를 나와 꺼낸 이야기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을 찾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었어요. 왜 찾아야하는지도 모르고요. 제가 거쳐온 삶의 궤도를 보니, 내가 나를 빨리 알았더라면 삶이 얼마나 달라졌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다운 결정을 내리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죠. 자아실현을 돕는 플랫폼을 구상했어요. 밑미는 사람들이 자기를 돌아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플랫폼이에요. 저희 고민을 바탕으로 심리 상담 프로그램과 리추얼 형성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어요.”


밑미. /밑미 홈페이지

-리추얼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리추얼은 습관이랑 비슷한 개념이에요. 일상에서 반복하는 행동 패턴이죠. 차이가 있다면 습관은 단순하게 몸이 자동반사적으로 움직이는거에요. 습관에는 나쁜 습관도 있죠. 예를 들어 손톱을 깨문다거나 머리카락을 만진다거나 하는 식으로요. 리추얼은 습관에 의미 부여를 하는 과정이에요. 일종의 의식적 활동이죠. 오래 전에는 리추얼이 신한테 제사드리는 개념이었어요. 하지만 최근에는 자기 자신을 향한 행위를 의미하는 개념으로도 쓰여요.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커피를 마시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면, 커피를 마시는 동안 오늘 하루 계획을 세워본다거나 기분을 적어보는 게 리추얼이에요. 저는 매일밤 감정일기를 쓰는 리추얼을 하고 있어요. 

리추얼을 하는 사람은 스스로 중심을 잡는 힘이 있어요. 힘든 상황에 처했을 때 스스로를 컨트롤 할 수 있죠. 저는 리추얼을 하기 전까진 이별했거나 회사에서 고통스러운 일을 겪으면 주말에 식음전폐하고 누워만 있었어요. 그런데 리추얼을 하기 시작하면서 아무리 인생이 끝날 것 같은 순간이 와도 집 청소를 한다거나, 나를 위한 무언가를 해요. 리추얼을 통해 자기 자신을 매만져주면 하루종일 바깥에서 흔들리다 와도 이겨낼 힘이 생기는거죠. 저도 감정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많이 바꼈어요. 사업 하면서 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지만 상태가 좋은 편입니다. 매일 밤 리추얼을 하고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밑미 외에도 자기 계발이나 습관 형성을 돕는 서비스는 많은데요. 밑미만의 특장점은 무엇인가요?

“밑미는 자기계발 전 단계, 나를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해요.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적으로 성장하는 시간을 제공하죠. 저희는 고객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때 리추얼 달성을 강요하지 않아요. 강제성이 없다는 점이 저희 프로그램만의 차별점입니다. 단체 대화방에 리추얼을 인증하는 시스템이지만, 힘들거나 쉬어가고 싶은 날에는 쉬어가도 된다고 말씀 드려요. 매일 1만보 걷기 프로그램이 있는데, 어떤분은 2000보 걷고 인증하기도 해요. 그래도 모두가 서로를 응원하고, 격려하는 분위기입니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보다 리추얼을 공유하는 사람들과의 소속감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각각 리추얼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사람들을 ‘리추얼 메이커’라고 부르는데요. 이들 또한 참가자를 이끄는 리더 역할이 아닌, 참가자와 함께 리추얼을 실천하는 동반자 역할을 합니다. 리추얼을 꾸준히 실천한 사람으로서 리추얼을 통해 자신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이야기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죠.”

-리추얼 메이커는 어떻게 뽑나요?

“현재 38분 정도 있어요. 자기만의 리추얼을 오래 해 온 사람이라면 리추얼 메이커가 될 수 있습니다. 책과 SNS를 보고 저희가 먼저 연락하기도 하고, 지원자가 밑미로 연락해 오는 경우도 있어요.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CMO(최고 마케팅 책임자)도 리추얼 메이커에요. 매일 달리는 분이죠. 밑미 리추얼 메이커는 심리 상담 전문가도 있고, 주부, 직장인, 인플루언서 등 다양합니다. 리추얼 메이커는 부업 개념이고, 수익은 서로 공유하고 있어요.”

-서비스 사용법이 궁금해요. 

“7만원을 내면 4주 동안 리추얼 메이커들과 다양한 리추얼을 함께 할 수 있어요. 리추얼 프로그램은 집 가꾸기, 명상, 자기 전 감정 일기 쓰기, 출근 전 30분 요가 등 소소하면서도 다양합니다. 참가자는 매일 리추얼을 글로 기록해요. 또 단체 대화방이나 화상회의 앱을 통해 각자의 활동을 공유해요.”

밑미 프로그램. /밑미 홈페이지


밑미 프로그램. /밑미 홈페이지

-가장 인기있는 리추얼 프로그램은 어떤 것들이 있나요?

“‘나만의 플레이리스트 만들기’, ‘일상여행과 영감 글쓰기’ 등이 인기가 많아요. 프로그램이 열리자마자 매진되곤 해요. 음악을 듣고 느낀 감정을 적는다거나, 여행 대신 일상에서 영감을 찾는 프로그램들이에요.”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의 특징이 있나요? 

“20대부터 50대까지 다양한 분들이 서비스를 이용해요. 주로 자기를 찾는 것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밑미를 찾아옵니다.

프로그램을 경험한 분들의 후기도 다양해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지만, 남들의 평가가 두려워 쉽게 용기내지 못했던 분이 있었어요. 하지만 밑미를 통해 나를 위한 그림을 그려도 괜찮다는 것을 깨닫고, 갱년기도 극복하셨다고 사연을 남겨주셨죠. 또 해외에 계신 분들도 밑미 프로그램을 많이 신청해요. 외국 생활을 하다보면 외로울 때가 많잖아요.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고, 같은 프로그램을 듣는 이들과 소통하면서 위로를 얻고 있다고 해요.” 

밑미 팀원. /밑미 제공

-앞으로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요?

“밑미 커뮤니티를 활성화시키는데 주력할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진짜 나를 찾아가는 사람들끼리 소속감을 느끼게 해드리고 싶어요. 더 큰 목표는 사람들이 자기를 찾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에요. 기업이나 가족, 개인의 삶에 밑미가 스며들어 그런 문화를 만들고 싶어요. 개인의 삶이 바뀌려면 조직에서의 삶도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죠.”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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