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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매달 400만원씩 써가며 호텔 리뷰 쓰는 이유는요…”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9.16 10:29:49
조회 3515 추천 2 댓글 15

1년 5개월 동안 다닌 호텔만 120곳 이상. 호텔에 쓴 돈만 한 달 최대 400만원. 호텔 리뷰를 써서 공모전에서 상도 받고 책도 냈다. 누구보다 호텔 리뷰에 진심인 이 사람은 자칭·타칭 호텔 리뷰어 ‘체크인(CHECKIN)’, 정재형(30)씨다. 정씨는 1년 넘게 시간과 돈을 투자해 호텔이라는 한 우물만 팠다. 그 결과 ‘좋아하는 일’이 ‘잘하는 일’로 바뀌어 남 부럽지 않은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책을 출간하고 강의를 만들고 호텔과 협업해 프로모션도 기획한다. 이제 그의 목표는 ‘호텔을 세우는 것’이란다. 정재형씨에게 호텔에 빠지게 된 사연을 들었다.

정재형씨. /탈잉 제공

-자기소개해 주세요.

“‘체크인(CHECKI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호텔 리뷰어 정재형입니다. 호텔을 다니며 호텔 리뷰 콘텐츠를 만들고 있어요. 국내 다양한 호텔을 직접 가보고 브런치, 인스타그램, 퍼블리에 호텔 리뷰 콘텐츠를 만들어 올립니다. 호텔 리뷰 외에도 다양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호텔과 협업을 통해 프로모션을 기획하고 카피라이팅 에이전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온라인 클래스 탈잉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모두 호텔 리뷰에서 시작한 일입니다. 호텔 리뷰를 하다 보니 호텔과 협업을 시작하게 됐고, 사람들이 읽을 만한 글을 쓰다 보니 카피라이팅 회사를 운영하게 됐죠.”

-지금까지 리뷰한 호텔이 120곳이 넘는다고 해요. 이곳에 쓴 돈이 만만치 않을 것 같습니다.

“호텔 리뷰어로 생활한 지 1년 5개월 정도 됐고 그동안 다닌 호텔이 120곳이 조금 넘어요. 호텔에 가기 위해 한 달에 400만원을 썼습니다. 비싼 호텔을 가는 게 아니라 일주일에 3~4군데씩 계속 가니까 그 정도 쓰게 됩니다. 이렇게 얘기하면 금수저가 아닌지 물어보세요. 호텔 리뷰어 활동 전에 회사를 다니면서 모은 돈과 퇴직금을 합친 예산이었습니다. 호텔 다니면서 그 돈을 거의 다 썼죠. 또 호텔을 더 다니기 위해 쇼핑, 술자리 등을 줄였습니다.”



정재형씨가 리뷰한 호텔들. /본인 제공

처음부터 호텔 리뷰어를 꿈꾼 건 아니다. 그런 직업도 없었을뿐더러 호텔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정씨도 그저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패션을 전공하고 졸업하자마자 패션 회사에서 일했다. 그러나 자신에게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고 ‘나는 뭘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광고에 꽂혔다. 광고 회사에서 인턴으로 경험을 쌓고 소비자들과 직접 만나는 일을 해보고 싶어 스타트업으로 이직했다. 브랜드 디자이너였지만 3년 동안 영상 촬영, 기획, 로고 제작 등 스타트업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모두 맡았다. 서른 살을 앞둔 29살 어느 날, 퇴사를 결심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앞으로 한 가지 일에 정통한 스페셜리스트가 될 것인지, 다양한 지식을 가진 제네럴리스트가 될 건지에 대해 고민이 많았습니다. 또 서른 살을 앞두고 ‘곧 30살인데 20대 때 뭘 한 거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퇴사 일자를 결정하고 한 달 전 유럽 여행을 다녀왔어요. 퇴사 기념으로 여행 가는데, 하루 정도는 호텔에서 자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전까지는 호텔에 대한 편견이 심해 주로 저렴한 에어비앤비를 이용했죠. 프랑스에서 유명한 호텔 ‘혹스턴 파리’에 갔다가 편견이 모두 깨졌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엄숙하고 정적인 호텔 분위기와는 달랐어요. 호텔 로비는 지역 주민의 공용공간이었어요. 투숙객이 아니더라도 호텔 내 카페에서 일을 하고 사람을 만나고, 대화를 나누고 있더라고요. 위워크가 호텔이 된다면 그런 느낌일 것 같았어요. 자유로운 분위기에서도 호텔을 운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신기했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에도 이런 호텔이 있을지 궁금했고 호텔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그때부터 호텔 리뷰어를 꿈꾼 건가요.

“한국에 돌아와 퇴사하고 2주에 한 번씩 호텔을 다녔어요. 이렇게 다니면서 포트폴리오를 만들고자 호텔 리뷰 콘텐츠를 올렸죠. 처음에는 관찰기 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글 스타일을 바꾸면서 리뷰를 올렸는데 정말 읽는 사람이 없었어요. 3개월 차 됐을 때 현타가 왔어요. 이번에도 조회 수가 낮으면 접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그렇게 다 내려놓고 썼던 글이 조회 수가 10만회가 나왔어요.

독자들이 제 글을 읽으면서 직접 호캉스를 간 것과 같은 기분이 들게끔 하는 게 중요하더군요. 사람들이 궁금한 건 제가 갔을 때 좋았는지, 나빴는지가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는 그날의 날씨, 감정 상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호텔에 갔을 때 그들이 뭘 할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둡니다. 이걸 하나의 스토리로 풀어내요. 예를 들면 ‘가을이고 날씨가 선선하니 책을 읽으면서 쉬고 싶을 때는 이런 호텔에 가봐도 좋다’는 식으로 리뷰를 씁니다.”

-호텔 리뷰어로서 수익을 내기 시작한 건 언제부터인가요.

“처음부터 바로 수익을 내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더 큰 활동을 하기 위한 투자라고 생각하고 3~4개월은 글만 썼습니다. 4~6개월 차에 위기가 생겼죠. 모아둔 돈을 계속 쓰다 보니 이렇게 하다가는 큰일 나겠다,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수익을 낼 수 있을까 고민을 했죠. 당시 제가 올리는 리뷰를 보고 문의가 많이 왔습니다. 이걸 보고 호텔 정보 큐레이션 플랫폼을 만들면 수요가 있을 것 같아 웹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사이트 운영상 어려움도 있었고 BM도 마땅치 않았죠. 3번 정도 웹사이트를 수정해서 시도했는데 반응이 좋지 않아 접었습니다.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2021년 1월, 호텔과 함께 프로모션을 기획하면서 수익이 생겼습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아 운영이 어려워진 호텔에서 제안을 받았습니다. 잘 되는 곳 말고 잘 안되는 호텔도 한 번 와서 리뷰를 해달라는 것이었죠. 운영이 잘 안되는 곳 리뷰는 처음이어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가서 총지배인님과 얘기를 해보니 일본인 고객이 95%였는데, 코로나19로 외국인 발길이 끊기자 운영이 어려워졌다고 합니다. 일반적인 리뷰보다는 함께 프로모션을 진행해봐도 좋을 것 같아서 제안을 드렸더니 좋아하셨어요. 호텔 운영에 문제가 안되는 선에서 큰 폭의 할인이 들어간 프로모션을 기획했습니다. ‘호텔과 네고를 해봤다’는 콘셉트로 기획을 해서 승인을 받았고 프로모션으로 올렸던 135개의 객실이 모두 팔렸습니다.”




정씨는 매번 ‘핸드픽트’를 가장 기억에 남는 호텔로 꼽는다. 본인 역시 지역 주민과 상생하는 호텔을 세우는 것이 목표기 때문이다. /본인 제공

호텔 콘텐츠 리뷰를 하다 보니 글쓰기 실력도 좋아졌다. 이걸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생겨 콘텐츠 관련 강의, 호텔과 브랜딩 관련된 강연을 하고 있다. 퍼블리에 글을 올려 원고료를 받고 있다. 2021년 6월부터는 카피라이팅 에이전시도 시작했다.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니 잘하는 일로 바뀐 것이다. 그러면서 새로운 기회가 생기고 정재형씨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고비도 많았다고 합니다.

“작년 10월~12월, 올해 1월~3월이 위기였어요. 체크인 활동하면서 돌아가고 싶지 않은 시기예요. 첫 번째 위기는 호텔 리뷰어를 시작한 지 6개월 차였어요. 좋아서 시작한 건데, 의무감에 해야 하는 일처럼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게 맞는지 의심이 들었죠. 그런 생각이 커질 때쯤 다행히 브런치북 상을 받았어요. 두 번째는 금전적인 것과 바빠진 일정으로 위기를 맞았습니다. VOD 강의도 만들어야 하고 리뷰는 계속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 잠을 거의 못 잤습니다. 당시 3월까지의 예산이 끝이었고 수익이 생기기 전이었어요. 할 일은 많은데 걱정만 앞섰어요. 그래도 잘 참고 해내니까 강의도 완성했고 원고료도 나오기 시작해 위기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위기가 있을 때마다 ‘나부터 나를 믿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겠다’는 걸 느꼈죠.”

-목표는 호텔을 세우는 것이라고요?

“”크리에이터의 아지트가 될 호텔을 만들고 싶어요.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뿐 아니라 모두가 크리에이터라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생각하고 몰입하고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커뮤니티 호텔을 만들고 싶어요. 서울 상도동 ‘핸드픽트’ 호텔이 그런 곳이에요. 가장 기억에 남는 호텔이 어디냐는 질문을 받으면 항상 대답하는 곳이기도 하죠. 공신력 있는 영국 모노클지가 선정한 ‘전 세계 100대 호텔’에 한국 최초로 선정된 곳이기도 해요. 그 지역에 스며든 호텔이에요. 지역 주민이 편하게 드나들고 호텔 내 식당 재료는 지역 시장에서 수급합니다. 저도 이런 호텔을 세우고 싶어요.”

-호텔을 세우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작년 한 해는 리뷰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했고, 올해부터는 책, VOD, 강연 등에 집중했습니다. 앞으로는 제 브랜딩에 집중을 할 것 같습니다. ‘호텔 안에 있는 미니바는 왜 그렇게 높을까?’, ‘호텔 베개는 왜 4개나 될까’ 등 호텔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요. 10월부터는 호텔을 올리는 과정에 집중할 겁니다. 여러 호텔 대표님들을 만나 노하우를 듣고 있고 공간 운영 경험을 쌓기 위해 호텔에 들어갈 카페, 향수 브랜드를 운영할 예정이에요. 카페는 곧 오픈할 예정이고 카페가 자리 잡으면 향수 브랜드 론칭을 준비할 겁니다. 3년 안에 호텔 오픈을 위한 첫 삽을 뜨는 게 목표입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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