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과 한지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가 있다. 환경친화적인 방식으로 옷을 만드는 브랜드 ‘네이크스(NAKES)’는 선인장과 한지를 가공한 가죽으로 바지를 만들고 가방을 만든다. 동물을 죽여서 얻는 가죽을 대체하기 위한 제품이다. 이 밖에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기관 인증을 받은 친환경 섬유를 사용한다. 또 캠페인을 진행해 지속 가능한 삶과 제품에 대해 알린다. 네이크스는 서인아, 서지흔(30) 두 공동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서인아 대표가 생산과 경영을, 서지흔 대표가 디자인과 브랜딩 등을 담당한다. 같은 가치관을 가진 두 친구가 만나 네이크스를 창업한 이야기를 들었다.
-‘네이크스’는 어떤 브랜드인가요?
“(지흔) 4가지 키워드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친환경 소재입니다. 오가닉 코튼, 한지 등 환경친화적 소재로 의류 및 잡화를 제작합니다. 두 번째는 에코 캠페인이에요. 에코 캠페인을 기획해 지속 가능한 패션, 라이프 스타일을 알려요. 지속 가능한 패션 산업에서 소비자 의식을 높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세 번째는 타임리스 디자인입니다. 유행에 따라 사라지는 디자인이 아니라, 유행 상관없이 오래 입을 수 있는 견고한 디자인으로 제품을 만들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슬로우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윤리적 생산 시스템을 통해 환경, 사회, 사람과 공존하는 브랜드로 성장할 겁니다.”
-친환경 소재도 다양한데요, 네이크스에서는 어떤 소재를 사용하고 있나요?
“(인아) 품목에 따라서 다르지만 크게 선인장 가죽과 한지 가죽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가죽을 업사이클링 해서 제품을 만들기도 합니다. 다양한 식물성 가죽을 알아봤는데, 선인장 가죽과 한지 가죽이 내구성, 재질 부분에서 우수했어요. 특히 한지 가죽은 국내에서 개발한 소재로 일반 가죽만큼 퀄리티가 정말 좋습니다.”
서인아, 서지흔 대표는 대학생 때 의상학과 동기였지만 친한 사이는 아니었다 졸업 후 서인아 대표는 한 벤더사에서 일했고 서지흔 대표는 프랑스 파리 의상조합 모델리스트 어시스턴트 과정을 들으면서 아뜰리에에서 패션 디자인을 담당했다.
-두 분이 함께 창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인아) 벤더사에서 3년 정도 일하다가 뛰쳐나왔습니다. 생산 공장은 지금까지도 1950~60년대 방식으로 일을 합니다. 당시 저는 생산을 담당했습니다. 남은 원단을 버리고 좋지 않은 방식으로 원단을 염색하는 일을 보고 직접 하면서 옷 대량 생산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걸 체감했습니다. 거기에 제가 일조하고 있다는 게 싫어서 그만두게 됐습니다. 그렇게 퇴사하고 쉴 겸 프랑스로 여행을 떠났어요. 여행 중에 지흔 대표가 프랑스에 있다는 게 떠올랐죠.
(지흔) 그렇게 인아 대표와 만났어요. 오랜만에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비슷한 가치관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저 역시 럭셔리 패션브랜드에 근무하면서 윤리적인 생산 방식에 관심이 생겼을 때였거든요. 또 그때 저는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있었어요.
프랑스에서는 한 제품을 오래 쓰고 빈티지 제품을 사는 게 일상이에요. 어느 날 옷 매장에서 예쁜 벨트를 한 사람이 있어서 어디서 샀는지 물어봤는데, 엄마에게 물려받았다고 하더라고요. 그게 인상적이었죠. 저도 오래오래 물려줄 수 있는 제품을 갖고 싶고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네이크스’라는 프로젝트를 구상했습니다. 뱀을 의미하는 SNAKE를 재조합한 단어로 자신의 꼬리를 무는 뱀 ‘우로보로스’를 상징해요. 그 모양이 재생, 순환 등의 의미와 잘 맞아 네이크스로 지었습니다.”
-시작은 작은 프로젝트였던 거네요?
“(지흔) 네, 저는 프로젝트로만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추진력이 강한 인아 대표는 제 얘기를 듣고 기업으로까지 구상을 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같은 아이템이지만 다른 목표를 갖고 있던 셈이었어요. 지금은 같은 곳을 바라보면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아) 2018년 11월 둘 다 한국에 돌아와 제대로 된 기획을 하기 시작했고 2019년 1월 사업자를 냈습니다. 네이크스의 첫 제품은 벨트였습니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벨트를 만들기 위해서 소재, 생산 공장 등 열심히 찾아다녔고 같은 해 7월 첫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처음에 반응이 좋지는 않았어요. 그걸 왜 하냐, 뭐하러 하냐, 다른 디자인하면 창의적이고 예쁜 브랜드 할 수 있다 등의 반응이 대부분이었어요. 소비자도 제품이 예뻐서 사지만 저희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잘 전달이 안되는 느낌이었어요. 그때는 정말 저희 혼자 하는 외로운 기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캠페인을 진행했고 지속 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아티스트들과 협업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친환경 소재로 옷을 제작하는 게 쉽지 않다고 하던데요.
“(인아) 일반 브랜드라면 시즌마다 콘셉트을 정합니다. 거기에 맞는 디자인을 하고, 디자인에 어울리는 소재를 정하고 옷을 제작해요. 그러나 네이크스는 반대입니다. 활용할 수 있는 친환경 소재를 먼저 찾습니다. 거기에 맞춰서 디자인을 하고 어울리는 부자재 등을 찾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처음에는 국내에서 찾을 수 있는 원·부자재가 더욱 한정적이었어요. 찾더라도 기업 단위의 발주만 가능했습니다. 네이크스 같이 작은 곳은 발주를 넣기에는 무리였죠. 저희와 맞는 소재를 찾고 그 소재를 제품으로 활용하기까지 연구하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지흔) 저희는 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에게 기존 제품을 대체할 만한 제품을 소개해야했어요. 보통 브랜드는 대부분 제품마다 마진율을 정해놓지만 저희는 그걸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원부자재 대비 가격을 낮게 잡다보니 어려웠습니다. 다행히 친환경에 가치를 두고 있는 동종업계 분들이 원단 개발을 도와주시고, 다른 공장도 소개해주셨어요. 가치관이 맞는 분들과 일하다보니 힘이 났습니다.”
네이크스 제품을 입은 화사와 공민지. /네이크스 제공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속 가능한 제품, 친환경 제품에 대한 수요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 네이크스도 첫 제품을 출시했던 2019년 7월보다 판매량이 5배 정도 늘었다. 네이크스 제품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구입하고, 한 제품을 반복해서 구매하는 ‘찐팬’도 생겼다.
네이크스에 관심을 갖는 건 소비자뿐 아니다. 기업에서도 협업 요청이 온다. 2021년 여름에는 현대자동차 행사에 함께 참여했다. 행사에 참여하는 300명의 티셔츠를 기부받아 업사이클 티셔츠를 제작했다. 서인아 대표는 “300벌 이상의 옷을 가공해서 300명 분의 티셔츠를 제작하는 일은 정말 힘들었다. 그러나 행사 후에 SNS 착용샷과 친환경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올리시는 것보고 업사이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었다는 걸 느꼈다. 우리 역시 한 단계 성장했고 즐거운 과정이었다”고 말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인아) 처음에 한지 가죽으로 브라렛, 크롭 반팔, 가죽 바지를 만들었습니다. 락시크(Rock chic)가 컨셉으로 친환경 제품도 멋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제품이었어요. 그때 연예인, 스타일리스트분들께서 많이 찾아주셨습니다. 마마무는 브라렛 크롭탑을 직접 제작도 해가셨습니다.”
-창업 후 가장 힘들었을 때는 언제고, 어떻게 극복했나요.
“(지흔) 올 상반기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나름 환경과 친환경 소재에 대해 공부도 많이 하는데, 우리가 하는 게 진짜 친환경 패션인지에 대해 회의가 들 때가 있어요. ‘아예 브랜드를 운영하지 않는 게 환경에 더 도움이 될텐데’라는 생각도 합니다. 그러다가 유행이 지나면 옷을 버리고 매 시즌마다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곳보다 우리 나름의 방법을 찾고 실천하고 있다는 걸 느끼면서 극복하고 있습니다.
(인아) 아마 친환경 브랜드를 운영하는 분들이라면 같은 고민을 하실거예요. 그러나 환경을 위해 아무것도 안하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인아, 지흔) 패션 기업으로서 무조건 제품을 만드는 게 아니라, 소비자가 매력적으로 느끼는 제품을 만드는 게 친환경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소비자가 지속 가능한 패션을 소비할 수 있도록 일조하는 브랜드가 될 겁니다. 또 의류 판매뿐 아니라 환경을 위해서 더 많은 일을 하는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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