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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한 실버산업 뛰어든 33세 청년..100억원 투자받기까지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5 10:15:45
조회 2827 추천 5 댓글 4

한국시니어연구소 이진열 대표
행정 자동화해 사람에 집중하도록 만들어 
“올드한 실버시장 혁신하는 기업 될 것”

방문 요양 서비스는 집에서 생활하는 노인이 신체적,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경우 요양보호사를 가정으로 파견해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820만명이 넘으면서 방문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늘고 있다. 현재 국내에 2만1000여개의 업체가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그러나 급격하게 커진 시장에 서비스 질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노인학대, 보험 부당청구 등의 문제가 만연하다.

실버테크 스타트업 ‘한국시니어연구소’가 이를 해결하고자 나섰다. 이진열(33) 대표는 한국시니어연구소를 통해 올드한 실버시장을 혁신하겠다는 포부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포부에 맞게 지금까지 누적 투자액만 100억원을 넘어섰다. 어떤 서비스로 시니어 시장을 혁신하고 있는지 이진열 대표에게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진열 대표. /한국시니어연구소 제공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어떤 회사인가요.


“기술을 기반으로 올드한 실버시장을 혁신하는 실버테크 기업입니다. 고령화하고 있지만 실버시장은 정체돼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집에서 편히 지내실 수 있도록 돕는 방문 요양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어요. 2019년부터 직영으로 센터를 운영해오다 서비스 지역 확장을 위해 최근 방문 요양업체 스마일 시니어를 인수했습니다. 현재 전국 36개 센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에 많은 방문요양업체가 있습니다. 한국시니어연구소만의 강점은 무엇인가요.

“저희는 두 가지 무기를 갖고 있습니다. 첫 번째는 행정 자동화 솔루션 ‘하이케어’입니다. 기존 요양센터가 수기로 처리하는 모든 행정업무를 자동화했습니다. 방문 요양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국가 수가를 받습니다. 지금까지도 많은 곳이 출퇴근 시간, 업무수행일지, 급여명세서 관리 등을 수기로 하는데, 이 행정업무를 꼼꼼히 관리하지 않으면 나중에 검수 후에 지급됐던 수가를 환수해갑니다. 여기에 들이는 품을 줄이고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한 것이죠. 센터장이 행정 업무에 들이는 시간이 줄어들면 휴먼 터치가 필요한 고객관리에 더욱 힘쓸 수 있습니다. 방문 요양 서비스는 센터장이 얼마나 사용자, 사용자 가족을 직접 관리하느냐에 따라 이용 기간을 좌우하기 때문에 하이케어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두 번째 무기는 본사에서 진행하는 공동마케팅입니다. 스마일 시니어로 상담이 들어오면 하이케어를 통해 고객이 원하는 지역에 있는 센터에 알림이 갑니다. 그걸 기반으로 센터에서 직접 상담을 진행합니다. 센터가 일일이 마케팅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만들 것이죠. 이 두 무기를 통해 행정은 최소화하고 공동마케팅을 통해 고객과의 접점은 본사에서 만들어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술을 통해 기존 반복 업무를 쉽게 만들고 사람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플랫폼 ‘요보사랑’도 운영하고 있다고요.

“요보사랑은 요양보호사님들에게 적합한 구인구직 정보를 카카오톡 알림이나 문자로 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기존에는 요양보호사 구인할 때 여성일자리센터 같은 곳에 자료를 요청합니다. 그러면 10명 정도 추천을 받는데, 정보와 인원수가 적다보니 고객이 원하는 보호사를 매칭해드리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요양보호사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해 만든 것이 요보사랑이에요.

요양보호사님들께서 구직을 할 때도 마찬가지 입니다. 기존에는 공공 및 민간 플랫폼에 게시글을 써서 맞는 곳을 찾으셨어요. 그러나 이제는 요보사랑에 등록만 해놓으시면 한국시니어연구소에서 자체 개발한 20여종의 CGI(Care Giver Indicator)척도를 기반으로 적합한 일자리를 추천해드립니다. CGI는 케어를 받으실 어르신들이 니즈를 척도화한 것입니다. 종교, 요리 실력, 들 수 있는 무게 등을 기준으로 만들었죠. 어르신과 요양보호사분들의 니즈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매칭확률이 높습니다.”

-한국시니어연구소 전에도 창업을 한 경험이 있다고 합니다.

“2013년 7월 ‘마이돌’이라는 모바일 앱을 론칭해 운영했습니다. 좋아하는 아이돌과 가상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가 주였습니다. 처음부터 이 아이템을 하려던 건 아니었어요. 당시 잠금화면 서비스가 유행했을 때였습니다. 잠금화면에 광고를 넣는 걸 보면서 고객이 원하는 콘텐츠를 넣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죠. 사용자가 좋아하는 스타가 가상으로 메시지를 보내주는 걸 잠금화면에 띄웠더니 반응이 좋았어요. 하루에 몇만명씩 서비스를 다운로드하는 걸 확인했죠. 이용자 1400만명, 누적 투자 17억원을 달성했지만 2018년 서비스를 접어야 했습니다. 사업도 잘 몰랐고 수익 모델을 만드는 게 힘들었어요. 지금은 스타를 활용한 콘텐츠가 많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스타 콘텐츠를 만들자고 기획사에 찾아갔을 때, 다들 반대했습니다. 결국 더 나은 수익 모델을 찾지 못하고 회사를 매각했습니다.”

-이후 시니어 산업에 뛰어든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세 가지 기준을 세웠습니다.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어야 한다’, ‘좋은 제품·서비스로 혁신이 필요한 곳이어야 한다’, ‘첫날부터 매출을 발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기준에 부합하는 산업이 시니어 산업이었습니다. 실버산업은 빠른 성장에 비해 디지털 도입이 정체돼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는 실버 시장이 크게 성장할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런 시장에서 핵심은 바로 보편적인 노인 복지 서비스입니다. 국내에서는 노인장기요양보험을 통해 이를 제공하고 있어요. 특히 집에서 받을 수 있는 모든 요양 서비스를 제공하는 재가요양서비스는 전체 장기요양보험 비중의 70%를 차지하고 있고 대표적으로 방문 요양 센터가 해당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시장의 높은 성장으로 국내에만 약 2만개의 방문 요양 센터가 들어섰고 센터 간의 경쟁이 과열됐습니다. 또 은퇴한 세대가 운영하는 방문 요양 센터 특성상 디지털 도입도 더뎠습니다. 이는 수기로 운영되는 행정업무와 고객 발굴의 어려움으로 부정 수급, 인건비 미지급 등의 문제를 야기했고 결국 전체적인 서비스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었어요. 이걸 해결하기 위해 마이돌을 함께했던 CTO와 함께 시니어 산업에 뛰어들었죠.”

-아무리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지만 잘 모르는 분야였을 텐데요…

“방문 요양 서비스를 프랜차이즈화하고 있던 곳을 찾아갔어요. 센터를 오픈하고 싶다고 이것저것 물어보니 친절히 알려주셨습니다. 모르는 것도, 배울 것도 많았어요. 센터를 운영하면서 직접 현장에서 배우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2019년 초 서울시 관악구점 방문 요양 센터 운영을 시작했어요. 그때 이 업의 밑바닥부터 경험하면서 하나하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센터장 모임에도 참여해 노하우를 얻기도 하고 문제점도 발견했습니다. 이때 느낀 수기 행정업무의 불편함, 요양보호사 구인의 한계 등을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개발했고 2019년 7월 한국시니어연구소를 창업했습니다.”

한국시니어연구소 제공

창업 후 2021년 7월 스마일 시니어와 인수 계약을 모두 마치기 전까지는 모든 고객 상담을 직접 다 했다. 손으로 뛰고 발로 뛴 결과 한국시니어연구소의 2020년 매출은 7억5000만원 정도였다. 올해는 20억~30억원을 바라본다. 또 시장 가능성과 기술을 인정받아 누적 투자액 100억원 이상을 기록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요.

“선례가 없으니 우리가 뭐든 다 해야 한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좋은 요양보호사 구인·구직 프로그램이 있으면 돈을 주고 쓰면 되는데, 그게 없으니 저희가 하나하나 다 만들어야 했죠. 이러다 보니 시장의 오해,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것도 힘들었어요. 저희가 이렇게 사업을 한다고 했을 때 기존 시장에 계시던 분들이 ‘온라인은 안된다’, ‘젊은 사람이 몸으로 안 뛰고 왜 이렇게 하려고 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시장 오해를 불식시켜가면서 매를 먼저 맞는 과정이 힘들었는데, 산업이 더 성장해서 많은 경쟁사들과 함께 시장을 키워가고 싶습니다.”

-사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요.

“제가 직접 등급을 받아드렸던 어르신이 계십니다. 당시 어르신이 주무시다가 침대에서 떨어지셔서 다리가 부러진 상태셨어요. 그런데 등급 받기 직전에 갑자기 다치면 건강보험공단에서 등급이 안 나옵니다. 등급을 받을 수 없으면 방문요양보호사 보험적용을 받을 수 없어요. 어르신 상태가 좋지 않으셨기 때문에 계속 싸워서 결국 등급을 받아드렸죠. 3개월 정도 집에서 더 계시다가 돌아가셨는데, 그때 많은 걸 느꼈어요. 어르신들은 다리 하나 부러진 걸로도 집에서 생활하시는 게 힘에 부칩니다. 어르신들이 크게 다치시기 전에 집에서 편히 생활할 수 있게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실버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업입니다. 고령화는 전 인류의 문제입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건 기능 저하를 보조하는 것뿐이에요. 한국시니어연구소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100년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어르신들이 저희 덕분에 집에서 문제없이 편하게 머무실 수 있도록 돕는 기업으로 성장할 겁니다.”

글 시시비비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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