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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으면 요강 엎는다’는 열매로 만든 K푸드의 정체는?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14 10:41:10
조회 2224 추천 2 댓글 6

포도 대신 복분자, 오크통 대신 항아리 사용
K스타일 발사믹 식초 개발 성공



고창 복분자 열매./ 진농식품

산딸기와 비슷하게 생긴 짙은 보랏빛의 이 열매. 이것을 먹으면 요강을 엎을 정도로 기력이 샘솟는다 하여 이 열매에는 넘길 ‘복’에 동이 ‘분’자가 붙었다. 이름하여 ‘복분자(覆盆子)’다. 복분자는 그 이름 탓에 중장년층에 인기가 높지만 요즘에는 이 열매 특유의 새콤달콤한 맛에 어린이들까지 즐겨 찾는 열매가 됐다. 그 덕에 복분자는 술, 원액, 청에 더해 식초, 소금 심지어는 발사믹 식초로까지 만들어져 온라인몰(bit.ly/2X5ZW9t)에서 판매 중이다.

발사믹 식초는 포도를 오크통에서 오랜 기간 숙성시켜 얻는 귀한 식초다. 이탈리아 제품을 으뜸으로 친다. 국내 판매 발사믹 식초 역시 대부분 이탈리아산이다. 하지만 국내에도 발사믹 식초를 만드는 곳이 있다. 진농식품은 포도 대신 복분자를, 오크통 대신 항아리를 이용해 만드는 그야말로 K스타일 발사믹 식초를 만든다. 복분자와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던 어머니, 아버지, 딸 세 식구가 의기투합해 만든 이 회사는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굳은 의지 하나로 이 제품을 개발했다. 국내 발사믹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이 가족의 이야기를 딸인 유연 팀장에게 들어봤다.

◇농사, 제조업과 거리멀던 세 식구가 일군 회사

진농식품을 꾸리는 세 식구. 왼쪽부터 어머니 최영란 실장, 딸 유연 팀장, 아버지 유윤상 대표./ 진농식품

진농식품은 2006년 생계를 위해 택시 기사, 정수기 코디네이터 등 다양한 일을 하던 아버지 유윤상씨와 어머니 최영란씨가 처음 문을 열었다. 연로한 나이에 더 이상 농사를 짓기 어려웠던 고창 조부모님의 땅에 복분자를 심은 것이 시작이었다. 1년에 한 번씩 복분자를 농협에 판매하며 용돈벌이 겸 농사를 시작한 부부는 친한 친구의 권유로 복분자 가공업에 뛰어들었다. 

마침 고창 복분자 붐이 일었고 군 차원에서도 복분자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대부분 술을 만들었지만 이 부부는 즙을 만들어 온라인 판매에 주력했다. 주문이 너무 많이 들어와 기계만으로는 부족해 손으로 직접 즙을 짜 보내기도 했고, 배송을 위한 택배 상자가 모자라 직접 두꺼운 종이를 사다 박스를 만들기도 했을 만큼 바빴다. 

사업이 커지면서 일이 많아지다 보니 두 사람만으로는 부족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15년 동안 대금 연주를 하던 딸에게 부부는 SOS를 보냈다. 딸은 부모의 부름에 연주자의 길을 포기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아빠는 농사 일과 공장 일을, 엄마는 제품 개발을, 딸은 온라인 마케팅을 담당하며 사업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경쟁업체 늘어나며 차별화 고민

당시 복분자 술 이외 가공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곳은 군내 진농식품이 유일했다. 하지만 술이 아니어도 잘 팔린다는 것을 확인한 다른 업체 업체들도 이내 같은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원액, 즙 등 단순 가공품이었기에 경쟁업체들이 쉽게 생겨났다. 

“경쟁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자연스럽게 매출이 줄었어요. 차별화가 필요했죠. 뭐라도 배워보자 싶었던 어머니는 전통주 수업을 들었어요. 아무래도 복분자주가 유명하잖아요. 숙성 기술이 중요한 술을 배우다 보니 ‘발효의 백미’라는 식초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요. 식초는 또 술과는 달리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이롭기 때문에 어머니는 식초에 집중하기로 했어요. 바로 복분자로 만든 식초요.”

복분자는 포도보다 네 배 많은 안토시아닌 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이외에도 폴리페놀, 펙틴과 탄닌, 사포닌, 유기산, 비타민 등이 풍부하다. 안토시아닌과 폴리페놀 등은 항산화 물질 중 하나다. 항산화 물질은 노화를 늦추고 다양한 질병에 대한 위험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건강에 좋은 복분자는 그의 어머니가 추구하는 식초에 대한 철학 ‘모두에게 이로운 음식’이라는 점에도 크게 부합했다.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고기를 찍어먹는 소스로 쓰거나 샐러드 드레싱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진농식품

-원액, 술과 달리 복분자 식초는 생소한데요. 어머니가 식초에 관심을 가진 2010년쯤에는 더더욱 식초 분야가 좁았을 것 같고요.

“아버지도 그렇고 모든 가족이 그땐 ‘왜 우리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다른 데 몰두하며 시간을 낭비할까’라는 생각에 어머니를 많이 말렸어요. 주력 제품이 아닌 데다 공간도 좁으니 어머니가 만든 식초는 창고 안에서 여기저기 치이기도 하고, 결국 자리가 없어 몇 톤 정도 버려지기도 했어요. 자신이 만든 식초가 애물단지 취급을 받으니 어머니도 많이 속상하셨을 거예요. 하지만 어머니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연구하셨어요. 그 결과 2013년 자연발효식초 붐이 일 때 복분자 식초를 많이 판매할 수 있었죠. 오래 숙성할수록 가치가 높아지는 식초처럼 어머니의 식초 사랑도 몇 년 만에 빛을 발한 거죠.”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어떻게 개발한 건가요.

“복분자 식초는 말 그대로 일반 발효식초예요. 음식에 넣어 조미료로 사용하거나 물, 꿀과 희석해 음료로 마시기 좋아요. 근데 판매를 하다 보니 발효식초는 건강에 신경을 쓰거나 연령대가 높으신 분들이 주로 찾으시더라고요. 젊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어려웠어요. 다이어트 목적으로 젊은 분들 가운데 식초를 드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많지 않았죠. 근데 발사믹 식초는 레스토랑에서 나오는 식전 빵의 소스로 먹거나 스테이크 소스로 많이 쓰이잖아요. 샐러드에도 뿌려먹고요. 젊은 분들도 복분자 식초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발사믹 식초 하면 다 알아듣고 관심을 가지시더라고요. 발사믹 식초는 활용 범위가 정말 넓어요. 유럽에선 차로도 마시죠. 여기에 착안해 복분자 식초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발사믹 식초(bit.ly/2X5ZW9t)를 개발했어요.”

왼쪽부터 복분자 식초와 복분자 발사믹 식초./ 진농식품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어떻게 만드는 건가요? 개발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나요?

“포도를 오랫동안 저장하면 술이 되고, 식초가 되고, 발사믹 식초가 됩니다. 하지만 단순히 오래 묵힌다고 해서 다 발사믹 식초가 되진 않기 때문에 발사믹 식초만의 맛, 농도, 풍미를 구현해 내는 연구가 필요했어요. 특히 숙성 단계는 줄이면서 산도는 숙성을 충분히 한 것만큼 높이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게 가장 까다로웠어요. 여기에 관련해선 어머니가 식초 수업에서 얻은 아이디어가 큰 힘이 됐고, 이 부분으로는 특허까지 취득했어요. 설탕을 쓰는 대신 복분자 발효액을 넣어 달콤한 맛을 높였는데 발효액의 양에 따라 당도가 달라지기 때문에 최적의 당도를 찾는데도 많은 재료와 시간을 투입했죠. 이렇게 만든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박람회 때마다 가지고 나가 소비자 테스트를 하면서 맛을 수정했고, 지금의 제품으로 완성했어요.”

항아리에서 숙성시키는 복분자 식초와 복분자 발사믹 식초./ 진농식품

-유럽 발사믹 식초는 오크통에서 숙성을 하는데요,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항아리에 숙성시킨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오크통을 만들 수 있는 나무가 없어요. 고민을 많이 하다가 식초를 위한 항아리를 찾았죠. 초항아리는 옛날 부뚜막에 놓아두고 쓰던 작은 항아리인데 사이즈를 키우고 입구를 좁혀 식초의 산이 날아가는 걸 최소화했더라고요. 그야말로 식초를 위한 항아리라 생각해서 이 항아리로 식초를 숙성하고 있어요. 여기에서 숙성하면 다른 곳에서 숙성시킬 때보다 높은 산도의 식초를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크통에서 숙성시킬 때 나오는 그 향이 없다는 건 아직 아쉬운 부분이에요. 그래서 요즘은 오크칩이나 복분자 건조열매 등을 넣어 향을 입히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어요. 차츰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구운 가래떡과 복분자 발사믹 식초, 복분자 발사믹 식초를 넣어 만든 볶음밥./ 진농식품

-복분자 발사믹 식초 활용법이 궁금합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일반 발사믹 식초는 신맛만 강하기 때문에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어 먹거나 올리브오일과 함께 드시는데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단맛이 함께 있기 때문에 굳이 올리브오일 없이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어요. 빵이나 떡을 찍어 먹어도 맛있고 고기를 먹을 때 쌈장 대신으로도 좋아요. 샐러드를 만들 때도 사용할 수 있고, 볶음밥에도 넣어 먹을 수 있어요. 여러 용도로 먹을 수 있다보니 온라인몰(bit.ly/2X5ZW9t)에서도 인기입니다.”

-복분자 발사믹 식초 개발 이후 복분자 발사믹 소금을 개발해 특허를 받았습니다. 일반 소금과 똑같이 사용하면 되는 건가요.

“복분자 발사믹 식초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새콤달콤한 맛을 강화해 만든 제품이에요. 이 제품을 가지고 만들었기 때문에 발사믹 소금도 소금의 짠맛에 더해 새콤달콤한 맛이 나죠. 우리 혀는 신맛이 짠맛을 보완해 준다고 해요. 때문에 발사믹 식초에 있는 신맛이 소금의 짠맛을 보완해 줘 소금 사용량을 조금 낮출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일반 소금처럼 사용하셔도 되지만 맛이 워낙 풍부하기 때문에 시즈닝처럼 고기에 찍어 드시는 걸 가장 추천드려요. 고창의 특산품인 장어구이에 뿌려먹어도 굉장히 잘 어울리고요. 장어와 복분자는 원래 궁합이 잘 맞는 음식이기도 하거든요.”

왼쪽부터 고창군 식초명인으로 인정받은 진농식품 최영란 실장, 2019 전주국제발효식품엑스포에서 복분자 발사믹 식초로 우수 아이디어상을 받은 뒤./ 진농식품

-어머니는 고창군 식초 명인으로 인정받았고, 복분자 발사믹 식초 또한 한국형 발사믹 식초로 상을 받기도 했어요.

“오랜 시간 열심히 식초를 만들다 보니 어머니가 식초 명인으로 인정을 받았어요. 어머니는 아직도 과분하다는 말씀을 하시지만 매일 식초를 들여다보고 밤늦게까지, 때로는 새벽에도 식초를 관리하는 어머니를 봐온 딸로서는 충분히 자격이 있으시다고 봐요.

여러 상을 받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건 2019년 전주 국제발효식품엑스포(IFEE)에서 한국형 발사믹 식초로 ‘우수 아아디어상’을 받았던 일이에요. 사업을 해오면서 대외적으로 받은 첫 상이기도 하고, 그동안 저희의 노력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인정을 받는 느낌이 많이 들었거든요. 앞으로도 잘 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응원 같은 느낌도 있었고요.”

왼쪽부터 복분자밭, 유윤상 대표가 수매한 복분자를 저울에 달아 보고 있다./ 진농식품

-여러 제품에 들어가는 복분자는 모두 다 직접 농사지은 것들인가요?

“처음에는 저희가 농사를 짓다가 사업이 커지면서 고창 지역의 농가들과 계약을 맺고 복분자를 사들여 제품을 만들었어요. 농사까지 지을 수 있는 여력이 안 됐거든요. 꼼꼼하고 깔끔한 성격의 아버지는 매년 수매를 할 때 사용하는 박스를 깨끗하게 세척하고 포장 비닐도 직접 농부들에게 제공하면서 위생적으로 제품과 시설을 유지했어요. 한창 사업이 잘 될 땐 고창의 거의 모든 농민들을 상대했답니다. 

그런데 요 몇 년 사이에 고창 복분자가 많이 귀해졌어요. 농사짓는 분들의 연령대가 높아지면서 복분자 농사를 그만두는 분들이 늘었거든요. 원료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다 보니 안되겠다 싶어 지난해부터는 작지만 다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현재는 그래서 저희가 농사지은 복분자와 고창 농민들로부터 사들인 복분자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요.”

왼쪽부터 외국인들에게 복분자 발사믹 식초를 소개하는 유연 팀장, 진농식품 오프라인 매장./ 진농식품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회사이다 보니 장단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가요?

“처음에는 저희도 많이 삐걱댔어요. 사실 전 하고 싶어서 이 일을 시작한 게 아니었거든요. (웃음) 부모님께선 제게 온라인 마케팅 일을 맡기셨는데 사실 제가 뭘 알았겠어요. 부모님께서도 뭘 가르쳐야 할지를 모르셨죠. 그래서 일과 후 밤에 같이 온라인 마케팅 교육을 받으러 다니기도 했어요. 하나둘씩 배워가면서 일이 손에 익고, 함께 일하는 게 익숙해지면서 지금은 셋이 똘똘 뭉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에요.”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가 있다면요.

“그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국가 보조를 거의 받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보조금에 기대지 않고 저희만의 경쟁력으로 사업을 키워나가고 싶어요. 방향도 이미 정했어요. 저희는 단순히 돈만 버는 회사가 아닌 고창을 대표하는 복합문화기업으로 성장할 거예요. 전주의 한 콩나물국밥집에 가니 밥집만 있는 게 아니라 콩나물국밥에 대한 역사를 전시관 형태로 꾸며놓은 공간이 있더라고요. 저희도 그렇게 복분자에 대한 전시관부터 카페, 체험학습장을 갖춘 곳으로 거듭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 이런 활동으로 복분자를 사람들이 사과나 포도처럼 더 익숙한 열매로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싶고요. 그렇게 만들기 위해선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꼭 해낼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아버지가 은퇴하실 때쯤 아버지께 아버지의 드림카인 제네시스 승용차를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아버지는 그간 사업을 해오면서 승용차를 한 번도 몰아보지 못하셨어요. 맨날 짐을 많이 실을 수 있는 트럭 아니면 봉고차였죠. 아버지가 은퇴하시는 날 ‘대표님, 이제 떠나세요!’라며 제네시스를 짠!하고 선물해드리고 싶어요. 꼭 그런 날이 올 수 있도록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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