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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믹스·이태리타올…한국을 빛낸 10대 발명품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15 11:12:37
조회 5891 추천 13 댓글 162

한 여행사에서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물었다. “한국에서 가장 맛있는 차는?”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커피믹스’라고 답했다. 커피믹스는 한국이 최초로 만든 발명품이다. 2017년 특허청이 진행한 설문조사 ‘우리나라를 빛낸 10대 발명품’에도 들었다. 1위는 훈민정음, 2·3위는 거북선과 금속활자였다. 커피믹스는 쟁쟁한 후보군 사이에서 5위를 차지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에서도 커피믹스는 판매량 높은 한국산 식품 6위를 기록 중이다. 라면과 고추장 다음으로 높다. 

간편하다는 장점 하나로 스테디셀러가 된 ‘커피믹스’.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의 산물이자 커피의 대중화를 이끈 주역이다. 우리나라의 커피 역사와 문화, 크고 작은 발명으로 탄생한 커피믹스 이야기를 알아봤다.

우리나라를 빛낸 10대 발명품. /특허청


1986년 커피믹스 광고. /동서식품

◇한국 최초의 커피 ‘양탕국’…커피 애호가였던 고종 황제

우리나라에서 커피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유길준의 ‘서유견문’이다. 최초의 국비 유학생이었던 유길준은 고종황제가 커피를 즐겨 마셨다고 기록했다. 고종이 커피 애호가가 된 것은 1896년 아관파천 이후다. 고종이 1년간 러시아 공사관 생활할 때 고종의 수발을 들었던 독일인 손탁이라는 인물이 처음으로 커피를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종의 하루 일과 중 유일한 즐거움은 ‘양탕국’을 마시는 것이었다고 한다. 당시 커피는 서양에서 들여온 것이라 하여 ‘양탕국’ 또는 ‘가배’라고 불렸다. 커피 맛을 잊지 못했던 고종은 덕수궁에 돌아와서 1900년 정관헌이라는 서양식 집을 세우고, 그곳에서 대신들과 함께 커피를 마셨다고 전해진다. 

1909년 이후 보에르가 발행한 손탁호텔 사진엽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고종은 자신에게 커피를 대접했던 손탁에게도 서울 정동의 건물 한 채를 하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로 알려진 이곳은 ‘손탁호텔’이다. 이 호텔 1층에 레스토랑 겸 커피숍이 처음 생겼다. 비싼 가격 때문에 고종과 대신 등 특권층만 입장이 가능했다고 한다. 한국 최초의 커피숍이라는 점에서 한국 커피 역사에 의미가 있다. 

◇인스턴트 커피와 커피 전성기의 시작 

6.25 전쟁을 거치면서 미군을 통해 국내에 도달한 ‘인스턴트 커피’. 커피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인스턴트 커피가 보급되면서다. 해방 이전까지 커피는 주로 고위층의 전유물로 제조 과정이 복잡해 일반인들은 쉽게 마시기 어려웠다. 하지만 인스턴트 커피가 들어오면서 일반 사람들도 다방이나 시장 등에서 커피를 접할 수 있게 됐다. 

서서히 다방 가치도 높아졌다. 전국 70곳에 불과했던 다방은 1950년대 말 3000여곳까지 늘었다고 한다. 본격적인 커피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외제 커피 소비량이 급격히 증가하자 정부는 1961년 커피 수입을 제한했다. 막대한 외화가 들어가는 커피 수입을 중단해야 한다는 조치였다. 

이같은 조치는 3년 후 해제됐지만, 수입량은 제한적이었다. 이로 인해 커피 가격이 치솟는가하면 담배꽁초를 같이 넣고 끓인 ‘꽁피’ 등 가짜 커피가 등장하기도 했다. 결국 정부는 원두를 수입해 한국 회사에서 이를 가공한 후 판매하도록 했다. 1968년 ‘동서식품’이 그 주인공이다. 

1970년 맥스웰하우스커피 출시 신문 지면 광고. /동아일보

동서식품은 1970년 미국 ‘제너럴 푸드’와 기술제휴 및 합작 투자를 해 맥스웰하우스란 상표로 인스턴트커피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했다. 국내 커피가 생산되자 커피 시장과 다방은 더욱 전성기를 맞았다. 

◇세계 최초 ‘커피믹스’의 탄생 

국내에서 생산된 인스턴트 커피는 큰 인기를 끌었지만 만족스럽지 못한 구석이 있었다. 익숙하지 않은 커피의 쓴 맛을 잡기 위해 설탕이나 계란을 투하하는 경우가 많았다. 동서식품은 봉지 하나에 1회 분량을 섞어 넣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1974년 분말 크림인 ‘프리마’ 개발을 시작으로 커피, 프림, 설탕이 한 번에 들어있는 커피믹스를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가지고 다니기 편하고 보관이 쉬운데다 언제 어디서나 뜨거운 물만 있으면 마실 수 있어 간편했다.


1976년 맥스웰하우스 커피 믹스. /동서식품


1987년 맥스웰하우스 커피 믹스 /동서식품

초기의 커피믹스는 녹차 티백처럼 네모난 모양이었다. 하지만 1987년을 기점으로 날렵한 스틱형 커피믹스가 나왔다. 봉투 끝에 설탕을 배치해 당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커피믹스가 급격히 성장한 시점은 1997년이다. 이전에는 일일이 커피와 프림, 설탕을 섞은 후 직접 물에 타서 마시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는 검소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그 결과 손쉽게 먹을 수 있는 커피믹스가 주목받았다.  

냉온수기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한 것도 커피믹스 시장 성장에 한몫했다. 온수를 즉석으로 내리면 5~10초 안에 커피 한 잔을 마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커피믹스는 집과 사무실, 식당에서 빠지면 아쉬운 식품으로 자리잡았다. 편의성을 앞세운 커피믹스는 서서히 커피시장을 장악했고,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인스턴트 커피를 많이 소비하는 국가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커피믹스는 동남아시아를 거쳐 중남미 등에도 수출되고 있다. 하지만 커피믹스 창시자인 동서식품은 해외 수출이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동서식품이 ‘맥심’이란 브랜드를 미국 크래프트푸즈사에서 빌려쓰고 있는 상황으로, 애초에 국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계약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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