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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 초기 입사자들은 퇴사하고 뭐 하고 살까?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15 11:30:43
조회 10026 추천 10 댓글 29

통화 업무가 많은 직장인이라면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녹음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필요한 내용을 찾으려면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수많은 녹음 파일 중 원하는 부분을 일일이 찾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고자 나선 사람이 있다. 통화가 끝나면 거의 실시간으로 통화 내용을 문자로 보여주는 AI 통화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앱 ‘비토(VITO)’를 운영하는 음성인식 AI 기업 ‘리턴제로’의 이참솔(37) 대표를 창업 이야기를 들어봤다.



음성인식 AI 기업 ‘리턴제로’의 이참솔 대표. /jobsN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나온 이 대표는 대학 시절부터 창업에 관심이 많았다. 동기들과 함께 회사를 만들어 재밌게 일하는 게 꿈이었다. 졸업 후 실행에 옮겼다. 2011년 카이스트 동기들과 함께 모바일 커머스 앱 ‘로티플’을 창업했다. 

“당시 스마트폰이 나오던 시기였어요. 본격적으로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새로운 세상이 시작됐다고 생각했습니다. 로티플은 위치기반 소셜 커머스 앱이었어요. 국내 최초로 사용자가 모바일을 이용해 주변에 있는 업소의 쿠폰을 받아 할인받을 수 있게 한 서비스였죠. 

당시 G마켓, 옥션, 쿠팡 등이 이커머스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자리싸움을 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PC 기반 서비스만 있을 뿐 모바일 앱은 없었어요. 그래서 모바일 앱 시장을 공략했습니다. 당시 사업 가능성을 인정받아 설립 6개월 만에 소프트뱅크벤처스로부터 두 번에 걸쳐 2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습니다. 

시장의 반응은 좋았지만 아직 자리 잡지 않은 모바일 결제 시장이 걸림돌이었어요. 그때 당시만 해도 신용카드를 이용해 모바일로 결제하는 방법이 사람들에게 익숙지 않았어요. 모바일로 결제를 하려고 하면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죠. 결국 실패를 인정하고 사업 방향을 고민하고 있을 때 카카오에서 인수합병 제안을 받았습니다.”

2011년 이 대표는 친구들과 함께 ‘로티플’을 창업했다. 8개월 만에 카카오에 매각했다. /로티플 홈페이지

그렇게 2011년 이 대표는 창업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로티플을 카카오에 매각했다. 이 대표와 공동 창업자들도 카카오에 합류했다. 2015년까지 4년간 일하면서 카카오톡, 카카오택시, 카카오스토리 등 카카오 초창기의 각종 서비스를 만들었다. 일은 재밌었고 보람도 있었지만 창업에 대한 갈망은 점점 더 커졌다.

“무슨 일을 해도 창업했을 때 느꼈던 성취감을 다시 느끼기 어려웠어요. 점점 일이 재미없게 느껴졌죠. 고민 끝에 카카오를 퇴사한 후 다시 한번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던 중 2015년 바둑 인공지능(AI) 알파고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인공지능 기술로 인해 또 한 번 시대가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로티플’ 때 함께했던 친구들과 다시 힘을 합쳤고 2018년 AI 스타트업 ‘리턴제로’를 창업했습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AI 음성인식 서비스였다. 음성인식 서비스가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AI 서비스라고 생각했다.

“평소 일할 때 통화 내용을 항상 녹음했어요. 녹음해두면 잊어버린 내용을 다시 찾아 들을 수 있잖아요. 그런데 정작 녹음을 해도 열어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수많은 녹음 파일 중 원하는 부분을 다시 찾아 듣는 과정이 너무 귀찮았죠. 이렇게 번거로운 문제를 AI가 해결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습니다.”


비토는 통화가 끝나면 거의 실시간으로 통화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 보여준다. /리턴제로

리턴제로는 작년 4월 눈으로 보는 AI 통화 앱 비토(VITO)를 론칭했다. 비토는 통화가 끝나면 통화 내용을 문자처럼 텍스트로 변환해 보여준다. 사용자의 평균 통화 시간이 약 2분인데, 이를 5~10초 만에 문자화한다. 또 비토는 메신저 형태의 말풍선 화면에서 필요한 부분을 재생, 검색, 편집, 메모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보관된 대화 내용의 일부는 수정하거나 캡처해 이미지로 보관할 수 있다. 메일로도 전송할 수 있다.

-개발 과정이 궁금합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음성인식을 연구하는 전문 연구소나 기업이 이미 많고, 음성인식 전문가가 아닌데 어떻게 관련 기술을 개발하겠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하지만 음성인식은 데이터로 해결할 수 있는 머신러닝(컴퓨터에 학습시키는 것) 문제라고 봤어요. 알파고를 만들기 위해 꼭 이세돌 기사보다 바둑을 잘하는 기사가 필요한 건 아니에요. 충분한 데이터를 준비하고 기계가 배울 수 있게 하면 가능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약 2년간 기술 개발에 매달렸어요. 일반 음성인식 서비스와는 다르게 자유 발화(보통의 대화) 음성 데이터를 잘 알아듣게 해야 했어요. 우리가 통화할 때는 알아듣기 쉽게 또박또박 얘기하는 게 아니라 편하게 말합니다. 그래서 자유 발화를 실시간으로 텍스트로 변환해주는 STT(Speech To Text·음성 인식) 기술 기반 ‘소머즈’ 엔진을 자체 개발했습니다. 또 통화는 두 사람이 하는 거라서 사용자의 목소리를 분석해 화자를 분리할 줄 아는 기술이 필요했어요. 개발 끝에 이러한 기능을 하는 ‘모세(Moses) 엔진’을 만들었습니다.”

현재 ‘비토’는 여러  음성인식엔진 중 한국어 음성인식이 가장 정확하다는 평가를 받아 최근에는 KTB 네트워크, 하나벤처스,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60억원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액은 198억원이다.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상대방과의 이전 통화 내역을 바로 알 수 있다. 또 당시 통화한 내용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리턴제로

지난달에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했다. 전화가 걸려 왔을 때 상대방과의 이전 통화 내역을 바로 알 수 있다. 또 당시 통화한 내용을 텍스트로 확인할 수 있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깜빡하고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못한 경우에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쉽게 알 수 있다. 또 당시 어떤 내용으로 통화 했는지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편리함 덕분에 통화량이 많은 영업직, 판매직, 상담직뿐 아니라 공인중개사, 보험설계사, 수리기사, 회계사, 변호사, 기자 등이 ‘비토’를 많이 찾는다. 9월 말 기준 비토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41만건이다. 지금까지 처리한 통화 수가 7200만건에 달한다. 또 누적 음성인식 처리 시간만 285만 시간이다. 쉽게 말해 지금까지 285만 시간의 목소리가 비토를 거쳐 텍스트로 바뀌었다.

인터뷰 중인 이참솔 대표. /jobsN

-비즈니스 모델이 궁금합니다.

“월 구독 형태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요. 기본적으로 최근 20통의 통화 내역은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더 오래된 통화 내역을 보려면 서비스를 구독해야 합니다.”

-가장 보람을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요.

“좋은 리뷰를 볼 때 가장 뿌듯해요. ‘일할 때 정말 잘 쓰고 있다’ ‘이젠 ‘비토’ 없이 일하기 힘들다’ 등의 후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는요.

“현재 B2C(Business To Consumer·기업과 소비자간 거래) 서비스지만 향후에는 “B2B(Business To Business·기업과 기업 간 거래) 서비스도 제공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비토’ 서비스를 이용해 AI의 한국어 음성인식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높이고 싶습니다. 현재 한국어 음성인식 분야는 데이터셋(Data Set·관련 데이터를 모아놓은 것)의 한계로 영어나 중국어보다 뒤처져 있어요. 인간의 다양한 업무를 음성인식 기반 서비스에 맡길 수 있도록 기술을 고도화할 겁니다. AI 음성 인식 기술로 사람들의 삶을 더 편리하게 바꾸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은요.

“최근 회사 방향성에 공감해주는 분들이 많이 합류해 회사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요. 2020년 초반에는 8명의 직원이 있었는데 지금은 40명이 넘습니다. 일에만 몰입할 수 있는 만족도 높은 기업 문화를 만들고자 해요. 회사 비전에 같은 뜻을 가진 분들이 많이 오셨으면 해요.” 

글 시시비비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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