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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천교 노숙자→방앗간 직원→대형 프랜차이즈 대표 된 이 남자의 사연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20 10:31:08
조회 3796 추천 21 댓글 14

열 번이 넘게 사업이 망했다. 직원의 집에서 더부살이를 했지만 사업 실패와 함께 쫓겨났다. 신발엔 늘 비가 샜고, 해진 옷은 청테이프로 구멍을 메워 다녔다. 이런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어 염천교 서소문 공원 인근에서 노숙 생활을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런 그는 지금 연매출 20억원짜리 방앗간집 사장이자 점포수 126개에 달하는 외식 프랜차이즈 대표가 됐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고깃집 프랜차이즈 ‘식껍’ 조웅규(43) 대표 이야기를 들었다. 



식껍 조웅규 대표./ 조웅규 대표 제공

경상남도 함양에서 2남1녀 중 막내로 태어난 조 대표는 고등학생 때부터 장사의 길로 들어섰다.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면서 집안 형편이 급격히 기울었다고 한다. 길에서 오다리를 파는 것부터 시작해 수제 도장 가게, 인쇄소, 한식배달전문점, 씨앗·해물장사 등 수많은 사업을 시도했지만 줄줄이 망했다. 

무턱대고 사업만 한 것은 아니다. 전기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해 작업 현장에서 오랜 기간 일했지만 기술 사용은 커녕 모래 실어나르는 일만 주어졌다. 그 뒤론 배달 일을 하는 등 ‘알바 인생’이 펼쳐졌다. 하지만 모은 돈을 전부 사업에 투자하면서 몽땅 잃었다. 오갈곳 없던 그는 어느날 서울 중구 중림시장의 한 방앗간에서 ‘숙식을 제공한다’는 아르바이트 공고문을 보고 그곳에 취업한다. 주어진 업무는 고춧가루를 거래처에 배달하는 일이었다. 

“남아현동 쪽방촌에서 생활했는데 일을 끝내고 돌아오면 몸에 고춧가루 냄새가 잔뜩 배어있었어요. 이걸 씻을 때마다 부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죠. 삼겹살과 치킨을 원없이 먹어보는게 소원이었어요. 악착같이 돈을 모아보자고 결심했죠. 고춧가루 배달을 할 때 주변 가게에 영업도 했어요. 사장님이 잘돼야 저도 일자리를 잃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키지 않은 일도 나서서 한거죠. 

처음엔 문전박대 당하고 잡상인 취급받았어요. 그래서 전략을 바꿔봤죠. 내가 만약 이 식당 사장님 아들이었더라면 무조건 내 물건을 써줄테니 이 식당의 아들이 되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했어요. 잡일을 돕고, 무거운 물건을 들어주고, 여러가지 요식업 경험으로 메뉴 개발에 도움을 드렸죠. 그 진심이 통했고, 가게 사장님들과도 친해지면서 자연스럽게 고춧가루 납품 거래처를 늘릴 수 있었어요. 어느새 일하는 방앗간에 제 밑으로 직원 두 명이 들어왔고, 월급도 18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올랐죠.”

/조웅규 대표 제공
-직원이었는데 방앗간 사업은 어떻게 하게 된건가요? 

“방앗간에서 일하는 동안 다른 요식업을 꿈꾸고 있었어요. 족발집 창업을 위해 틈틈이 족발 파는 가게에서 무급 노동을 했죠. 그런데 일만 하고 막상 요리법을 배우진 못했어요. 방앗간 사장님이 보기 안타까웠는지 연신내에 알고 지내는 방앗간 사장이 곧 일을 그만두는데 그 가게를 인수해서 키워보는게 어떻겠냐고 제의했어요. 당시 총 7000만원을 들여 그 가게를 인수했죠. 28살에 방앗간을 운영하면서 직원 한 명만 두고 시작했는데 지금 6명이 됐습니다. 현재 매출은 월 평균 1억5000만~2억원 가량 나와요.” 

-그런데 또다시 요식업에 뛰어들었다고요.

“방앗간 장사가 잘되니까 원래 좋아했던 요식업을 다시 하고 싶어졌어요. 방앗간 운영과 동시에 순대국집도 차려보고, 닭발·한우집 등도 운영해봤지만 모두 잘 안됐죠. 인생 마지막 장사를 결심하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인 돼지고기로 장사를 시작했어요. 그동안 실패했던 모든 경험을 종합해보고 보완해서 가게를 열었죠. 그리고 이번엔 잘됐어요. 

처음엔 프랜차이즈로 할 계획이 없었지만 고춧가루를 납품하던 거래처 사장님들이 식당에 방문하면서 변화가 생겼어요. 음식 맛을 본 사장님들이 하나둘 이 업종으로 가게를 바꾼거에요. 협동조합 개념으로 제가 낸 식껍이라는 상호명을 쓰고요. 그렇게 여럿이 모이니까 고기를 납품해주던 곳에서도 품질 좋은 고기를 저렴한 가격에 제공하기 시작했어요. 이런 사연을 인터넷 카페에 올리니까 함께하고 싶다는 연락이 여기저기서 걸려왔어요.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프랜차이즈를 하게 됐죠. 1년 6개월 동안 점포 수가 126개로 늘었습니다.”

/조웅규 대표 제공

-단기간에 프랜차이즈 점포 수가 126개로 늘어난 비결은 무엇인가요? 사장님만의 사업 노하우가 궁금해요. 

“일반적으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수익을 얻는 방법은 세 가지에요. 로열티와 인테리어 공사, 고기 같은 주요 식재료 납품이죠. 그런데 전 로열티를 일절 받지 않아요. 인테리어 공사도 별도로 하지 않고 개별 점주 재량에 맡깁니다. 고기도 제가 납품하지 않습니다. 식껍은 저를 거치지 않고 공동구매를 통해 공장에 직접 주문하는 방식이에요. 품질 좋은 고기를 공급받을 수 있는 이유죠. 안좋은 고기가 들어오면 떳떳하게 공장에 컴플레인을 걸 수 있거든요. 오로지 제가 운영하는 방앗간의 고춧가루와 참기름만 점포에 납품합니다. 시중에 있는 가격보다 더 저렴하게요. 그건 제가 이미 식껍이 아니더라도 방앗간에서 거래처가 500곳 가량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또 식껍은 가맹해제위약금 자체가 없어요. 보통 프랜차이즈 치킨집 등은 계약시 동종업종으로 업종을 바꾸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있어요. 이를 위반하면 위약금을 물어야하고요. 그런데 식껍 점주들은 하루만 운영하다가도 다른 고기집으로 자유롭게 바꿀 수 있어요. 그런 부분들이 점주들에게 부담이 덜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지금까지 수많은 가게를 운영해봤잖아요. 장사하는 입장에선 수익이 발생하던 안하던 나가는 비용이 너무 많아요. 포스기 비용부터 전기·가스비, 세제값, 정수기 비용, 직원들 4대보험 등 월말만 되면 스트레스 받을 일이 생기죠. 누구보다 그 고충을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거에요. 저는 프랜차이즈라고 해서 따로 마케팅을 하지도, 가게에 가맹문의 연락처를 남기지도 않아요.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큰 돈을 버는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따로 영업을 하지 않았죠.”

-준비 없이 사업을 시작하면 100% 망한다던데 장사 초보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건데 흔히 놓치는게 원자재값 계산이에요. 식자재비, 물류대 등을 꼼꼼하게 따져봐야 해요. 예를 들어 라면장사를 하는데 라면 원가가 700원이라고 칩시다. 판매가는 4000원이라고 했을 때 계란·파 등을 포함해 재료값, 즉 식자재비는 총 1000원 들어가요. 그럼 4000만원어치를 판매했을 때는 1000만원이 원가죠. 이렇게 변치 않는 비율의 비용이 있고, 월세, 가스비, 인건비, 잡비 등이 있어요. 그건 남은 3000만원 안에서 해결해야 하는 비용이죠. 이렇게 계산해보면 얼마가 남는지 대략 알 수 있습니다. 

서비스 마인드도 중요해요. 가게가 너무 바쁘거나 손님이 정말 없는 경우 친절하기 쉽지 않아요. 음식이 늦게 나오면 사장도, 손님도 신경이 곤두서있어요. 진상 손님들도 더러 있고요. 그럴때 손님과 부딪히면 안돼요. 식당 사장님은 항상 불리한 입장이거든요. 평점을 안좋게 받을 수도 있고, 안좋다는 글이 올라올 수도 있어요. 무조건 저자세로 대응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갈등 상황을 빨리 멈추는 것이 중요해요. 그런 교육 매뉴얼을 따로 만들어 직원들에게 보여주면 더 좋고요. 

맛은 1년 내내 똑같아야 해요. 대부분의 식당 음식이 맛이 있어요. 맛은 모두 기본으로 내기 때문에 항상 똑같은 맛을 내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초보자들은 손님 의견을 지나치게 수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자기 주관이 있어야 해요. 처음 시작할 때 냉정하게 테스트해보고 그 맛을 밀고 나가야 해요. 모두의 입맛에 맞출 순 없어요. 10명 중 7명만 맛있게 먹어도 맛으로는 통과입니다. 하루 한명씩만 단골을 만들면 1년이 지났을 때 그 가게는 무조건 줄 서는 집이 돼요. 단골이 1000명이 넘으면 그 집은 반드시 성공합니다.”

-장사하기 좋은 상권을 알아보는 팁이 있나요?

“제가 망원동의 시장 앞에서 순대국밥집을 차린 적이 있어요. 차가 못 지나갈 정도로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였어요. 사람들한테 밀려서라도 가게에 들어올 것이라 생각했는데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시장 앞이라 장을 보고 집에서 저녁 먹는 사람들이 자주 오는 곳이었기 때문이죠. 아마 그곳에서 포장해가기 쉬운 분식집 등을 운영했다면 더 나았을 것 같아요. 

이런 사례처럼 상권에서 사람이 아주 많다, 적다는 사실은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만약 내가 안경 렌즈집을 하려고 하는데 주변 식당에 사람 많은 것만 보면 뭐하나요. 소용없잖아요.  내가 하려는 업종이 이 동네에 몇 개가 있고, 그 중에 몇 개가 잘되는지를 봐야하죠. 고깃집을 하려고 한다면 고깃집, 양꼬치집 등 1차로 사람들이 머무는 가게들을 위주로 둘러 보면 돼요. 장사가 얼만큼 잘되는지 본 다음 월세를 알아보는거에요. 이후 이 월세면 내가 어느 정도 팔아야하는지, 원자재값 등을 꼼꼼히 계산해보는거죠. 이런 계산은 왠만하면 틀리지 않습니다.”

-코로나19 이후 경기가 더욱 어려워지면서 문닫는 가게들이 늘고 있어요. 폐업 또는 폐업 위기에 직면한 자영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업하다 망할 수도 있죠. 그 경험은 좋은 자산이 됩니다. 망해 본 경험이 있는데 더이상 자신이 없다면 장사를 잘하는 사람을 찾아가야 해요. 어떻게든 찾아가서 밥을 사드리고 조언을 구하는거죠. 머슴 노릇을 하더라도 따라다니며 하나하나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장사가 잘 되고 노하우가 있는 가게에 취업하는 것이 중요해요. 6개월 정도 일해보면 자연스럽게 노하우가 보입니다.

빚을 내는건 정말 자신 있을 때 하는 겁니다. 망해 본 게 충분한 경험이 됐고, 다음 사업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말이죠. 조심스러운 부분이지만 저는 그럴 때는 빚을 내서라도 좋은 상권으로 진입하라고 이야기 합니다. 마지막 승부수라고 생각하고 뭐든 해봐야 한다는 이야기죠. 단 충분한 경험과 확신이 있을 때에 한해서입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저는 꿈을 이뤘어요. 서울에 집 한 채와 상가 하나를 마련했으니 이루고도 남았죠. 제가 꿈을 이루고나서 잘한 것 중에 하나가 거기서 멈춘거에요. 90에서 멈춘거죠. 사람이 100을 보고 살면 욕망이 끝도 없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고 이에 만족하는데 목표를 뒀어요. 하루를 소중하게 보내는 것이 제 목표이자 계획입니다.”

글 시시비비 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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