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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6명 뿐인 ‘이케아 카펜터’ 전 46살에 시작했어요”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15 10:53:36
조회 2473 추천 5 댓글 12

이케아 고양점 카펜터 변성일씨
매장·쇼룸 등 공간 인테리어·목공 담당
40대 후반에 적성에 맞는 직업 찾아

2017년 10월 경기도 고양시 도내동에 문을 연 이케아(IKEA) 고양점. ‘가구 공룡’ 이케아의 국내 두 번째 매장인 이곳에서 가장 돋보이는 곳은 ‘쇼룸’이다.

이케아 쇼룸은 국내 가구업계 최초로 도입한 일종의 ‘미리보기’ 개념으로 이케아 제품으로 꾸민 거실, 주방, 침실 등의 공간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고양점에는 42개의 쇼룸이 있다. 쇼룸에 사용된 제품, 홈스타일링을 참고하면 쇼핑이 쉬워지고 인테리어 감각도 높일 수 있다.

쇼룸은 계절에 따라 신제품이 들어오거나 제품이 단종되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바뀐다. 그때마다 기존의 벽을 부수고 새로 벽을 세운 뒤 페인트를 칠하고 타일을 붙이거나 바닥을 까는 작업이 반복된다. 이케아 고양점에는 이 작업을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다. 카펜터(carpenter) 변성일(50) 씨. 이케아는 전 세계 매장마다 1명 이상의 카펜터를 두고 있다. 카펜터라는 생소한 일을 택한 이유가 있을까? 변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케아 고양점 카펜터(carpenter) 변성일씨. /jobsN

-‘카펜터(carpenter)’는 어떤 일을 하나요?

“카펜터는 영어로 목수를 말하죠. 그렇다 보니 카펜터라고 하면 이케아에서 가구를 조립하거나 만든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케아에는 가구 조립과 제작을 담당하는 ‘퍼니처 빌더’가 따로 있어요. 카펜터는 기존의 의미에서 더 확장된 목공, 달리 말하면 인테리어  작업자 개념이에요.

쇼룸이나 매장에 설치된 기존의 벽을 철거하고 새로 벽을 세우기도 하고 페인트를 칠하고 타일도 붙여요. 디스플레이에 쓰는 단상, 파티션, 소품 등을 만들고 설치합니다. 이케아의 제품을 돋보이게 하는 공간, 무대가 되는 공간을 만드는 일을 하는 거예요. 디자이너들이 계획한 공간을 구체화하는 첫 단계를 맡으면서 매장의 변화를 만드는 직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색다른 직업으로 느껴질 수 있는 이케아의 카펜터는 전세계 매장마다 1명 이상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국내에는 6명이 있어요. 이케아 고양점 카펜터는 제가 유일하고 광명점에 2명, 기흥점에 2명, 동부산점에 1명이 근무 중입니다.”

이케아 고양점에는 카펜터의 작업실인 ‘카펜터 룸’이 따로 있다. 고객들이 다니지 않는 비상문 뒤에 숨은 공간이다. 카펜터 룸에는 커다란 작업대와 목재를 자를 수 있는 기계, 페인트, 공구 등이 가득하다. 변씨는 주로 이곳에서 기본 작업을 끝내고 매장으로 이동해 공간을 완성한다

넓은 작업대와 기계, 공구 등이 가득한 카펜터 룸. 변씨는 이곳에서 기본 작업을 하고 매장에 나가 작업을 마무리한다. /jobsN

-이케아에만 있는 카펜터라는 생소한 직업은 어떻게 알게 됐고, 이 일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2014년 이케아 광명점 개점을 앞두고 이케아 한국 진출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됐어요. 당시만 해도 이케아가 뭔지도 몰랐습니다. 저는 그때 가구 공방에서 원목가구를 만들고 있었어요. 세계 최고의 가구 회사라는 걸 알게 되고 서서히 관심을 갖게 됐고 채용 공고를 보고 ‘카펜터’에 지원했어요. 정확히 카펜터가 무슨 일을 하는지 몰랐고 목공일을 했으니 할 수 있을 거라고만 생각했죠. 당연히 면접에서 떨어졌어요.

이후 문을 연 이케아 광명점을 구경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그때 쇼룸을 둘러보면서 놀라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쇼룸에 있는 제품과 소품 하나하나가 존재감이 살아있더라고요. 제가 가구 공방에서 일할 때 굉장히 크고 비싼 침대를 만들어 판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고객 안방에 그 침대를 두는 순간 침대의 존재감이 확 사라졌어요. 이케아 쇼룸은 그 반대였습니다. 인테리어라는 게 예쁜 가구만 채워 넣고 끝나는 게 아니었어요. 가구를 살리는 공간 디자인이 정말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예쁜 매장과 쇼룸을 만드는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졌어요. 이 사람들과 일하면서 나도 그런 쇼룸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가구 공방에서 일하며 목공 경력은 쌓았지만 카펜터로 일하기 위해선 제 역량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인테리어 업체에서 3년 넘게 일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2017년 이케아 고양점 개점을 앞두고 ‘카펜터’를 채용한다는 걸 보고 다시 지원했어요. 예전에 광명점 지원 당시 면접관님을 이때 다시 만났는데 그 사이 제가 카펜터가 되기 위해 준비를 하고 경험을 쌓은 걸 좋게 평가해주셨던 같아요. 그렇게 이케아 고양점 카펜터가 됐고 꿈꾸던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첫 출근날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는데 마치 연예인을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4년차인데 업무 만족도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무언가를 만드는 과정, 완성된 걸 보는 게 재밌어요. 제가 작업을 하고 퍼니처 빌더, 디자이너가 공간을 완성한 걸 봤을 때 뿌듯함도 느껴지고요. 카펜터로 일하면서 제 적성에 정말 잘 맞는 일을 찾았다고 느끼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으니 즐겁고 업무 만족도도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물론 혼자서 넓은 매장의 일을 다 처리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처음에는 인테리어·비주얼머천다이저·그래픽 디자이너의 오더를 한꺼번에 정리하는 게 어려웠어요. 하지만 회사 자체가 일을 서둘러 해야 한다거나 재촉하는 분위기가 아니기도 하고 서로 스케줄을 조율하며 일을 처리하고 있습니다. 휴가도 눈치보지 않고 갈 수 있어요. 그래도 하루이틀만 지나도 매장에 해야 할 일이 생기기 때문에 오래 자리를 비우지 않으려 해요.

-이케아 근무 환경은 어떤가요?

“저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해요. 모든 작업은 근무 시간 안에서 이뤄집니다. 큰 소음이 생기거나 고객 불편을 유발할 수 있는 작업은 이른 아침 시간이나 개점 전에 진행하고 있어요. 근무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해서 야근도 지양하고 있어요.  

이케아는 야근 직원이 있다면 야근을 하는 이유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할 만큼 ‘워라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입니다. 신입도 연차가 20일이고,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휴가를 쓸 수 있습니다.

이케아는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출산휴가도 유급 기준으로 여성은 6개월, 남성은 1개월을 쓸 수 있습니다. 예컨대 저희 팀은 30명인데, 현재 4명이 출산휴가 중이라도 그걸 받아들이고 지원하는 분위기예요. 이케아 직원들은 할인가로 제품을 살 수도 있고요. 사원 식당도 아침은 900원, 점심·저녁은 1500원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어요.

무엇보다 자유롭고 수평적인 분위기에서 일하는 게 매력적이에요. 매니저라 해서 지시만 하거나 나이가 많다고 다르게 대하지 않아요. 동등한 입장에서 의견을 나누고 일을 진행합니다. 제가 46세에 입사해 나이가 많은 편인데도 동료들과 편하게 지내고 재밌게 일하고 있어요.”

제품 디스플레이를 위한 오브제를 만들고 페인트칠을 하고 타일을 붙이는 등 카펜터가 이케아 매장에서 하는 일을 다양하다. /jobsN

-다소 늦은 나이에 카펜터라는 일을 시작했는데, 그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요?

“지방 대학을 다니다가 고려대 경영학과에 편입해 졸업했습니다. 졸업 후 바로 사무직으로 취직했어요. 물류 회사, 소프트웨어 회사, 광고대행사 등에서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마흔이 되던 해 둘째가 태어났는데, 아내 혼자 아이 둘을 돌보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회사 다니는 것도 재미가 없었어요. 그래서 일을 그만두고 육아를 도우면서 새로운 일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마음은 먹었는데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 사설 학원을 일단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학원비가 수백만원이었어요. 다른 방법을 찾아보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취업성공패키지를 알게 됐고 9개월 동안 원목가구 제작과정을 배웠습니다. 그런데 교육과정을 수료해도 공방에 취직하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나이가 문제였어요. 나이 많은 사람은 안된다는 공방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때 ‘멘붕’이 왔어요. 실수한 것 같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러다 어렵게 가구공방에서 일자리를 얻었어요.

목공을 배울 땐 재밌었는데 막상 공방에서 고객에게 팔 제품을 만든다고 하니 스트레스가 심했어요. 조금만 어긋나도 사장님이 화를 내셨죠. 정해진 근무시간도 없고 야근이 끝이 없었어요. 서울 신림동에서 경기도 광주를 오가는 것도 힘들었죠. 결국 1년을 채우지 못하고 10개월 만에 공방을 나왔어요.

그 후엔 카펜터가 되기 위해 인테리어 업체에서 3년 정도 일했습니다. 이때도 일자리를 찾는 게 쉽지 않았어요. 나이가 많은 게 문제였죠. 그래서 이케아에 들어올 때 조금 놀랐어요. 처음 지원했을 때나 카펜터로 합격했을 때도 제 나이, 그 전에 했던 일에 대해서 물어보지도 않았고 전혀 문제 되지 않았으니까요. 다른 것보다 제가 이 일에 맞는 사람인지, 동료들과 어울리는 사람인지를 중요하게 보더라고요. 덕분에 늦은 나이에 제가 꿈꾸던 카펜터로 재미있게 일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하는 과정이 쉽지 않으셨어요. 그래도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만약 이전으로 돌아가서 다시 도전하라고 하면 자신이 없어요.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으니까요. 그래도 제가 계속 도전할 수 있었던 건 와이프 덕분이었어요. 제 와이프는 어릴 때부터 책을 읽고 쓰는 걸 좋아했어요. 결국 등단해 동화책 작가가 됐고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와이프를 보면서 자극을 많이 받았습니다. 할까말까 하는 시기에 저를 지지해줬고요. 지금은 꿈을 이룬 저를 보며 와이프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목공 작업을 하고 있는 변성일씨. /jobsN

-카펜터로서 이루고 싶은 꿈과 목표가 있나요?

“해외 이케아 매장엔 경력이 오래된 시니어 카펜터가 꽤 있어요. 영국에는 60대 여성 시니어 카펜터도 있고요. 그분들은 팀 내 어려운 일을 해결하고 팀원들이 의지하는 해결사 역할을 합니다. 그걸 보면서 저도 그분들처럼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케아 정년이 65세인데 은퇴 후에도 가능하다면 꾸준히 카펜터 일을 하고 싶어요.”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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