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든 폭력범 보고 도망친 경찰에 돌 던져 배달원 죽음 몬 공무원까지 정신줄 놓은 공직사회
시민을 보호해야 할 경찰은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 사건 현장에서 도망쳤다. 학생들에게 모범을 보여야 할 교장은 몰카를 찍었다. 공공시설을 관리해야 할 공무원은 도로에 큰 돌을 던져 오토바이 배달원을 죽음으로 몰고 갔다.
기가 차는 일이지만 이 모든 일은 불과 두세 달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벌어진 일이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들이 더 많겠지만, 이런 일이 터지면 나랏일을 대신해 달라며 세금을 낸 국민 입장에서는 불신과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가장 화제가 된 일은 공동주택 층간 소음 갈등이 칼부림으로 번진 사건이다. 가해자가 칼을 휘두르는 상황에서 그 자리에 있던 경찰(순경)이 줄행랑을 쳤고, 이를 본 다른 경찰(경위)도 똑같이 현장을 피해 도망갔다. 경찰들이 현장을 피한 사이에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칼에 찔려 중태에 빠졌다.
날뛰는 가해자를 제압한 건 피해자들의 남편이자 아빠인 50대 남성이었다. 경찰이 당시 갖고 있었던 테이저건이나 권총도 없이 맨몸으로 현장에 뛰어든 이 남성은 피해자와 격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팔목 인대가 끊어지고, 얼굴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다.
현장에서 도망한 경찰들은 지원 요청을 위해 그랬던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칼을 휘두르는 가해자와 피해자들만 놔둔 상황에서 현장을 벗어난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피해자 가족이 경찰의 부실 대응을 고발하며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린 글에도 24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관련 기사 아래 달린 댓글들도 “소방관이 불 무섭다고 화재 현장에서 도망간 격”, “경찰이 현장에 있는데 그 경찰이 또 다른 경찰을 부른다고 가면 피해자는 누가 보호하나” 등의 비판적인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문제가 된 경찰관들은 현재 직위해제된 상태로, 징계를 기다리고 있다.
경기도 안양의 한 초등학교 교장은 여자 교직원 화장실과 교무실에 소형 카메라를 몰래 설치하고, 휴대전화로 동료 여성 교사들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지난 10월 구속됐다. 교장은 갑휴지 상자에 그려진 팬더의 눈이 검게 칠해진 점을 노려 이 부분에 소형 카메라를 설치해 들키지 않게 촬영하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교장의 휴대폰에선 한 여교사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영상 6건과 이 영상을 캡처한 사진 3장도 발견됐다. 이 교장은 학생이 저지른 일이면 어떻게 할 것이냐며 경찰 신고를 막기도 한 것으로 알려져다. 불법 카메라 설치 여부를 점검하고 발견 시 경찰에 즉시 신고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장이 교내에서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이 알려지면서 학부모와 학생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대전시의 한 6급 공무원은 도로에 큰 돌을 던져 길을 지나던 오토바이 배달원을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이 공무원은 11월 초 술을 마시고 길을 걷던 중 가로수 옆에 놓여있던 길이 44cm, 높이 12cm 크기의 돌을 왕복 4차로 도로에 던졌다. 이 돌로 오토바이를 타고 이 길을 지나던 20대 배달원이 넘어져 목숨을 잃었다. 돌을 던진 공무원은 술을 마신 상태라 돌을 던진 게 기억나지 않고,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청은 근무태만으로 문제가 된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 검사과 직원 51명 가운데 43명을 교체했다. /JTBC 뉴스 화면 캡처
인천공항 국제우편세관의 검사과 직원들은 근무태만으로 사실상 거의 전 직원이 교체되는 유례없는 기록을 세웠다. 문제가 된 직원들은 외국에서 들어오는 물건들이 지나가는 컨베이어 벨트를 훑어보기는커녕, 휴대폰만 보고 물건 가운데 마약류가 있는지 냄새를 맡아 확인해야 할 마약 탐지견마저 기둥에 묶어둬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검사과 51명 직원 가운데 43명이 교체됐다. 규정상 임용 기간이 짧아 다른 곳으로 보낼 수 없는 직원들이 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전 직원 교체라고 한다. 세관은 운이 좋으면 안 걸리고, 운이 나쁘면 걸리는 곳이라는 설(說)이 그저 풍문이 아니었다는 걸 직원들이 몸소 증명한 사례였다.
공무원이 음주 운전에 적발되거나 가짜 근무 일지 기록으로 부당하게 수당을 챙긴 사례는 너무 많아 오히려 별일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물을 흐리는 공무원들의 뉴스가 나올 때마다 공직 사회에 대한 실망과 불신은 커져만 간다. 정직하게 나라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공무원들만 도매금으로 싸잡혀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정부는 ‘공직 사회의 기강을 바로잡겠다’며 엄포를 놓지만 이제 이런 말에 기대를 걸 국민이 과연 몇이나 남았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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