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전부터 식당이나 카페 중심으로 생긴 ‘노키즈존(No kids zone)’. 아이와 그 보호자를 배척하는 차별적 행위라는 비판과, 영업 방침일 뿐이라는 항변이 팽팽하게 맞섰다. 여전히 노키즈존을 고수하는 업장도 있지만, 역으로 ‘웰컴 키즈존’이나 ‘예스 키즈존’을 내세우는 가게도 생겼다.
조선일보 기사 데이터베이스(DB)에 따르면 ‘노키즈존’이라는 말은 2015년 처음 등장했다. 노키즈존을 시작으로 지난 6년간 수많은 ‘노OO존’이 생겼다. 최근엔 ‘노중년존’, ‘노교수존’까지 생기며 다시 ‘NO존’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확산하는 ‘NO존’
얼마전 서울의 한 캠핑장에서는 40대 이상 중년의 출입을 제한했다. 업주는 “조용하고 쾌적한 캠핑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중장년층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바로 ‘에이지즘(Ageism·연령차별주의)’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단지 나이를 이유로 손님을 거부하는 건 차별이라는 주장이다.
특정 직업군의 출입을 제한하는 가게도 생겼다. 부산에서는 술집에서 부산대 정규직 교수 출입을 금하는 ‘노교수존’이 등장했다. 한 언론 보도에서 업주는 “진상 손님이 세 명 있었는데, 모두 이쪽 대학 교수였다. 직업을 알게 된 건 ‘내가 여기 교순데!’라고 말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부산대 교수협의회에서 해당 방침을 거둬달라는 요구까지 나오자 결국 업주는 교수 손님도 받기로 했다.
얼핏 보면 모두 자신의 영업에 방해된다고 판단한 손님을 거부하는 공통된 사례들 같지만, 그 양상은 다르다. 노키즈존이 약자(유아)를 배제하는 방식임이 명백한 반면, 노교수존은 오히려 사회적 지위가 높은 이를 배제했다. 또 노교수존은 사회 전반으로 특정 직업을 배척하는 분위기로 퍼지지 않고 있다. 교수 집단이 항의하자 바로 철회됐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아이와 외출 전 항상 노키즈존 여부를 확인한다는 A씨는 “보도가 나오고 며칠 만에 ‘노교수존’ 방침이 철회되는 모습을 보며 다 같은 ‘NO존’은 아니라는 박탈감이 들었다”고 했다.
40대 이상 손님은 받지 않겠다는 한 캠핑장 공지 일부. /인터넷 캡처
◇인권위는 차별이라는데 국민 정서는 ‘NO존’ 찬성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서 2017년 11월 식당의 노키즈존 방침이 어린이를 차별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아동에게 유해한 장소가 아닌 이상 특정 집단을 서비스 제공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합리적 이유 없이 종교와 나이, 외모 등을 이유로 차별하면 ‘평등권 침해’로 규정하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조 3항 위반으로 봤다. 이에 따르면 ‘노중년존’도 차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해서 노키즈, 노중년존을 운영하는 업주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다.
맘카페에서는 노키즈존 거절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연남동에 갔다가 식당 다섯 곳에서 거부당했다. 다섯 살짜리 아이도 ‘엄마, 왜 우리는 밥 못 먹어?’라며 상처받은 눈치였다”, “비 오는 날 우산도 없이 옷이 다 젖은 여성이 아이와 함께 음료를 주문했는데 사장이 ‘노키즈존이라 앉아서 먹을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 모자는 음료를 들고 나와 비를 맞은 채 밖에서 먹었다”, “처음엔 노키즈존으로 시작해 나중에는 ‘노장애인존’, ‘노실버존’도 나오지 않겠느냐” 등.
사회 전반의 정서는 다소 다르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성인남녀 1000명에게 물었더니 약 66%가 노키즈존 방침에 찬성했다. ‘NO존’이 차별인지와는 별개로, 편리한 영업방침을 정하고자 하는 업주의 의지와 쾌적한 서비스를 받으려는 소비자의 수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아이는 안 되는데 개는 되는 이유는?
‘NO존’의 원조격인 노키즈존은 처음부터 명백한 차별에서 시작하지는 않았다. 업주들의 조심성에 더 가까웠던 것으로 보인다. 2011년 식당에서 뛰어다니던 어린이가 화상을 입었고, 당시 종업원과 사업주에게 일부 과실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이후 유사한 사건이 이어지자 부담을 느낀 일부 자영업자들이 노키즈존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이를 둔 진상 손님’을 받지 않는 풍토가 생겨났다.
한편 이런 ‘NO존’을 원칙 없이 운영하는 업장도 있다. 노키즈존으로 알려진 제주 한 유명 식당은, 아이를 동반한 전직 아나운서를 손님으로 받아 비난을 받았다. 이 식당에 가려다 아이가 있다고 거부당한 한 손님은 “식당 방침이라고 해놓고 홍보에 도움이 되는 손님만 받겠다는 발상이 읽혀 짜증이 났다”고 했다.
‘NO존’이 결국 시장 논리를 따른다는 해석도 있다. 업장을 관리하는 데 품이 더 들지만 반려동물을 동반할 수 있는 ‘펫존’은 늘어나는 추세를 보면 그렇다. 반려동물 입장 가능 카페를 운영하는 한 업주는 “같은 부부라도 아이 말고 개를 키우는 손님들이 소비 규모가 더 큰 편”이라며 “강아지를 데려온 손님을 받으면 할 일이 더 많아지지만 매출로 보상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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