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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꼰대? 80년대생은 왜 ‘낀대’가 됐나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2 10:48:42
조회 8199 추천 12 댓글 147

1984년생, 2021년 38살인 드라마 작가 김정훈 씨는 자신을 ‘80년대생 꼰대’라고 했다.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낀 젊은 꼰대, 끼어 있는 세대라는 의미로 ‘낀대’라고도 불린다. 낀대는 그야말로 위에서 까이고 아래에서 치이는, 양쪽 눈치 다 보느라 괴로운 세대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이면서 같은 세대의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80년대생은 물론, 위아래인 70년대생과 90년대생 100여명을 인터뷰했다. 최근엔 이를 바탕으로 낀대의 애환을 담은 ‘낀대세이’라는 에세이도 펴냈다. 80년대생의 특징과 고충을 알고 나면 다른 세대를 이해하는 게 조금은 쉬워지지 않을까. 김정훈 작가를 만나 낀대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0년대생 낀대들의 애환을 담은 에세이를 쓴 김정훈 작가. /본인 제공

-왜 낀대 이야기를 하게 됐나.

“30대 후반 남녀의 삶, 그들의 인생이 녹아든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공유 오피스에 모인 못 나가는 30대를 주인공으로 시트콤을 기획했다. 그들과 함께 일하는 20대, 에피소드를 찾다 보니, 세대 이야기에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 ‘낀대:끼인 세대’라는 웹드라마를 접했다.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낀 80년대생이 주인공인 드라마다. 젊은 꼰대인 낀대를 보며 공감 가는 게 많았다. 주변에도 70년대생과 90년대생에 껴서 눈치 보며 괴로워하는, 스스로를 젊은 꼰대라고 하는 80년대생들이 많았다. 이들이 공감할 세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했고, 그래서 80년대생은 물론 70년대생과 90년대생 100여명을 직간접적으로 인터뷰했다. 그리고 그들의 특징과 고충을 책으로 썼다.”

-80년대생은 어떤 세대인가.

“부모인 베이비 부머 세대의 경제적 굴곡을 함께 겪었고 90년대 호황기에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꿈을 키워 나갈 청소년 시기에 IMF 외환위기가 닥쳤다. 일터에서 쫓겨나는 아버지와 갑작스레 생계에 뛰어드는 어머니를 지켜봤다. 재산의 축적이나 투자에 대한 욕심을 부릴 여유는 없었다. 한 달 생활비를 감당할 수 있는 월급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그 와중에 좋은 대학은 가야했고, 2008년에는 금융 위기까지 맞았다. 취업 시장엔 한파가 불어닥쳤다. 쉴 새 없이 터지는 지뢰밭을 지나왔기에 겸상하기 싫은 상사와의 회식쯤은 짜증나긴 해도 견디지 못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프랭크 시나트라의 ‘My Way’가 노래방 18번인 김 부장도 아니고, 나 홀로 ‘칼퇴근’하느라 김 부장의 노래를 한 번도 못 들어 본 신입도 아닌 애매한 세대다. 디지털과 아날로그, 온라인과 오프라인, 본캐와 부캐, 공교육과 사교육, 두 진영의 기압 차가 만드는 치열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아등바등했다. 어느 쪽에 더 가까이 의탁할지 눈치 보느라 정작 ‘나’ 자신은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 ‘해야 할 일’은 잘 알지만 ‘하고 싶은 일’은 잘 모르는 세대. 중간만 하는 게 최고라는 말을 듣고 자라 진짜로 중간에 껴버린 세대가 80년대생이다.”


70년대생과 90년대생 사이에 끼인 80년대생 직장인의 애환을 담은 웹드라마 ‘낀대:끼인세대’. /유튜브 컾채널

-MZ세대로 함께 분류되는 90년대생과는 다른데.

“90년대생은 선택에 익숙하다. 80년대생에겐 선택의 자유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학생이라는 이유로 시키는 걸 잘 해내야 했고 모범생이 돼야 했다. 나보다 시스템을 따르는 게 우선이고 무엇을 할지, 무엇을 잘하는지는 중요한 게 아니었다. 90년대생은 어릴 때부터 내가 보고 싶고 사고 싶은 걸 다 선택하며 살아왔다. 그러다 보니 자아가 강하다. 시스템보다 개인이 중요하다. 게다가 80년대생은 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말을 믿었지만 90년대생은 계급은 바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정의와 공정을 중시한다.”

-80년대생을 젊은 꼰대라고 하는 이유는.

“꼰대는 꼰대인데 젊다. 꼰대는 개인보다 집단, 관계가 먼저다. 너보다는 집단이, 관계가 중요하니 참아라, 인내해라, 적응하라 말한다. 80년대생은 꼰대질을 하는 기성 세대를 보며 ‘절대로 저렇게 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면서도 기존의 문화와 시스템을 이해하고 따른다. 90년대생은 그런 문화와 시스템의 오류를 알면서도 바꿀 생각이 없는 80년대생을 더 꼰대처럼 느낀다. 80년대생은 자기 할 말 다하고 칼퇴근이 일상인 90년대생이 낯설다. 그들  앞에서 ‘라떼는 말이야’를 외치는 스스로를 젊은 꼰대라고 여기기도 한다.”

-꼰대와 낀대는 다른가.

“낀대는 다름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 다르면 틀렸다고 생각하는, 생각을 강요하는 꼰대가 되기는 싫다. 새로운 세대를 감당하는 건 마찬가지로 어렵지만 그래도 그 중간의 간극을 좁혀 보려 애쓴다. 젠더와 자아에 대해서 이전 세대보다는 확실히 더 열려 있고 90년대 이후 세대들보다 오히려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양한 의견을 존중한다.

대면 시대에 성장했고 운동장에서 몸을 부대끼며 살아온 덕택에 인간미도 있다. 286을 알면서도 5G를 살아간다. 그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부지런히 학습한 성실한 세대다. 그렇게 문화∙감성적으로 풍부하게 경험하고 누리고 그래서 밀어주고 끌어주길 개의치 않는다. 90년대생과의 대결 구도를 원하지도 않는다. 이전 세대와 새로운 세대를 충분히 이해하고 둘을 연결해주는 이상적인 존재가 낀대다.”

-세대를 구분하는 세대론이 계속 부각되고 있는데.

“세대론은 상대를 이해하기 위한 좋은 수단이다. 세대의 특징을 대입해 상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다. 사람과 사람의 단절이 심해지면서 사람을 이해하기 점점 더 어려워지고 이해할 시간도 없어졌다. MZ세대, 낀대 등 각 세대의 특성을 적용하면 상대를 빠르게 필터링 할 수 있다. 그러나 세대론이 부각될 수록 사람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사라지게 된다. 같은 세대라고 해도 사람마다 특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세대론으로 상대를 섣불리 판단하다 보면 사람을 이해하기 더 어려워진다.”

-다른 세대를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세대가 아니라 사람을 이해하려고 해야 한다. 세대론으로 상대를 판단하는 건 꼰대처럼 귀를 닫고 입을 여는 거나 마찬가지다. 단순한 숫자로 나누는 세대론은 큰 의미가 없다. 모든 건 ‘케바게(case by case)’, ‘사바사(사람 by 사람)’다. 90년대생보다 깨어 있는 70년대생이나 그 윗세대도 많고, 어르신들보다 더 꼰대 같은 90년대생도 있다. 세대론이란 그저 더 세분되고 첨예해지는 가치 대립 사이에서 갖고 싶은 보편적 소속감일 뿐이다. 세대를 이해려고 하기보다 사람 대 사람으로 다가가야 한다. 상대와 진심으로 친해지는 노력을 해야 한다. 같은 세대라도 개인마다 다르다. 사람을 대하는 방법 자체를 바꿔야 한다. 친구를 사귄다는 마음으로 다가가야 한다.”

-작가님도 대표적인 낀대다. 80년대생의 특징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데.

“학교 다닐 땐 모범생이 되는 게 당연하다 생각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모범적으로 살았다. 반에서 1등 하고 특목고에 진학하고 대학에 가는 게 중요했다. 내가 진짜 원하는 게 뭔지를 생각만 하며 살았다.

2011년 CJ E&M 예능PD로 입사했다가 1년 7개월 만인 2012년 8월 퇴사했다.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 드라마 PD가 되어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CJ E&M 공채 1기 때 드라마 PD를 뽑지 않아 우선 예능 PD로 입사했다. 2기 후배들이 들어와 즐겁게 예능 프로그램을 만드는 걸 보면서 내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후배도 신경 써야 하고 윗사람에게 좋은 후임이고 싶고. 마치 겨울 점퍼 위에 반팔을 입고 목도리를 한 채 수영복을 입은 듯했다. 불만이 쌓여갔고 불만보다 불안이 낫겠다 싶어 퇴사를 결심했다.

회사를 그만둔 후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 들어갔다. 카페·프리뷰 아르바이트, 과외 등 1년여 동안 닥치는 대로 일하며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그러다 ‘미생 보조작가 모집 공고를 봤다. 직장인의 삶을 그린 작품이라 직장 이력이 도움이 됐다. ‘미생’을 시작으로 보조작가로 활동했고 메인으로 쓴 작품이 이제  몇 편 된다.

서른이 되고서야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일에 뛰어들 수 있었다. 여전히 불안정하지만 직업 만족도는 100점이다. 그렇다고 글에 대한 만족도가 100점인 건 아니지만. 그래도 작가로 사는 게 너무 좋고 작가로 살고 싶다.”

김 작가는 ‘미생’, ‘동네의 영웅’, ‘아는 와이프’ 등의 작품에서 보조작가로 일한 후 ‘귀신데렐라’, ‘완미적타 : 완벽한 내 남자친구’를 메인으로 썼다. 최근에는 넷플릭스 시트콤 ‘내일 지구가 망해버렸으면 좋겠어’를 각색했다. ‘연애 전과’와 ‘요즘 남자 요즘 연애’를 쓴 연애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TV조선 ‘연애의 맛’과 KBS 라디오 ‘박은영의 FM 대행진’ 패널로도 활동했다.


TV조선 ‘연애의 맛’에 출연한 김정훈 작가. /TV조선 ‘연애의 맛’ 방송 캡처


-앞으로의 꿈은.

“세상에 물음표를 던지고 상상하고 글을 쓰는 게 재밌고 즐겁다. 나의 상상이 이야기가 되고 사람들의 평가를 받으며 살고 싶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땐 열심히 걷고 관찰하고 메모한다. 부지런히 쓰다 보면 죽기 전에 한 번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지금은 로코 드라마와 시트콤 작업을 하고 있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에 관한 이야기를 쓰고 싶다.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 ‘위대한 개츠비’ 같은 사랑과 성장에 대한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

글 시시비비 키코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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