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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10년만하면 1차 시험 면제?…세무사 시험 논란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27 11:04:18
조회 4626 추천 20 댓글 71


한국산업인력공단 정문 앞에 놓인 근조화환들. /세무사시험제도개선연대 제공

12월1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정문 앞에 근조화환 여러 개가 늘어섰다. ‘세무사 시험은 죽었다’, ‘삼가 공정성의 명복을 빕니다’, ‘청년을 위한 나라는 없다’, ‘5060 국세청 공무원을 위한 몰아주기’ 등의 문구가 적힌 화환이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공공기관이다. 그런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최근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에게 특혜를 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세무사법 제5조의 2를 보면 일정 조건을 충족한 응시자는 시험 일부가 면제된다. 한 해 전 1차 시험에 붙은 응시자는 당해 1차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다른 전문직 시험에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세무사 시험은 여기에 더해 세무 관련 경력이 있는 공무원에게도 면제 혜택을 준다. 국세(관세 제외)에 관한 행정사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 지방세에 관한 행정사무 경력 10년 이상인 자로서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이다. 국세(관세 제외)에 관한 행정사무에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은 1차 시험의 모든 과목과 2차 시험과목 중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 과목이 면제된다. 



시험 면제 규정이 담긴 2021년 세무사 시험 시행 공고문. /공고문 캡처

◇면제 과목이 난도 높아…10명 중 8명 과락

문제는 면제 조항뿐 아니다. 세무공무원이 면제받는 2차 시험 과목인 세법학 1부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아 논란이다. 2021년 세법학 1부 과락률은 82.13%에 달한다. 시험 과목을 면제받지 못해 시험을 치른 이들 10명 중 8명 이상이 과락했다는 얘기다. 2차 시험에서 한 과목이라도 과락하면 불합격이다. 2021년 2차 시험에 응시한 4597명 중 탈락자가 3891명인데, 이중 3200명이 세법학 1부 과락으로 떨어졌다.

세법학 1부 시험의 난도가 유독 높다 보니 합격증을 쥐는 응시자 중 다수는 실무 경력이 있는 세무공무원들이다. 지난 9월에 치른 2021년 시험에서는 전체 합격자 3분의 1이 세무공무원이었다. 일반 수험생들은 “다 같이 치르는 2차 과목은 쉽게 내고, 세무공무원이 면제 받는 과목은 어렵게 내 실무 경력까지 있는 공무원 출신이 일방적으로 유리하다”라고 지적한다. 이른바 ‘공무원 밀어주기’라는 것이다. 지난 5년간 2차 시험 과목 일부 면제를 통해 세무사 자격증을 딴 공무원은 487명이나 된다.


법률방송 유튜브 캡처

◇관세사도 관련 분야 공무원에 면제 혜택 줘

전문직 자격인 관세사 시험도 공무원 혜택이 있다. 일반직 공무원으로 관세행정 분야에서 10년 이상 종사한 사람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분야에서 5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1차 시험이 면제다. 같은 조건에서 20년 이상 근무했거나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면 2차 시험 중 관세법, 관세율표 및 상품학 과목 시험을 치르지 않아도 된다. 

1차 시험뿐 아니라 2차 시험에서도 일부 과목을 면제받는 것은, 모두 시험 과목을 거쳐야 하는 일반 수험생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혜택이다. 이때문에 관세직 공무원으로 20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 가운데 중년 들어 관세사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 자격증을 따면 정년퇴직 후 그간 쌓아온 인맥으로 관세법인에 취업하거나 직접 법인을 차려 인생 제2막을 시작하기도 한다.


SBS Drama 유튜브 캡처

◇변호사 되면 세무사 자격 ‘덤’으로 받은 적도

과거엔 전문직 자격을 따면 다른 자격증이 자동으로 따라오기도 했다. 변호사는 2017년까지 시험 한 번 안 치고 세무사 자격을 딸 수 있었다.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제도 때문이다. 1961년 세무사법 제정 당시 도입된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제도로, 변호사나 계리사뿐 아니라 고등고시 합격자, 상법·재정학·회계학 등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 등도 별도의 노력 없이 세무사 자격을 가졌다. 

시험을 치르고 자격을 취득한 세무사들은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제도가 공정성을 해친다며 법 개정을 요구해왔다. 수십년 동안 법 개정을 거치며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범위가 줄어들다가 2018년이 돼서야 변호사의 세무사 자격 자동 취득도 제한됐다. 2004년부터 2017년 사이 이 제도를 통해 세무사 자격을 ‘덤’으로 얻은 변호사는 1만4000명에 달한다. 다만 세무사법 개정으로 2004년부터 변호사들은 세무사 자격을 부여받아도 세무사로 등록할 수는 없었다.

법 개정 뒤에도 세무사와 변호사 사이의 갈등은 이어지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지난 11월30일 변호사의 세무 업무 일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발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변협은 세무사법 개정안이 변호사의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권 등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본다. 한국세무사회도 변호사의 직무 범위를 늘리는 안이 담긴 변호사법 개정 추진에 반발해 변리사회 등과 공동 대응하는 등 변호사 업계에 맞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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