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로 보이는 한 여성이 벤츠 차량을 몰고 등장한다. 여성은 이어, 촬영 카메라를 향해 자신의 통장 잔고가 보이는 스마트폰 화면을 자랑하듯 들이민다.
화면에 찍힌 금액은 약 25억원. 이 여성은 “1000만원으로 코인 투자를 시작해 8개월 만에 25억원으로 불렸다”며 그 방법을 20분에 걸쳐 설명한다. 코인 시세에 맞춰 8시간 마다 0.5%씩 수익을 내고, 코인 시세가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지금껏 투자한 금액에 이자가 붙는 방식이라고 했다.
한동안 유튜브 알고리즘을 타고 자주 뜨던 이러한 광고 영상이 사실은 550억원 규모의 사기 집단이 모델을 고용해 만든 가짜 영상인 것으로 판명났다. 고급 수입차도 광고 속 여성이 소유한 것이 아니었다. 수익을 냈다는 ‘인증 영상’도 가상화폐 시세에 맞춰 8시간마다 0.5%씩 수익을 낸 것처럼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활용해 꾸민 가짜 결과였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이런 가짜 홍보영상으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뒤 투자금을 가로챈 혐의로 최근 사기조직 간부급 9명을 구속하고 10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피해자만 1만2000명쯤으로 파악된다. 사기 조직은 캐나다 유명 코인 거래소 ‘비트바이’를 사칭해, ‘비트바이 코리아’라는 이름을 달고 투자자(피해자)를 끌어모았다. 이렇게 550억원을 모은 후 2021년5월 돌연 사이트를 폐쇄하고 잠적했다.
허무맹랑해 보이는 내용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기 재산을 갖다바칠 수 있었을까? 피해자 중 한 명은 “얼굴까지 만천하에 공개한 터라 사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며 “투자금을 보내니 바로 당일에 이자를 입금해줘서 그나마 있던 작은 의심도 금세 사라졌다”고 했다.
홍보 영상에 출연했던 여성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아르바이트비 35만원을 받고 출연했다”며 “코인으로 돈 버는 사람이 많아 (영상 속 내용이)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얼핏 보면 가상화폐 관련 사기 같지만, 뜯어보면 매우 전형적인 다단계 금융(폰지) 사기 수법이다. 신규 투자자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이자를 지급해 돌려막다가 잠적해버리는 사기 유형이다. 이 과정에서 투자자를 끌어모아야 하기 때문에 유행하는 투자법에 따라 사기 내용도 달라진다. 가상화폐 열풍에 따라 폰지사기가 ‘코인 투자’로 간판을 바꿔단 것이다. 사기의 실체는 가상화폐와는 거의 관련이 없다고 볼 수 있다.
2020년 11월부터 2021년 7월까지 운영됐던 P2P(개인 간 직거래) 투자 사이트 ‘패션킹’ 역시 폰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한복’, ‘치파오’ 등 사이트에 있는 가상 의상을 이용자끼리 서로 거래하도록 했는데, 현실에서 입지도 못하는 의상이 나중엔 한 벌당 수백 만원까지 뛰었다.
패션킹 측은 각 의상에 수익률을 명시해 마치 투자하면 수익을 보는 것처럼 속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6000명이 총 1000억원대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용 곤충이 미래 먹거리로 뜨자 ‘원금 보장, 고수익 귀뚜라미 사업’을 내건 폰지 사기가 횡행하기도 했다. 2017년 부천 소사경찰서는 “식용 귀뚜라미 양식 사업에 투자하면 원금을 넘어서는 배당금을 주겠다”고 속여 2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관련 업체 대표를 구속했다.
이 사기 조직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으려고 대형 관광버스에 투자자 수십 명을 태우고 귀뚜라미 양식장 견학까지 다녀왔다. 실제로 강원도 홍천에 비닐하우스를 짓고 귀뚜라미를 들여놓아 양식장처럼 꾸몄다. 가상화폐든 P2P 투자든, 귀뚜라미 양식이든 큰 돈 만져보고 싶은 사람의 심리를 건드리는 미끼로 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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