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문재인 대통령과 대기업 총수의 오찬 간담회에서 청년 일자리와 관련해 기업 계약학과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계약학과란 대학이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기업이 요구하는 특정 분야를 전공으로 개설해 인력을 양성하는 학과다. 기업이 교육비 일부를 부담하고, 장학금은 물론 해외연수 기회도 준다. 또 관련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을 대상으로 최소 절차만 거쳐 채용한다. 학생 입장에선 대입과 동시에 취업의 기회를 함께 얻는 셈이다. 이러한 계약학과에 관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요 대학에 (삼성과의 계약) 학과들을 새로 만들어 보니 좋은 인재 확보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같은 자리에 있던 구광모 LG 대표도 “대학에 디스플레이학과가 추가돼 기업과 청년이 윈윈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삼성전자

구광모 LG 회장 /LG
국내 기업들이 우수 대학에 계약학과를 만들면서 인재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기술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자 기업들이 수도권 주요 대학과 함께 직접 인력 양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입학할 때부터 ‘내 사람’을 뽑아 교육하고, 졸업 후 바로 기업에 입사시키겠다는 의도다. 기업으로선 국내 경쟁사나 글로벌 기업 등에 인재를 뺏길 우려가 적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계약학과를 육성하고 있다.
◇삼성, 계약학과 가장 많아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에 가장 많은 계약학과를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첫 계약학과로 2006년 성균관대에 반도체시스템공학과를 만들었다. 이후 2011년 경북대 모바일공학과를 신설했고, 2021년에는 연세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를 개설하고 첫 신입생을 모집했다.
또 2021년에는 KAIST와 포스텍(포항공대)과도 협약을 맺고 반도체학과를 만들기로 했다. 2023년부터 카이스트는 반도체시스템공학과 신입생 100명, 포스텍은 반도체공학과 신입생 40명을 선발한다. 최근에는 통신 분야와 관련한 학과도 신설했다. 삼성은 서울대와 연합전공 운영 협약을 체결했다. 연합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이 본인의 전공 외에 통신 관련 연합과목을 이수할 경우 장학금뿐 아니라 졸업 후 삼성전자 입사 혜택도 받는다.

고려대에 차세대통신학과를 만들기로 한 전경훈(왼쪽) 삼성전자 사장과 정진택 고대 총장. /삼성전자
삼성은 1월 17일에는 고려대학교에 차세대통신학과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차세대통신학과는 6세대 이동통신(6G)을 포함한 차세대 통신기술을 다루는 채용 연계형 계약학과다. 고려대는 2023년부터 매년 신입생 30명을 차세대통신학과로 뽑을 예정이다. 학생들은 통신 분야 이론과 실습을 연계한 실무 맞춤형 교육을 받는다. 삼성전자는 재학 기간 중 모든 학비를 지원한다. 학비 보조금도 삼성전자가 산학장학금 형태로 준다. 최소 졸업 요건만 충족하면 한 차례 면접전형을 거쳐 삼성전자에 입사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졸업만 하면 삼성전자 입사를 보장받는 셈이다.
현대자동차그룹,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 국내 주요 대기업도 인재 육성을 위해 주요 대학에 계약학과를 신설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등 첨단산업 성장 속도가 빨라지면서 다양한 분야의 계약학과가 생겨나고 있다. 대학 학부뿐 아니라 대학원에서도 계약학과 개설이 잇따르고 있다.
글 시시비비 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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