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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 팬들이 여의도 증권가 보고서를..대체 무슨 일이?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5.06 14:51:36
조회 361 추천 0 댓글 0

“와, 찐 덕후(진짜 덕후)가 쓴 보고서 같다”

“흥미롭다 끄덕거리면서 봄”

“맞네. 진짜네. 보고서 덕분에 덕질할 맛 납니다”

최근 한 K팝 팬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여의도 증권가 보고서 하나가 온라인 공간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유안타증권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분석한 ‘2022 엔터 르네상스의 시작-K팝 산업의 재도약’이라는 보고서였습니다. 보고서 내용 중 K팝 팬덤의 특이점을 ‘무보수 크리에이터 집단’으로 규정한 대목이 K팝 팬덤의 공감을 끌어냈던 것입니다.

보고서는 팬덤을 일종의 창작자 집단으로 봤어요. 그러자 K팝 팬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보고서를 공유하며 돌려읽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실제 팬덤을 잘 분석했다는 뜻이기도 하겠지요. 대체 이 보고서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잡스엔과 함께 살펴봅시다.

◇‘우리집 준호’ 영상의 경제적 가치는?

보고서는 총 138쪽입니다. 리오프닝(경기 활동 재개)이 활성화하면서 엔터주(株) 전망은 어떠한지 분석하고 있어요. 2022년 4대 연예 기획사인 하이브, JYP Ent, 에스엠, 와이지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만 25조원입니다. 공연이 재개되면 이들 엔터사들의 실적 회복이 이뤄지고, 각 사가 준비하고 있는 신사업 성과를 2022년 안에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봤어요.

특히 엔터 사업이 매력도가 높은 이유로 ‘팬덤’을 꼽았습니다. 보고서는 10쪽 넘게 할애해 이를 분석하고 있어요. 과거 팬덤을 ‘빠순이’ 정도로 비하했던 것과 달리, 주가 전망에 영향을 미치는 주 요인으로 본 것입니다.

보고서는 엔터 산업의 팬덤은 단순한 ‘소비 수요’가 아니라 ‘생산 가능한 자산’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엔터사가 수익을 창출하는 데 기여하는 자산으로서 역할로 팬덤을 바라보았죠.

또 엔터사들의 미래 성장 동력은 이러한 팬덤의 역할을 활용하고, 그들의 창작자적 성격을 수익 모델로 구축하는 데 달려있다고 봤어요. 팬들 입장에서 자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분석입니다.

쉽게 말해 팬아트, 짤, 트위터나 커뮤니티 글, 자체 생산 굿즈, 창작 영상 콘텐츠가 아티스트 팬덤 성장에 기여한다는 뜻입니다. 기획사가 앨범을 내고 공연을 기획하고 굿즈를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팬덤이 생산하는 무형의 자산들도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예를 한 번 들어봅시다. ‘우리집 준호’ 영상을 아시나요? 2015년 그룹 2PM이 공연을 하는 영상을 팬이 직접 찍어 유튜브에 올렸는데요, 몇 년 뒤 빨간 셔츠를 입고 등장한 준호가 입소문이 나면서 팬은 물론 팬이 아닌 사람들도 영상을 돌려보기 시작했습니다. 단순 팬 계정에 올라온 영상이 조회수 660만회를 넘겼죠.

뿐만 아닙니다. 새로운 팬이 유입되면서 준호가 입대한 기간 동안 그를 기다리는 팬들이 더 많아졌어요. 팬들은 기다리는 데 그치지 않고 각종 ‘짤’을 만들어냈지요. ‘우리집 준호’ 역시 팬들이 붙인 애칭입니다. 노랫말 “우리 집으로 가자”에 맞춰 춤을 추는 준호에게 “나도 데려가”라며 반응하는 식입니다.

덕분에 소속사가 주도하지 않아도 입대 기간 동안 준호의 인기가 유지될 수 있었어요. 역으로 준호가 토크쇼 방송에 출연해 이 팬덤 영상을 언급하기도 했지요. 아마 단순히 기획사가 올린 영상이라면 이 정도까지의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영상을 본 팬들은 진심으로 이 영상을 올려준 팬에게 감사하며 영상을 시청하고 있으니까요.

◇“‘무보수’ 창작자, 저는 K팝 팬입니다”

팬덤 커뮤니티에서는 ‘생산러’라는 단어가 있는데요, 콘텐츠를 직접 생산하는 팬을 뜻합니다. 보고서에서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팬들조차도 ‘앓는(재밌는)’ 글을 소셜미디어에 쓰면서 이미 콘텐츠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고 봤어요.

연예인이 1년 24시간 활동하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한데, 활동하지 않는 공백기에 기획사가 만들어내는 콘텐츠가 줄면, 이들 생산러들이 2차, 3차 콘텐츠를 생산한다는 것입니다. 앞서 ‘우리집 준호’ 영상 역시 준호가 군대를 갔을 때 ‘빵’ 뜬 영상이지요.

결과적으로 이러한 콘텐츠가 팬들을 계속 팬덤에 머물게 하고, 팬들 간 유대감을 갖게 만들며, 연예인을 같이 기다리면서 팬덤 유출을 막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 신규 팬덤이 유입되는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지요.

보고서는 “현재 엔터 산업은 충성도 강한 크리에이터(창작자) 집단을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 완전한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를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팬덤이 지금까지 콘텐츠를 자발적으로 생산해 연예인의 팬덤을 성장시키는 데 기여했지만, 경제적 보상은 전혀 공유되지 못했다는 거예요. 이에 공감하는 K팝 팬들이 많았습니다.

10년 넘게 K팝 그룹들을 ‘덕질’해왔다는 한 팬은 “매일 영상을 업로드하고 내가 좋아하는 가수를 홍보하는 데 하루에 몇 시간씩을 쓴다”며 “순전히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소속사에서 팬들의 역할을 당연히 여긴다고 느낄 때 속상하다”고 했습니다. 보고서가 이러한 속상한 팬들의 마음을 어느 정도 달래준 효과가 있었나 봅니다.

◇‘울며 겨자 먹기’식 앨범 팔이도 지적

보고서는 현재 팬들이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현상도 다루었어요. 바로 앨범 소비 문화죠. K팝 앨범은 단순히 음악을 듣기 위한 매개체는 아닙니다. 팬을 위한 굿즈 같은 느낌으로 기획사는 팔고 팬들은 사지요. 앨범에는 포토카드, 포스터, 책갈피, 엽서, 스티커 등이 딸려오는데, 이를 얻기 위해 앨범을 사는 팬들이 많습니다.

팬들은 이렇게 ‘앨범 장사’를 하는 기획사에 불만을 갖고 있어요. 예를 들어 그룹이 22명인 NCT가 앨범을 발매하면 모든 멤버의 포토 카드를 가지려면 최소 앨범 22장을 사야 한다는 소리예요. 앨범보다 포토카드 가치가 높다 보니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많은 기획사에서는 포토카드만 따로 팔지 않고 반드시 앨범을 사야 줍니다.

당연히 그렇게 산 앨범은 처치 곤란이 되겠지요. 일부 기획사는 실물 앨범을 팔면서 앨범 ‘수령 포기’를 선택할 수 있게 했습니다. 대놓고 포토카드에 앨범 값을 붙여 팔겠다는 속셈이니 얼마나 분통이 터지겠어요.

보고서는 이러한 비상식적인 현상을 과도기적이라고 봤어요. 지금까지 랜덤 포토카드 같은 사은품으로 유인해 앨범 판매량을 늘렸다면, 앞으로는 앨범 판매 방식이 디지털화할 것이라는 예측이지요.

예를 들어 연예기획사가 앨범을 NFT(대체 불가 토큰)로 일정 기간 한정 수량으로 판매하고, 2차 마켓에서 거래가 되는 환경을 조성해 엔터사가 중간 로열티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는 수익 구조를 만들면 음반 판매 이상의 수익이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글 시시비비 와일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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