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 전 수상스키 즐기려 춘천으로 이사한 공기업 회사원, 전국대회 준비 중 주말에 디제잉 공연하는 방송국 영상 디자이너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일러스트 페어에 나가는 UI 디자이너
“내가 봐도 미친 것 같습니다. 딱 한 시간 취미를 위해 매일 왕복 4시간 출퇴근을 선택했으니까요.”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인 서울교통공사의 차량직 신입사원 오그릴(29)씨. 서울 도봉 차량사업소에서 근무하는 오씨는 한 달 전 서울 회기동에서 강원도 춘천으로 이사했습니다. 아침마다 취미인 수상스키를 타고 출근하고 싶은 마음에서 지른 꽤나 ‘무모해’ 보이는 선택이었습니다. 이사 후 그의 출퇴근 시간은 전보다 2배 이상으로 늘어났는데요. 그래도 그는 매일 새벽 출근 전 1시간가량 집 앞 춘천 의암호에서 수상스키를 탈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합니다.
그는 앞으로 2년은 더 이런 생활을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2년 후에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춘천 집에서 비교적 가까운 서울시 신내 차량사업소로 근무지 이전을 신청할 계획입니다. 서울 신내동엔 경춘선 역이 있어서 출근 시간을 1시간 정도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취미가 직장생활을 이어나가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오씨는 직업을 선택할 때도 취미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근무 시간이 확정된 일은 하지 않는 곳으로 입사 지원을 했습니다. 취미 생활을 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도 조정할 수 있는 일을 택한 것이죠. 취미에 진심인 그는 전국 대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직장인 10명 중 7명 ‘부캐’ 원해
'부캐'란 본래 게임에서 사용되던 용어입니다. 본래 캐릭터 외에 새롭게 만든 부가적인 캐릭터를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싹쓸이나 msg워너비처럼 방송가에서도 부캐 열풍이 한 차례 불었습니다.
코로나로 재택 근무가 늘어난 것도 부캐 직장인 증가와 관계가 있어 보입니다. 재택근무와 탄력근무가 일상화된 후로 모두가 사무실에 같은 시간에 출근해서 앉아있지 않아도 됩니다. 출퇴근 시간이 오래 걸렸던 사람도 자신만의 시간을 더 가질 수 있게 된 것입니다. 회식 같은 대규모 모임도 줄었습니다. 본인만의 제2의 캐릭터를 즐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생긴 것입니다.
직장인들이 부캐를 갖고 싶어한다는 건 데이터로도 읽힙니다. 2021년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1202명을 대상으로 부업이나 자기개발 등 ‘직장인 부캐’를 주제로 설문 조사를 했는데, 그때 ‘부캐를 갖고 싶다’고 대답한 직장인 비율이 73.5%로 나왔습니다.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고 발권 솔루션 업체에서 UI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는 홍진영씨도 부캐를 갖고 있는 직장인 중 한 명입니다. 그는 4년째 일러스트 페어에 나가고 있습니다. 본인의 그림으로 만든 엽서와 스티커, 포스터와 같은 굿즈를 판매합니다.
아쉽지만 아직 수익을 내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페어에 4일 참가하면 20만원에서 25만원 정도 수입이 생기지만, 참가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참가비, 굿즈 제작비, 각종 물품 구매비)이 70만원이 훌쩍 넘습니다. 취미로는 적자인 셈이죠. 하지만 그는 차후에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초석을 다지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행사가 생길 때마다 꾸준히 참여를 하고 있습니다.
배우고 싶었던 걸 배우면서 공연도 하는 직장인도 있습니다. 주말에 디제잉 공연을 하는 방송국 영상 디자이너 배주영씨가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Sneakpeak’이란 예명으로 DJ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는 매주 토요일 오후 3시 30분이면 서울 한남동에서 디제잉 레슨을 받습니다. 그리고 보통 주말 오후 9시부터 오전 1시 사이에 디제잉 공연을 합니다. 공연 요청은 주로 지인이나 인스타그램 DM을 통해 받는다고 합니다.
◇부캐 만드는 방법이 따로 있나요?
“취미가 뭐에요?”라는 질문에 딱히 대답할 게 없어서 “어, 넷플릭스…?”라고 말을 흐리는 사람들이 요즘 꽤 됩니다. 취미생활을 시작하려고 해도 어디서부터, 뭐부터 해야할지 막막해서 미루다 보니, 자신만의 취미를 갖지 못하게 되는 것이죠.
그럼 부캐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요? 막막한 분들을 위해 부캐 직장인들에게 어떻게 취미를 만들게 됐는지 계기를 물어봤습니다.
배주영씨는 자신이 자주 가던 장소와 즐겨 듣던 음악에서 힌트를 얻었다고 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재학 시절 때부터 힙합 음악을 듣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2014년 성인이 된 이후부터 좋아하는 힙합 음악이 나오는 바에 자주 갔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디제잉을 하는데 관심이 생겼다고 합니다. 자주 가던 바에서 바텐더 아르바이트 일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점점 그의 주변에 DJ 지인이 늘어났다고 합니다. 그는 2015년 대학교 힙합동아리에 들어가 처음 디제잉 공연을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을 가진 이후 대학 시절 디제잉 공연을 했던 생각이 나서 2021년도 6월부터 본격적으로 디제잉을 시작했습니다.
수업에서 우연히 들은 과목이 인생 취미가 된 경우도 있습니다. 오그릴씨는 2018년도 7월 무렵 계절학기 교양 수업으로 수상스키 과목을 들었습니다. 그때 재미를 느껴 그 길로 수상스키를 타러 다니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좋아한 취미를 부캐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UI 디자이너 홍진영씨는 어릴 때부터 손으로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습니다. 그녀는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가 아니라 생업으로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대학 졸업을 앞둔 4학년이 되니 그림을 그리며 살아가는 일이 두렵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는 UI 디자이너로 취업했습니다. 그림은 개인 취미로 남겨뒀습니다. 오히려 일이 아닌 취미라서 그림을 더 즐길 수 있고, 또 자유롭게 원하는 것을 그릴 수 있다고 합니다.
본인이 좋아했지만 생업 때문에 포기했던 것들이 있다면 지금이라도 하나씩 꺼내보면 어떨까요. 어렸을 때 좋아했던 일을 취미로 해보거나 본인이 자주 가는 장소나, 즐겨 먹는 것에서부터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직장이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있기 때문에 오히려 자아실현을 위한 취미 활동도 더 마음껏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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