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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사업 빠진 한화 투자 보따리

CCBBLAB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6.13 08:5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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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5년간 국내 20조원을 포함해 총 37조6000억원을 새롭게 투자하겠다.”

한화그룹이 2022년 5월 24일 향후 5년간(2022~2026년)의 투자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듬해인 2018년 발표했던 향후 5년간(2018~2022년) 22조원 투자 계획과 비교하면, 올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새 정부 출범에 맞춰 풀어놓은 ‘선물 보따리’는 4년 전보다 70%나 커졌다. 한화는 공정거래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자산 10조원 이상의 47개 대기업 집단 가운데 80조원의 자산을 가진 대한민국 재계 7위 기업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한화그룹

◇2만개 일자리와 37조 투자 약속

한화의 이번 투자 계획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전체 투자 계획 금액인 37조6000억원 가운데 ‘국내’ 부문이 20조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2018년 한화가 발표한 ‘국내외’ 전체 투자 목표 금액(22조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투자 활성화와 그에 따른 신규 일자리 창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2018년 당시 한화는 2만명 이상의 신규 채용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한화시스템-원웹의 로켓 개념도(왼쪽 사진). 한화시스템은 2021년 8월 영국 우주 인터넷 회사 원웹에 3억달러(약 3450억원)를 투자했다. 두 회사는 2022년 안에 우주 인터넷망을 완성해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른쪽 사진은 레드백 장갑차. /한화그룹

한화는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에너지, 탄소중립, 방산·우주항공 분야 등에 향후 5년간 총 37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 부분부터 먼저 살펴보면 △에너지 4조2000억원 △탄소중립 9000억원 △친환경 신소재 2조1000억원 △방산·우주항공 2조6000억원 △석유화학 4조원 △복합개발 및 레저사업 2조원 △기타 기존사업 4조2000억원 등이다. 해외에는 17조6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해외 투자금 역시 신재생 에너지와 탄소중립, 우주항공 분야의 경쟁력 강화에 쓸 예정이다.

에너지 부문의 투자금은 태양광, 풍력 개발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태양광은 한화가 2000년대 초반부터 일찌감치 뛰어든 사업이다. 한화는 이번 투자를 통해 태양광 연구개발 부문을 강화하고, 최신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탄소중립 부문 투자금은 수소 혼소 발전 기술 상용화와 수전해 기술을 활용한 수소 양산 설비 투자 등에 쓴다는 계획이다. 

수소 혼소 발전은 가스 터빈에서 수소,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을 말한다. 수전해 기술은 물을 전기분해해 99.999%의 고순도 수소(그린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친환경 기술이라는 장점이 있지만, 기술 활용에 많은 전력 비용이 필요해 실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생산 단가를 낮춰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방산·우주항공 분야의 투자금은 K-9 자주포 해외 시장 개척, 레드백 장갑차 신규 글로벌 시장 진출 등을 비롯한 한국형 방산 산업 글로벌화와 위성체 및 위성발사체, UAM(Urban Air Mobility·도심항공교통수단) 등 미래 항공 기술 개발을 위해 쓰일 예정이다. 레드백 장갑차는 한화디펜스가 개발한 5세대 보병전투장갑차다. 레드백은 호주에 주로 서식하는 붉은등 독거미에서 따온 이름이다. 

한화는 친환경적이면서도 부가가치가 높은 신소재와 친환경 헬스케어 제품 개발을 위해 2조원 이상을 투자한다. 석유화학 부문과 리조트를 포함한 복합개발과 레저사업 부문에는 기존 사업의 경쟁력 강화에 각 4조원씩을 투자할 계획이다.

◇“4만명 회사가 5년간 2만명 뽑는다는데…” 정부 의식한 무리한 목표?

한화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앞으로 5년간 2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도 했다. 1년에 평균 4000명씩 직원들을 새로 뽑겠다는 건데, 일각에서는 한화그룹의 전체 직원 수와 비교해 한화가 새로 출범한 윤석열 정부에 잘 보이기 위해 ‘무리한’ 채용 목표를 발표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2021년도 기준 한화의 상시 종업원수가 4만명 수준인데 앞으로 5년간 전체 직원의 절반인 2만명을 새로 채용할 수 있겠느냐는 논리다.

한화호텔&리조트가 운영하는 경남 거제의 벨버디어 리조트 전경과 인피니티풀. /한화호텔&리조트

실제로도 한화는 과거 문재인 정권 출범 당시 향후 5년간 3만5000명을 신규 채용하겠다고 했으나 목표 달성에 실패한 이력이 있다. 해당 기간 한화가 실제 채용한 인원은 목표의 절반을 조금 넘긴 2만명 수준이었다.

◇지난 5년간 2만명 뽑았다는데 직원수는 오히려 감소

심지어 2만여명을 새로 뽑았지만 전체 직원수는 오히려 줄었다. 2021년말 현재 한화의 전체 직원 수는 2017년 말과 비교해 소폭 감소했다. 재벌닷컴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한화의 직원 현황 자료를 분석해 2018년 6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17년 기준 한화그룹의 직원 수는 4만5221명이었다. 하지만 2021년 한화가 밝힌 전체 직원 수는 4만1710명이다. 

지난 5년간 2만명을 신규 채용했는데도 직원 수가 3500명(7.76%) 줄어든 이유는 정년퇴직이나 이직 등 자연 감소분이 생긴 데다,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서비스 부문을 매각하면서 직원 수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신입사원 퇴사율이 높다. 한 대기업 임원은 “공채 입사자의 30% 정도가 1년 안에 퇴사한다”고 말했다. 

한화가 계획한 대로 앞으로 5년간 2만명을 새로 채용하더라도, 한화 임직원 숫자는 지금과 비슷하거나 혹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신규 일자리를 2만개 창출한다는 이야기는 한화 직원이 2만명 늘어난다는 말이 아니다. 문재인 정권 5년간 2만명을 채용했지만 직원 숫자에 큰 변동이 없다. 계획대로 채용을 해도 5년 후 임직원 숫자는 지금과 비슷한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

서울 장교동 한화그룹 본사 전경. /한화그룹

한화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와 호텔&리조트의 FC(식자재 유통 및 급식) 부문 매각 등으로 채용 계획을 달성하지 못했다”면서도 “사업 정상화 및 신사업 추진에 따라 2021년부터 채용 규모를 다시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는 2018년 채용 계획 발표 당시 한화의 연간 평균 일자리 창출 규모가 3000~4000명 수준이고 2016년 태양광 공장 신설 등 신사업 진출 이후 6000여명 정도를 채용했던 것을 고려하면 연평균 7000명 정도를 채울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2020년부터 2022년 초까지 이어진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등으로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서비스 부문이 위축되면서 고용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자료를 보면 한화의 서비스 부문인 한화호텔&리조트의 매출은 2018년 1조2899억원으로 정점을 찍었지만 2019년 6486억, 2020년 4623억원으로 떨어졌다. 한화호텔&리조트의 매출이 2019년 크게 떨어진 건 당시 한화가 FC부문을 국내 사모펀드인 VIG파트너스에 매각하면서 해당 부문의 매출이 빠졌기 때문이다. 한화는 2017년부터 3년간 누적 영업손실이 1000억원을 넘긴 ‘갤러리아 면세점 63’도 2019년 4월 영업을 종료했다.

◇5년 전 본 듯한 투자계획…신사업 없이 주력사업만 매진 

문재인 정부 때 한화가 공언했던 투자 규모는 지켜졌다. 한화는 2018년 밝혔던 국내외 22조원 투자계획을 초과 이행했다. 한화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와 해외에서 총 22조6000억원을 투자했다.

김승연 한화 회장의 향후 5년 ‘투자 보따리’는 2018년 발표 때와 비교하면 크게 다르지 않다. 에너지, 방산, 석유화학 등 한화가 주력하는 사업 내용에 큰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2018년에 발표한 투자 계획은 △태양광 등 신재생 에너지 9조원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4조원 △석유화학 5조원 △서비스 산업 4조원 등이었다. 투자 금액의 차이가 다소 있을 뿐, 앞으로 한화는 특별한 신사업 없이 기존 주력 사업 분야에 투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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